훈민정음 28자 가운데 오늘날 쓰지 않는 네 글자, ㆁ(옛이응)·ㅿ(반치음)·ㆆ(여린히읗)·ㆍ(아래아)의 음가를 해례본(제자해·초성해·종성해·합자해·용자례)의 원문과 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의 용례로 정리하고, 외국어 발음을 正音으로 적을 때 이 네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설명합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책 지면 그대로 보시려면 원문 PDF를 내려받으세요.
정음28자를 온전히 사용하자면 지금은 사라진 4字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인데. ㆁ의 음가는 [ŋ]로 이것은 표기만 사라졌을 뿐, 현대국어에 살아있는 ‘종성ㅇ’를 통해 쉽게 음가를 알 수 있다. 해례본에서 ㆁ에 대해 언급된 부분들을 정리해보자. 제자해에서는
唯牙之ㆁ 雖舌根閉喉聲氣出鼻 而其聲與o相似 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
다만, 어금니 소리(아음) ㆁ은 비록 혀뿌리가 후두를 막아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지만,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여 운서에서도 ㆁ가 초성인 의(疑)자와 ㅇ가 초성인 유(喩)자가 자주 서로 섞여 사용된다.
今亦取象於喉 而不爲牙音制字之始
盖喉屬水而牙屬木 ㆁ雖在牙而與o相似 猶木之萌芽生於水而柔軟 尙多水氣也
지금 ㆁ자를 목구멍에서 본떠 만들었으나, 어금니 소리의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지 않은 것은, 대개 목구멍은 물(오행의 水)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오행의 木)에 속하여 ㆁ은 비록 아음이지만 ㅇ과 비슷하며,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지만 부드러워서 오히려 물기운이 많음과 같다.
> 같은 아음인데 ㄱㅋ의 모양이 ㆁ을 기본자형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과
ㆁ는 오히려 ‘후음ㅇ’와 비슷한 모양인 이유를 오행을 근거로 말하고 있다.
> 목화㊏금수 오행은 단순히 일직선 상에 도열한 기차가 아니라 회전운동을 한다. 목화금수·목화금수·목화금수 반복으로 수→목이 무한순환의 고리3)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서 보면 얼마나 타당한 자형 디자인인가.
해례본의 설명처럼 오행상생 중 ‘수생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부메랑⋁가 ㄱㄴㅅ 으로 아음→설음→치음으로 옮겨다니며 기본자형이 된다고 볼수도 있다.

初聲解(초성해) -業의 초성은 ㆁ이고 ㆁ와 ᅟᅥᆸ이 어울려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終聲解(종성해) -洪字終聲是ㆁ,ㆁ居ᅘᅩ終而為ᅘᅩᇰ之類。
洪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用字例(용자례) -초성ㆁ,如러ᅌᅮᆯ〮為獺,서ᅌᅦ〮為流凘。
ㆁ는 너구리(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

ㆁ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버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차ᇰ]이 있다.ㅿ。半齒音。如穰字初彂聲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의 처음 발하는 소리(초성)와 같다.制字解(제자해) -ㆁㄴㅁㅇㄹㅿ,為不清不濁。ㆁㄴㅁㅇㄹ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반잇소리ㅿ 또한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 ㅿ자는 가획되지 않았으니 세차거나 촉급(厲)한 음가가 아니라는 것4)
初聲解(초성해) -半舌半齒之閭穰 ㄹ는 반설음이고 ㅿ는 반치음이다.
終聲解(종성해) -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為平上去聲之終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用字例(용자례) -초성ㅿ,如아ᅀᆞ為弟,너〯ᅀᅵ為鴇。
ㅿ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

ㆆ。喉音。如挹字初彂聲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制字解(제자해) -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
ㄱ보다 ㅋ소리가 세차고 촉급하여(厲) 가획했듯 ㅇ→ㆆ→ㅎ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初聲解(초성해) -挹虗洪欲迺喉聲 ㆆㅎㆅ ㅇ은 후음이다.
