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制字解) – 초성 17자의 제자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制字解)의 원문과 번역을 따라가며, 초성 17자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지고 획을 더해 확장된 원리, 아설순치후를 오행·계절·방위에 배치한 구조를 표로 정리합니다. 영문 요약도 함께 실었습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8–15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책 지면 그대로 보시려면 원문 PDF를 내려받으세요.

해례본은 다섯해설과 한 예시가 실렸기에 해례라고 하며, 훈민정음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이를테면 ‘설정집’으로 1940년에 와서야 발견되었다.《훈몽자회》를 쓴 최세진 역시 해례본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인용만 했으며, 일제식민지 시절까지도 ‘세종이 변소에서 문살을 보다 깨닫고 만들었다더라’는 유래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해례본의 발견으로 인해 창제원리에 대해 알려지긴 했으나, 사실 그 내용이 꽤 어렵고 난해해서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원리에 대한 해석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자음의 경우 혀나 입술 같은 발성 기관을 본따 만들었다고 쓰여있지만, 모음은 성리학 이론과 관련된 천지인을 가져와서 만들고 조합한 것이라 서술되어 있어서 학자들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해례본의 구성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구성과 순서: 세종의 글(어제 서문, 예의)과 신하의 글(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 정인지 후서) 도표

해례본 전문은 한자로만 되어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의무교육으로 배우는 나랏말ᄊᆞ미~로 시작하는 것은 예의(例義)를 ‘정음’으로 적은 것으로 예의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지만 편의상 언해본이라 부른다. 1459년(세조5년)에 간행된 월인석보 1권 첫머리에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이라는 제목하에 어제서문과 예의가 正音으로 적혀있는 부분이다. 해례본이 발견된 곳은 공교롭게도 한학의 고장인 안동과 상주인데 어릴때부터서당에서 한자와 한학을 배운 적 없는 필자는 한학자들의 다양한 번역본을 참조하였다. 한문은 글자1字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측면이 있어 조심스러우나, 언해본의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는 우리말이지만 이 또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인터넷 논쟁에서 보았을 것이다. 필자는 순전히 음양오행적 구조로서 해례본의 내용을 설명함으로, 한학자들처럼 한자1字의 유래와 고전문장에서의 사용례를 각자 들고와서, 서로의 해석이 맞다고 다투거나 할 일은 없어보인다. 다만 청음·탁음에 관해서는 신숙주의 동국정운과 삼십육자모의 챕터에서 ‘역사적 순서에 의한 방법’으로 설명할 것이다.

제자해(制字解)는 〈임금의 글〉이 끝나고 사실상 신하들이 구조설명의 본론을 꺼내는 맨앞장이다. 그리고 제자해 첫문장은 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 ‘천지의 원리는 오로지 음양과 오행뿐이다’로 시작한다. 이후 문장들도 음양오행의 이치에 관한 것이다.

제자해 (制字解)

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

천지의 원리는 오로지 음양과 오행 뿐이다.

坤復之間爲太極 而動靜之後爲陰陽

곤(坤)과 복(復)의 사이가 태극이 되어 움직이고 멈춘 후에 음양이 생겨났다.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 捨陰陽而何之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어떤 생명이든 음양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 顧人不察耳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에는 모두 음양이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살펴서 깨닫지 못한 것일 뿐이다.

今正音之作 初非智營而力索

이제 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슬기로 마련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 아니라. 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

다만 그 원래있던 성음원리를 바탕으로 이치를 다한 것 뿐이다.

理旣不二 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

이치는 둘이 아니니 어찌 천지와 귀신이 그 사용을 같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 初聲凡十七字

훈민정음 28字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초성은 모두 17字다.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 아음(어금니 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舌音ㄴ 象舌附上腭之形 설음(혓 소리) ㄴ은 혀(끝)가 윗 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脣音ㅁ 象口形 순음(입술소리)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齒音ㅅ 象齒形 치음(잇 소리)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喉音o 象喉形 후음(목구멍 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ㅋ比ㄱ 聲出稍 故加劃

ㅋ은 ㄱ에 비하여 소리나는게 세게 나는 까닭으로 획을 더하였다.

ㄴ而ㄷ ㄷ而ㅌ ㅁ而ㅂ ㅂ而ㅍ ㅅ而ㅈ ㅈ而ㅊ o而ㆆ ㆆ而ㅎ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

其因聲加劃之義皆同

그 소리(의 세기)를 바탕으로 획은 더한 뜻은 모두 같다.

而唯ㆁ爲異 半舌音ㄹ 半齒音ㅿ 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 無加劃之義焉

그러나, 오직 ㆁ이 된 것은 다르다. 반설음ㄹ과 반치음ㅿ 역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떠서 그 모양을 달리했지만, 획을 더한 의미는 없다. → ㆁㄹㅿ는 가획되지 않았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10쪽: 가획 횟수에 따른 자음 분류와 아설순치후·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 표, 오행·계절·방위 대응
10쪽 요지 글자로 보기

요약하면 우주만물의 원리는 음양·오행인데 성음원리 또한 그것을 따르니, ‘이치는 둘이 아니니 천지(원리)와 귀신(인간의 발명품)이 그 사용을 같이한다’고 하였다.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라 자음은 아설순치후(오행)로 나뉘고, 모두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뜰으며, 가획자와 非가획자를 명시하였다. 가획 횟수에 따라 나누면 —

  • 기본 ㆁㄴㄹㅁㅿㅇ — 공명음으로서 종성에서 앞선 모음을 꾸며준다.
  • 한 번 가획 ㄱㄷㅂㅈㆆ — 성문음이 종성에서 앞음절·뒷음절을 구분해준다.
  • 두 번 가획 ㅋㅌㅍㅊㅎ — 무성폐쇄음(p k t)이 더욱 강력하게 분리시킨다.

이후 자음을 오행에 따라 특성을 나누는데 이것은 명리학적 설명방식과 동일하다. 조선시대에는 음양오행을 모르면 현대에 시계 보는 법, 달력 읽는 법, 나침반 보는 법을 모르는 사람과 같았다 — 명리학은 조선 선비들의 상식이었다. 지면의 표는 해례본의 자음을 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 × 아설순치후로 정리하고 오행·계절·오음·방위(木-봄-東 …)를 대응시킨 것으로, 이후 모음해설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니 충분히 익혀두는 것이 좋다. 동쪽이면 木이고 계절로는 봄인데, 正音에서 양목은 ㄱㅋ이고 음목은 ㄲㆁ라는 식으로 익혀야 한다.

음양 구분 시 음에 속하는 불청불탁(ㆁㄴㄹㅁㅿㅇ)의 기본자형들이 공교롭게도 현대음성학의 공명자음(sonorant)이다. 예를 들어 ㄹ은 유음이라 공명도가 높아 사실상 자음보다 모음에 가까워, 자음으로 끝나는 어간에는 매개모음을 수반하는 어미가 결합하지만 ‘ㄹ’ 받침 어간에는 매개모음 없는 형태가 붙는다(먹으면·안으면 vs 살면). 우리는 한글을 이런 식으로 익힌 적이 없으며, 그리 이해한들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다.

종성을 가획자/비가획자로 분류한 표를 보고, 근처의 아무 잡지나 책을 펴서 어떤 받침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빈도를 살펴보자. 불청불탁에 해당하는 ㆁㄴㅁㄹ의 등장 횟수가 압도적일 것이고, 그 다음이 한 번 가획된 ㄱㄷㅂㅈ일텐데 그중 ㅂ이 많다. ㅂ은 土行이라서 나머지 목화금수 4行에 비해 중립적이고 다른 것들과 무던하게 섞이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압도적으로 등장하는 종성은 ㅇ인데, 훈민정음 체계는 종성ㅇ의 표기를 생략하기로 했다.)