終聲解(종성해) -ㆁㄴㅁㅇㄹㅿ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合字解(합자례) -挹欲於諺用相同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5)
用字例(용자례) -초성ㆆ또는 종성ㆆ에 대한 사례 언급없음
ㅿ와 ㆆ둘다에 해당하는 설명으로 종성해 부분에 촉급(speed)에 관해 설명부분이 있다.종성부용초성이라 했지만 ‘八字可足用也。(우리말소리를 표시하는데는)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하다’로 인해 중세국어동안 7종성 위주였기에 ㅿ/ㆆ가종성에 올 경우의 음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대목이다.
『 종성ㅅ보다 느린 소리가 종성ㅿ이요, 종성ㅇ보다 빠른 소리가 종성ㆆ이다. 』
-五音之緩急,亦各自為對如牙之ㆁ與ㄱ為對,而ㆁ促呼則變為ㄱ而急,ㄱ舒出則變為
ㆁ而緩。舌之ㄴㄷ,脣之ㅁㅂ,齒之ㅿㅅ,喉之ㅇㆆ,其緩急相對,亦猶是也。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ㄴ-ㄷ, 순음ㅁ-ㅂ, 치음ㅿ-ㅅ, 후음ㅇ-ㆆ까지 그 느리고 빠름의 상대성 또한 이와 같다.
ㅇ-ㆆ의 관계를 촉급관계로 설명했으며 ㆁ-ㆆ의 관계가 아님에 주의하자. 종성ㅇ는 음가가 없다고 보며 종성일 때 표기도 생략한다. 그렇다면 종성ㆆ도 음가는 없으면서 speed만 빨라진 소리일 것이다. 종성ㆆ가 ‘사이ㅅ’보다 폐쇄음 표기에 적장자라는 것이 필자의

24쪽 요지 글자로 보기
종성해의 ‘ㆁ을 빠르게 내면 ㄱ이 되어 빠르고’라는 부분의 예시를 만든다면 ‘앙’ 소리를 급하게 내면 ‘악’이 된다는 것이다. 한글에서 종성ㅇ는 음가 없이 표기가 생략되므로, ‘아’ 소리를 급발진하면 받침ㆆ이 된다는 것.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bottle[ˈbɒtl] 뱄ᇹ틀 식으로 받침ㆆ가 제격이다.
ㆁ의 음가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ㅿ·ㆆ와 관련해서는 해례본 이외에 세종이 사망하기 전인 1450년 이전에 편찬된 책들의 사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 석보상절(1447)의 一切·어버ᅀᅵ(父), 월인천강지곡의 月印·一·二·人·日 등(옷한글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ㆆ의 음가는 현대 한국어에서도 숫자1[ᅙᅵᇙ]과 업무의 일[일]의 발음이 다른 사례로 보면 쉵다. 제자해의 ‘ㄱ보다 ㅋ이 촉급하듯 ㅇ/ㆆ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들어맞는다.
ㆍ의 음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급이 있다 — ㅏ/ㅗ를 각각 녹음해 특정 비율로 섞으면 음가를 찾을 수 있다던가, 모든 소리의 근원이 되니 ‘하늘ㆍ’라 부르자는 제안, ‘깊은 소리 아’라는 이름 등. 필자의 생각에도 조음기관에서 발성의 근원지는 vocal cord가 유일하고 正音 모음들도 ㆍ가 붙어 이뤄지므로 원리적으로는 마땅한 지적들이다. 그런데 ㆍ가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 읽는 사람마다 그 발음을 달리하는 이유가 컸다.
LCD TV의 백라이트 구조에 비유하면 — 인간의 음성에서 ㆍ는 TV가 발산하는 모든 빛의 근원인 백라이트가 되고, ㅡㅣ는 편광필터(polarizer)가 되고, 아설순치후 五色은 컴러필터가 되며, 청/탁의 구분은 컴러필터의 채도(saturation)가 된다. 백라이트 자체는 당연히 순수한 백색이지만 우리가 TV화면에서 보는 백색은 편광필터와 컴러필터를 모두 거친 후의 백색이다. ㆍ 단독사용은 이런 격자무늬 그물망 같은 masking tool을 제거하고 백라이트를 알로 꺼내 순수백색을 표현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시선을 강탈하는 불량화소가 된다. 밤에 화장실 가다 문턱에 엄지발가락을 찧어 무아의 상태에서 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회화적 조음을 거치지 않은 동물 같은 탄식음을 굳이 일상문장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적어도 일반회화 표기에서는 polarizer인 다른 모음과 ㆍ를 조합하여 특정 모음 표기에 사용하는 것이 냫다.