종성을 가획자/비가획자로 분류한 표를 보고, 근처에 있는 아무 잡지나 책을 펴서 어떤 받침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빈도를 살펴보자. 불청불낙에 해당하는 ㆁㄴㅁㄹ의 등장횟수가 압도적일 것이고, 그 다음이 한번 가획된 ㄱㄷㅂㅈ일텐데 그 중 ㅂ이 많다. ㅂ은 土라서 나머지 4行 목화금수에 비해 중립적이고 다른 것들과 무던하게 섞이기 때문이다. 사실 ㆁㄴㅁㄹ보다 압도적으로 등장하는 종성은 ㅇ이다. (훈민정음 체계는 종성ㅇ의 표기를 생략하기로 했으니) 이제 해례본은 종성의 제자해 부분을 지나 초·중·종의 어울림을 설명하면서 초성 對 중성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以初聲對中聲而言之

초성 對 중성에 관해 말하자면

陰陽 天道也 剛柔 地道也

陰陽(음양)은 하늘의 이치요, 剛柔(강유)는 땅의 이치라.

中聲者 一深一淺一闔一闢

중성이 한편으로 깊으면, 다른 한편은 얕고, 한편이 합闔이면, 다른 한편은 벽闢이니(모음이 대립된 변별자질을 가짐을 말하고 있다)

是則陰陽分而五行之氣具焉 天之用也

이는 곧 음양으로 나뉘나 오행의 기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니 하늘(ㆍ)의 작용이다.

初聲者 或虛或實或颺或滯或重若輕 是則剛柔著而五行之質成焉 地之功也。

초성은 어떤 것은 허(虛)하고, 어떤 것은 실(實)하며, 어떤 것은 날리고 어떤 것은 엉기 며 어떤 것은 무겁거나 가벼우니, 이는 곧 강(剛)과 유(柔)가 드러나서 오행의 바탕이 이루어진 것이니, 땅의 공(功)이다.

中聲以深淺闔闢唱之於前 初聲以五音淸濁和之於後

중성이 심,천,합,벽으로 앞의 것(초성)을 부르면

초성은 5음의 청,탁으로 뒤의 것(중성)에 화답하는데 而爲初亦爲終 亦可見萬物初生於地 復歸於地也

초성이 되기도 하고, 종성이 되기도 하는 것은

역시 만물이 땅에서 처음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

강유(剛柔)는 굳건함과 부드러움인데, 이는 땅의 功이라 하였다. 천지인 구성에서 보면 地는 ‘ㅡ’이다. 자음들의 굳건함/부드러움을 만드는 것이 가획된 ‘ㅡ’임을 의미한다. 가획되지 않는 불청불낙들이 부드러운 것이고, 地(ㅡ)가 1번 들어간 가획자들은 좀더 굳건해지고, 2번 들어가면 가장 굳건해진다. (모음 입장에서 보면 자기 뒤에 붙는 자음(종성)의 강유가 음절간 구분을 결정하지만, 앞음절의 종성또한 연음되면 초성처럼 붙는 것이니, 종성부용초성(終聲複用初聲) 구조를 땅에서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이치라고 하였다.

종성해에서는 기본자와 가획字의 차이를 speed의 개념(촉급)으로 설명하고 있다.

五音之緩急 亦各自爲對 如牙之ㆁ與ㄱ爲對 而ㆁ促呼則變爲ㄱ而急 ㄱ舒出則變爲ㆁ而緩

五音의 느리고 빠름이 각기 짝이 있으니. 어금닛소리의 ㆁ은 ㄱ과 짝이 되어

ㆁ음을 빨리 발음하면 ㄱ음으로 변하여 급하고, ㄱ음을 느리게 내면 ㆁ음으로 변한다.발음시 입안을 흐르는 기류 속도가 100m 달리기로 치면 ㄱ은 남자같이, ㆁ은 여자같이, ㅋ(快)는가장 빠르니 우사인 볼트처럼 달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해례본은 자신이 분류한 불청불낙/전청/차청 간의 차이를 ‘종성에서 쓰일때’ ‘초성에서 중성과의 관계’ ‘speed 차이’로서 총3가지 측면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자음 중에서 가장 움직임과 변화가 많은 것은 가획되지 않은 불청불낙(ㆁㄴㄹㅁㅿㅇ)이고, 그 중 ㅁ은 土이며 ㅿㅇ은 활동성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이니, 불청불낙 중에서도 봄·여름에 해당하는 ‘ㆁㄴㄹ가 가장 다이나믹하겠구나’ 정도를 생각하고 〈전탁의 음가문제〉로 넘어가 보자.

초성은 天(ㅇ/ㆍ, 움직임)과 地(ㅡ, 가획·멈춤), 중성은 천(ㆍ)·인(ㅣ)·지(ㅡ), 종성은 天과 地(가획)로 나눈 도식

해례본에서 각자병서(ㄲㄸㅃㅉㅆㆅ)로 표기된 ‘전탁’이란 것이 된소리를 말하는 것인지 유성자음인지는 학자마다 아직 논란이 있다. 필자는 신숙주의 동국정운 서문의 내용이나 삼십육자모에서 전청/차청/전탁/차탁의 분류를 볼때 15c의 각자병서는 유성자음을 뜻한다고 결론내릴 것인데, 귄위있는 학자도 아닌 필자가 어떤 결론에 동조하건 중요한 것은 현대한글의 각자병서는 된소리 표기에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훈민정음을 가지고 실생활에 필요한 외국어 발음표기에 활용하는 것이 1차 목적이며. 한글 적을 때는 각자병서가 된소리이고, 일본어나 산스크리트를 正音으로 적을 때는 ‘각자병서를 유성자음으로 여깁시다’ 같은 헷갈리는 제안은 하지 않는다. 24자 한글의 現사용법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추가 4字를 더해 외국어발음을 적는 것이 목적임으로 유성자음 표기법이 없는 현대한글 맞춤법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것이다.

후에 나올 산스크리트 문자인 데바나가리의 자음구성을 보면 무성무기, 무성유기, 유성무기, 유성유기 4가지 자음 set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느 국가는 무성음 위주이고, 어느 국가는 유성음 위주의 말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저렇게 자음을 풀세트로 구성한다고 장땡은 아니다. 오히려 배우고 익힐 자음이 증가하니 오늘날 흔히 쓰는 말로 “로딩이 증가하고 프로그램이 무거워진다” 한국인의 언어사용에서 유성자음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고, 경음(된소리)의 구분표기가 중요하다면 그것에 따르는 것이 맞다. 몽골 파스파 문자창제 과정을 봐도 전청字를 가져다 전탁음 표기에 쓰기도 하며 서로 자리를 바꾼다. 명리학에는 이렇게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일부를 없다고 치는 사고방식이 흔하다. 예로 기문둔갑이라는 것은 天干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 첫번째 글자 甲이 둔갑해서 사라졌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9개의 글자를 구궁도(九宮圖)에 배치해 점을 친다. 또 사주는 8글자로 되어 있는데 천간 4글자가 있지만, 나머지 6글자도 보이지 않을뿐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풀이한다. 쉽게 예를 들면 총 10명의 식구가 나오는 가족드라마인데, 당신 사주는 그중 4명만 등장했던 에피소드 한편이라는 것이다. 한글에 유성자음 표기용 문자가 없다해서 한국인의 발음 속에 있던 유성자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중어말에도 있고 영어회화를 할때도 나타나고, 앙드레 김은 한국말을 할때도 어두까지 모두 g d b z로 발음한다.

책의 중간중간에 세계 각국의 노래소리를 정음으로 표기할 것인데, 유성자음 구분표기가 필요한 것은 日語정도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g d b z를 ‘ᄓᅡᄕᅡᄖᅡᅀᅡ’로 표기하면 된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13쪽: 제자해의 초성 오행·계절·방위·음색 대응표(風 木 火 土 金 水)와 ㅇㆆㅎ 용매 비유
13쪽 요지 글자로 보기

영어 g d b는 유성자음이고, k t p는 무성자음이다. ng n l r m은 공명음이다. 네모칸 안에 훈민정음과 매칭된 로마자 표기는 편의를 위한 것이다.