식민지시절을 거치면서 사라진 ㆁㅿㆆㆍ를 다시 되살려써야 한다거나, 일제가 훈민정음을 훼손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거나 여러가지 컴플렉스성 주장들이 있지만, ㅿㆆㆍ는 중세국어(조선)에서도 이미 우리말을 적는데는 음가가 희미해지고, 한자음을 적는 표기로서 사용되었다. 필자의 idea는 현재의 한글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기록하는 문자로서 정리가 잘된 체계이며, 훈민정음과 한글을 합치려 하려하지 말고 별개로 두자는 것이다. ㆁ/ㆆ는 ㅇ와 모양이 비슷해서 만약 아직까지 있었다면 검색엔진에서 단어검색시 너무 여러가지 철자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흔한 응우옌(Nguyen)은 24자 한글조합만 해도 응웬/느웬/응우엔/웬(북한식 표기) 등 다양한데, 만약 여기에 ㆁ/ㆆ까지 가능하다면 Nguyen 하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여러번 분산검색을 해야 할까. ㆍ는 단독표기시 音의 오해뿐 아니라, 위치가 자음과 모음사이에 어중간하게 있어 안그래도 다른나라의 문자에 비해 유니코드내에서 11,172字나 차지하고 있는 조합형 한글코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ㆍ가 포함된 글자와 포함되지 않은 글자의 비례(proportion)를 조율하느라 폰트제작자들은 시달렸으리라. 26자 영어기준 PC자판에 24자 한글이 담겨진 모습을 보면 왼손은 ㅃㅉㄸㄲㅆ가 shift로, 오른손은 ㅒㅖ가 shift를 사용하고 있어 ㆁㅿㆆㆍ까지 넣으려면 ᄒᆞᆫ글워드의 옛한글 키보드처럼 shift 조합이 더 늘어나야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훈민정음으로 세계의 여러 노래가사를 적어 표기하고 IPA(국제음성기호)나 데바나가리와 비교하며 正音의 우수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무료로 배포되며 한국인이라면 그 우수성으로 흔히 사용하는 ᄒᆞᆫ글 워드를 통해 낯선 외국어 발음표기에 활용하자는 것이지, 한글이란 문자를 치우고 정음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 조선 초기의 왕이 창제했지만 이후에도 조선이 망할때까지도 정부공식문서와 기록은 한자였으며 한글철자의 표준화 작업은 조선 양반계층이 몰락한 1894년 이후 공문서에 한글사용이 시작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조선어학회가 1930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결의할때 주시경이 주도하는 ‘한글파’는 형태주의였고, 박승빈이 주도하는 ‘정음파‘는 표음주의(소리나는대로 적기)로 대립하였는데. 결과적으로 ’ᄶᅡᆷᄲᅩᆼᄭᅡᆨᄯᅮ기‘가 사라지고, ㄲㄸㅃㅉ를 된소리에 사용하고, 분철중심 표기법이 되면서 우리는 시각적으로 깔끔한 24자 한글을 가지게 되었으며 ㆁㅿㆆㆍ가 없는 것이 문자로서 장애가 되지도 않는다. 마트에서 베트남産 라면봉지를 관찰하거나 후에 나올 베트남가수의 노래가사 표기를 보면 느끼겠지만 정확한 소리표기에 천착하다보면 시각적으로는 지저분해진다. 교향곡의 악보처럼 복잡한 표기로 한올의 음이라도 더 정확히 묘사하려는 건 음악가에게는 중요하겠지만, 문자는 결국 책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고, 독서는 눈으로 하는 것이지 귀는 필요없는 행위인데 지나치게 소리묘사에 매달리면 시각을 통해 뜻을 전달하려는 문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한다. 타이핑이 편하려면 일단 자모갯수가 적은 것이 유리하고, 자잘하게 달라붙는 첨자(diacritics)가 없어야 하고 서로 다른 자음2개를 조합하는 합용子의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또한 전국민 의무교육을 통해 맞춤법을 통일해야 방대한 문서의 검색이 원활한데, 모양과 음이 비슷한 자모가 중복으로 존재하거나 자음/모음 사이에 끼어 도깨비불 현상을 일으키는 ㆍ는 방해가 된다. 한글은 이름그대로 ’글‘인 것이고. 훈민정음은 이름 그대로 ’音‘인 것인데. 이것에 대해 말하면 위대한 한글이 중국한자의 발음기호였다고? 식으로 맘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대단한 애국자인양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네에 중국인이 하는 양꼬치 식당이 있다면 그 간판을 들여다보자. 간판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지 않으며 오직 시각매체로서 미술관의 작품처럼 견고한 프레임 속에 표구되어 LED display를 통해 도시의 밤을 비추고 있다.