s사운드는 네모칸 바깥에 표시했는데, 뒤에 나올 데바나가리 체계에서 주요자음을 유성·무성 × 유기·무기의 4set로 나누면서 s사운드는 무성마찰로, h사운드는 유성마찰로 따로 정리한 것과 대조해 보면 흥미롭다. s사운드는 조음기관에 흐르는 기류의 속도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데, 한글표기에서는 느긋하게 흐르는 기류는 초성ㅅ, 음절 사이를 가볍게 짚고 갈 때는 사이ㅅ, 확실하게 폐쇄음임을 표기할 때는 종성ㅆ을 사용하고 있다(예시 ‘그늜었었지’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국어학자 주시경은 ‘ㄱ+ㅎ’ ‘ㄷ+ㅎ’ ‘ㅂ+ㅎ’ ‘ㅈ+ㅎ’가 ㅋㅌㅍㅊ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앞음절의 종성이 ㄱㄷㅂㅈ이고 뒷음절 초성이 ㅎ일 때 충돌하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위 도표의 관점에서는 ㅇㆆㅎ는 모두 水이고 용매(solvent)의 종류라고 볼 수 있다. ㅇ는 연수(soft water)이고, ㆆ는 경수(hard water)이고, ㅎ는 매우 탁한 용매(milk)이다. 커피라는 동일한 용질(solute)이 3가지 용매에 녹으면서 맛이 달라진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ㄱ+ㆆ’ ‘ㄷ+ㆆ’ ‘ㅂ+ㆆ’ ‘ㅈ+ㆆ’는 무엇이 될까? 숫자1은 업무의 일과 다르게 발음하며, 훈민정음으로는 [ᅙᅵᇙ]이라고 표음할 수 있다. ㆆ는 glottal stop으로서 음의 폐쇄를 뜻하니, 커피를 ㅎ용매 대신 ㆆ용매에 타면 성문의 긴장도가 강하여 딱딱 끊어 읽는 소리가 된다.

  • ㆁㄴㄹㅁㅿ(tea)를 ㆆ(hard water)에 녹이면 ㄱㄷㅂㅈ이 되고
  • ㄱㄷㅂㅈ를 ㆆ(hard water)에 녹이면 ㄲㄸㅃㅉ가 되고
  • ㄱㄷㅂㅈ를 ㅎ(milk)에 녹이면 ㅋㅌㅍㅊ(격음)가 된다.

ㄲㄸㅃㅉ는 15세기 훈민정음에서 유성자음(g d b j)을 표기하는 용도였으나, 현대 한글에서는 된소리(경음)를 표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正音 자음의 형태는 논리적으로 치밀하고 일관성이 있어서, ㆁㅁㅿ은 ‘ㅇ’와 위상이 같고, ㄱㄷㅂㅈ은 ‘一’을 포함하고, ㅋㅌㅍㅊ는 ‘二’를 포함하며 유기음(aspirated)이다.

Hunmin(正音) was created by King Sejong the Great, the third king of the Joseon Dynasty. The Joseon Dynasty was founded in 1392 by Sejong's grandfather, King Seonggye, and lasted for more than 500 years. Sejong was born in 1397, became king in 1418, and reigned until his death in 1450. Even after Sejong issued the Hunmin(正音), official documents of the Joseon Dynasty were still written in Chinese characters, and education in Chinese characters was important for the ruling class of Joseon society, the yangban, to become bureaucrats by examination. 正音 can be translated as correct sound or orthophonics, indicating that it is a phonetic character. In modern Korean pronunciation, voiceless consonants are divided into three groups: lenis, aspirated, and fortis, of which we currently use ㄲㄸㅃㅉ to represent fortis. However, in the 15th century, the Dongguk Jeongwoon (東國正韻), which was compiled by Shin Sook-joo, a minister of King Sejong the Great, to standardise and compile the pronunciation of reading Chinese characters in Joseon, used the letters ㄲㄸㅃㅉ to represent voiced consonants (g d b z). Over time, and after some debate, around 1910, ㄲㄸㅃㅉ began to be used to represent pre-glottalized consonants(hard-consonant).