왼쪽부터 양의 머리, 몸통단면, 꼬치에 끼워진 고기가 보인다. 몸통사이 내장과 근육을 묘사한 필획이 꿈틀거린다. 반면 한글에 그런 시각성은 없다. 오직 시장의 손님들이 저 꼬치고기를 부르는 소리를 캐치하였다. 영화제작으로 치면 한쪽은 카메라 감독이고 한쪽은 오디오 감독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자 독음을 표준화 하겠다는 시도나 훈민정음의 철자를 표준화 하려는 의지가 근본적으로 어떤 꿈을 꾸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국가 운영자 입장에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또 인정해야 하는 것은 두가지 방식이 택한 매질자체가 한쪽은 이미 아무나 철자를 바꿔쓸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고, 한쪽은 천년전 시장소리나 오늘의 시장소리 미래의 시장소리를 녹음하지 못할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다. 영화가 명작이 되려면 video감독도 배경에 깔릴 OST에 신경쓰고, audio 감독도 매칭될 영상을 배려해야 겠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필름트랙 위에 서있다.《양꼬치 식당주인도 pinyin으로 적지 않았고. 한국손님도 串의 독음에 관심이 없다》
누가 교육하지 않았어도 식당주인이나 한국손님이나 두 문자의 태생적 본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한국인의 문자로서 정비된 한글이 시장속 모든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된다. 28자로 구성된 음성recorder인 正音의 장기를 살려 쓰는 방법은 특정조합(combination)이 표현하는 소리의 범주를 확인하는데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챕터의 제목이 ‘ㆁㅿㆆㆍ의 음가’이지만, 중세국어에 남아있는 4字의 발자국을 사냥꾼처럼 추적해서 그것들의 음가를 이러저리 추정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해례본이나 세종당시 출간된 서적에 표기된 사례들만 간단히 스케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해례본에서 밝힌 17자음들의 오행분류와 음양분류를 근거로 하여 추출한 합용字의 소리를 찾다보면 오히려 ‘ㅿㆆ의 음가’가 명확해지는 측면도 있다. 합용자음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아래그림의 왼쪽처럼 한글의 겹받침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의 다소낯선 조합은 중세국어에 출현했던 사례들인데 각자병서와 ㅅ계 합용병서가 된소리 표기를 두고 다투었던 역사를 말하면서 등장했던 ‘ㅺㅼㅽㅾ’나 동국정운에서 이영보래(以影補來)로 등장했던 ㅭ, 36자모 표에서 보았던 순경음 ‘ㅸㆄㅹㅱ’을 제외하고는 어떤 소리가 날지 모양만 보고서는 예측이 어렵다. 또 그런 이유로 중세국어의 세월을 거치며 사라진 것이기도 하고. 필자는 正音자음을 천간(天干)으로 보고, 모음을 지지(地支)에 둔 후에 명리학의 이론에 따라 합용되는 조합들의 소리를 추적하려 한다.