【東國正韻Transliteration of Chinese characters】

東國正韻 Transliteration of Chinese characters: 15c lenis·aspirated·voiced·fortis·nasal&liquid 분류를 아음·설음·순음·치음·후음별로 정리한 표

The Haeryebon is a manual and worldview setting for Hunmin(正音), explaining the structure of the initial consonant, middle vowel, and final consonant through yin and yang theory and the five movements, the cosmology of the East asia. There are five explanatory sections and one example section. The character creation note(制字解) explains how to design 28 symbols. 'Adding bars' is an important element of consonant design. The basic form of the consonant is ㆁㄴㅁㅿㄹ and add one bar to it, you get ㄱㄷㅂㅈ. If you add two bars, you get ㅋㅌㅍㅊ.

Because the default ㆁㄴㅁㅿㄹ is a resonant consonant, it embellishes the preceding vowel when it comes to final consonant. On the other hand, if the finalconsonant is ㄱㄷㅂㅈ with a bar in it, it will distinguish between front and back syllables.

Hunmin consonants grouped by added strokes: default ㅇㄴㄹㅁㅿ는 공명음, +一 ㄱㄷㅂㅈㆆ는 음절 구분, +二 ㅋㅌㅍㅊㅎ는 더 강한 분리

The bar stands for dirt and earth, and earth is very heavy, so it anchors the syllable.The chapter that discusses the final-consonant note(終聲解) describes consonants in terms of slow and fast. We say that the more bars are added, the faster the consonant is, so ㅋ[k] is faster than ㄱ[g], and a faster ㅇ becomes ㆆ, and so on.If you stick to the 20th-century Hangul system, there's no way to represent voiced consonants, because ㄲㄸㅃㅉ are used to represent hard consonants. For the purposes of this book, we'll use the additional four consonants while maintaining the Hangul transcription laws, which does not differentiate between voiced and voiceless consonants. If you want to differentiate between voiced and voiceless consonants in Japanese, you can use ‘ᄓᅡ ᄕᅡ ᄖᅡ ᅀᅡ’ as ga da ba za.

Shin Sook-joo(申叔舟, 1417~1475) was a bachelor of languages and was fluent in eight East Asian languages, including Chinese, Japanese, Mongolian, Yujin, and Yugu. He participated in the compilation of the Haeryebon and is believed to have played a central role in the compilation of the Dongguk Jeongwoon (東國正韻, 6 volumes in total) as he wrote the preface. To record the pronunciation of Chinese characters in

오행·현대 병음(pinyin)·15세기 신숙주 변형자·이 책의 제안을 순음·치조음·설근음·권설음·치음·구개음별로 정리한 표

In Mandarin, jqx is a sound that originated in the Manchurian region and is almost identical to the Korean ㅅㅈㅊ. Meanwhile, 쯔츠 쓰in modern Korean are used in many Chinese language schools in Korea to represent ZCS.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8–15쪽.

ㆁ ㅿ ㆆ ㆍ의 음가 – 옛이응·반치음·여린히읗·아래아

훈민정음 28자 가운데 오늘날 쓰지 않는 네 글자, ㆁ(옛이응)·ㅿ(반치음)·ㆆ(여린히읗)·ㆍ(아래아)의 음가를 해례본(제자해·초성해·종성해·합자해·용자례)의 원문과 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의 용례로 정리하고, 외국어 발음을 正音으로 적을 때 이 네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설명합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책 지면 그대로 보시려면 원문 PDF를 내려받으세요.

정음28자를 온전히 사용하자면 지금은 사라진 4字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인데. ㆁ의 음가는 [ŋ]로 이것은 표기만 사라졌을 뿐, 현대국어에 살아있는 ‘종성ㅇ’를 통해 쉽게 음가를 알 수 있다. 해례본에서 ㆁ에 대해 언급된 부분들을 정리해보자. 제자해에서는

唯牙之ㆁ 雖舌根閉喉聲氣出鼻 而其聲與o相似 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

다만, 어금니 소리(아음) ㆁ은 비록 혀뿌리가 후두를 막아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지만,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여 운서에서도 ㆁ가 초성인 의(疑)자와 ㅇ가 초성인 유(喩)자가 자주 서로 섞여 사용된다.