27쪽 요지 글자로 보기 (영문 요약 지면)
One Hangul character consists of three parts: “한” is the initial consonant ㅎ + middle vowel ㅏ + final consonant ㄴ (Onset – Nucleus – Coda). The table shows the pronunciation of the three consonants ㆁ·ㅿ·ㆆ that are not used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 ㆁ [ŋ] (ng sound) —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when ㆁ is in a final-consonant position it is marked with an ㅇ.
- ㅿ [ʐ~ʑ] (kinds of z) — as a final consonant it adds a weak-r sound to the preceding vowel, such as ɝ / ɜːr or a retroflex vowel. ex) zebra, hearse, sir, girder, zircon, turtle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 ㆆ [ʔ] (glottal stop) — meaning ‘closed sound’. ex)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According to the yin-yang theory, the five positive heavens(陽天干) and five negative heavens(陰天干) combine to form five pairs of combined consonants in a fixed order. ㅸㆄㅱㅹㅳ는 훈민정음 반포 무렵 간행된 책들에 실제로 등장하는 합용자이고, 나머지 쌍은 음양 원리에 따라 저자가 조합한 것이다(ㆁ가 ㅣ로 바뀜다는 ‘전생’ 이야기는 뒤에서 설명). 지면의 표는 다섯 쌍의 오행과 결합강도(bond strength)를 정리한다.

28쪽 요지 글자로 보기
正音의 12모음으로 이뤄진 〈모음나침반〉 중 동서남북(ㅣㅡㆍㆆ)의 배치 속에서 ‘ㆁㅿㆆㆍ’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성대의 떨림을 의미하는 ㆍ(남쪽)와 성대떨림의 멈춤(폐쇄)을 의미하는 ㆆ(북쪽)이 수직으로 대립하고 있다. 모든 모음은 유성음(성대의 진동이 있음)이므로 ㆍ는 ㅏㅓㅗㅜ 표기에 포함된다.
ㄴㄹ는 비강을 울리는 비음으로 종성에 오면 길게 늘어지게 발음될 수 있는데, 짧게 발음한다고 표시하고 싶으면 성대떨림의 중단을 의미하는 ㆆ를 받침에 함께 넣어 一·月印의 옷표기 꼴로 적는다(이영보래 ㅳ — 지면 그림 참조). ㄴㄹ 종성이 아니라도 button·britain을 발음하는 동안 성대떨림의 짧은 휴지기가 있으므로 버ᇹ튼·브리ᇹ튼 식으로 표기하면 된다.
가획 단계의 이치가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 기본 ㆁㄴㄹㅁㅿㅇ은 공명음으로서 종성에서 앞선 모음을 꾸며주고, ㄱㄷㅂㅈㆆ는 종성에서 앞음절·뒷음절을 구분해주며, ㅋㅌㅍㅊㅎ(무성폐쇄음)는 더욱 강력하게 분리시킨다. 동일한 이치로 종성에 ㄱㄷㅂㅈ가 오면 ㆆ계열에 속하므로 저절로 음절 단위로 끊어져 발음됨을 알 수 있다.
여름 vs 겨울의 대립, 즉 ㆍ vs ㆆ의 대립이 성대떨림 vs 떨림중단이라면, 봄 vs 가을의 대립 즉 ㅣ vs ㅡ의 대립은 무엇을 의미할까. 봄은 나무가 싹을 티우고 가지를 뮿는 계절이다. ㅣ-ㅏ를 연이어 발음하면 ㅑ가 되고 ㅣ-ㅜ를 연이어 발음하면 ㅠ가 되니, ㅑㅕㅠㅛㅒㅖ는 나뭇가지가 증식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나무가 뿌리에서 물 빨아들이기를 멈추어 나뭇잎을 말려 낙엽지게 하는 계절로 오행 중 金에 속하고, 나무꾼의 도끼가 나무를 찍어 한 세대를 마감한다. 영어 school은 ‘oo’가 모음인 1음절 단어인데 한글로는 [스쿨]로 2음절 단어가 된다 — school에는 없던 ‘ㅡ’ 모음이 들어가 1음절 단어를 2음절로 분절시킨다.

29쪽 요지 글자로 보기
특히 성모+운모로 이뤄진 중국어는 성조에 따라 운모가 짧게도/길게도 아코디언처럼 변화하는데, 봄철에 가지치듯 음을 덧붙이는 ㅣ와 가을철 도끼처럼 잘라내는 ㅡ를 正音 모음의 동-서 axis로 삼은 것은 “노래하는 언어”인 성조언어를 표기하는 데 척추 같은 역할을 한다. 북경어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설치음 zi ci si와 권설음 4성 zhì chì shì는 즌·칲·씼 — ㅢ(卯酉沖) 형태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성대떨림(vibration of vocal cord)을 뜻하는 ㆍ와 떨림의 멈춤(pause of vibration)인 ㆆ가 합쳍지면, 불빛 한 번 깜박이듯 ㅏㅓㅗㅜ 중 뭔지 모를 소리가 짧게 울리자마자 멈춘 것이 된다 — IPA의 schwa [ə]는 ㆆ+ㆍ(ᅙᆞ)로 표기하면 그럴듯하다.
오행 중 土는 동서남북에 속하지 않고 중앙에 위치하여 밸런스를 잡으며 지구(earth)를 의미하기도 한다. 차가움(북) vs 뜨거움(남), 습한 기운(봄) vs 건조한 기운(가을) 양극단에 속하지 않으니, 극단적인 우주라는 환경에서 사람 살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구이다.
〈모음나침반〉에서 ‘ㆁㅿㆆㆍ’는 남-북 axis 상에 수직으로 도열한다. ㆁㅿ는 둘 다 ㅇ계열로서 음성학적으로 공명음(sonorant)이며, 자음이지만 모음처럼 울리는 성향이 있다. ㆁ가 초성에 올 때 [ŋ]의 미약한 울림을 묘사할 수 있지만 한글에서는 ‘ㅇ’ 표기로 대체된 것과, ㅿ가 종성에 올 때 weak-r의 미약한 울림이 있지만 중세국어에서 ㅿ를 포함한 단어들(가을·마음·여우의 옷꼴 — 지면 그림 참조)에서 ㅿ가 실종되어 간 것을 보면, ㆁㅿ 둘 다 얼굴로 치면 눈·코·입처럼 굵직한 선이 아니라 속눈썹처럼 섬세한 부위를 디테일하게 표시하는 데 쓰였으므로, 28자 훈민정음이 문자로 간소화·정비되는 과정에서 삭제된 것도 자연스럽다 하겠다.
외국어 발음의 正音표기에서는 — 종성ㆁ로 프랑스어 비모음(nasal vowel: ã ɛ̃ ɔ̃ œ̃)을 강조해 표기할 수 있고, 베트남어의 어두 [ŋ] 발음은 초성ㆁ로 표기할 수 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데바나가리의 권설음(retroflex) 표기에는 종성ㅿ가 사용된다 — ISO 표기가 로마자 밑에 점을 찍어 별도의 특수자 입력이 필요한 것에 반해, 正音은 기본 28자에 속하는 ㆁㅿ를 종성에 사용하면 미묘한 디테일까지 커버할 수 있다. 한편 바로 다음 장의 자음 10천간으로 보면 ㆁ(乙) vs ㅿ(辛)는 상충(相沖)하니, 종성 자리에 함께 와서 겹받침이 되면 음가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주) 공명음(sonorant)은 성도에서 난류 없이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공기가 흘러 만들어지는 말소리로, 모음과 비음·유음 등이 속하며 대부분 유성음이다. 공명음이 아닌 소리는 장애음(obstruent)이라 부르며 파열음과 마찰음 따위가 속한다.
주석
- 3) 오행 순환에 대해서는 조각글 ‘지장간이 말해주는 전생이야기‘의 속 오행 설명을 보는 것이 좋다.
- 4) [박대종의 문화소통] 훈민정음 가획의 원리, ‘거셈’이 아니라 ‘빠름’
- 5) 해례에서 청탁에 따른 자음분류에서 ㆆ는 전청이고 ㅇ은 불청불낙이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