今亦取象於喉 而不爲牙音制字之始

盖喉屬水而牙屬木 ㆁ雖在牙而與o相似 猶木之萌芽生於水而柔軟 尙多水氣也

지금 ㆁ자를 목구멍에서 본떠 만들었으나, 어금니 소리의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지 않은 것은, 대개 목구멍은 물(오행의 水)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오행의 木)에 속하여 ㆁ은 비록 아음이지만 ㅇ과 비슷하며,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지만 부드러워서 오히려 물기운이 많음과 같다.

> 같은 아음인데 ㄱㅋ의 모양이 ㆁ을 기본자형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과

ㆁ는 오히려 ‘후음ㅇ’와 비슷한 모양인 이유를 오행을 근거로 말하고 있다.

> 목화㊏금수 오행은 단순히 일직선 상에 도열한 기차가 아니라 회전운동을 한다. 목화금수·목화금수·목화금수 반복으로 수→목이 무한순환의 고리3)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서 보면 얼마나 타당한 자형 디자인인가.

해례본의 설명처럼 오행상생 중 ‘수생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부메랑⋁가 ㄱㄴㅅ 으로 아음→설음→치음으로 옮겨다니며 기본자형이 된다고 볼수도 있다.

훈민정음 초성 17자를 아음(木)·설음(火)·순음(土)·치음(金)·후음(水)과 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으로 분류한 표

初聲解(초성해) -業의 초성은 ㆁ이고 ㆁ와 ᅟᅥᆸ이 어울려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終聲解(종성해) -洪字終聲是ㆁ,ㆁ居ᅘᅩ終而為ᅘᅩᇰ之類。

洪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用字例(용자례) -초성ㆁ,如러ᅌᅮᆯ〮為獺,서ᅌᅦ〮為流凘。

ㆁ는 너구리(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 초성ㆁ 러울(獺)·서에(流凘), 종성ㆁ 굼벙(蠐螬)·올창(蝌蚪)

ㆁ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버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차ᇰ]이 있다.ㅿ。半齒音。如穰字初彂聲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의 처음 발하는 소리(초성)와 같다.制字解(제자해) -ㆁㄴㅁㅇㄹㅿ,為不清不濁。ㆁㄴㅁㅇㄹ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반잇소리ㅿ 또한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 ㅿ자는 가획되지 않았으니 세차거나 촉급(厲)한 음가가 아니라는 것4)

初聲解(초성해) -半舌半齒之閭穰 ㄹ는 반설음이고 ㅿ는 반치음이다.

終聲解(종성해) -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為平上去聲之終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用字例(용자례) -초성ㅿ,如아ᅀᆞ為弟,너〯ᅀᅵ為鴇。

ㅿ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

해례본 용자례: 초성ㅿ 아우(弟)·너새(鴇); 종성ㅿ에 대한 사례는 언급하지 않음

ㆆ。喉音。如挹字初彂聲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制字解(제자해) -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

ㄱ보다 ㅋ소리가 세차고 촉급하여(厲) 가획했듯 ㅇ→ㆆ→ㅎ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初聲解(초성해) -挹虗洪欲迺喉聲 ㆆㅎㆅ ㅇ은 후음이다.

終聲解(종성해) -ㆁㄴㅁㅇㄹㅿ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合字解(합자례) -挹欲於諺用相同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5)

用字例(용자례) -초성ㆆ또는 종성ㆆ에 대한 사례 언급없음

ㅿ와 ㆆ둘다에 해당하는 설명으로 종성해 부분에 촉급(speed)에 관해 설명부분이 있다.종성부용초성이라 했지만 ‘八字可足用也。(우리말소리를 표시하는데는)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하다’로 인해 중세국어동안 7종성 위주였기에 ㅿ/ㆆ가종성에 올 경우의 음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대목이다.

『 종성ㅅ보다 느린 소리가 종성ㅿ이요, 종성ㅇ보다 빠른 소리가 종성ㆆ이다. 』

-五音之緩急,亦各自為對如牙之ㆁ與ㄱ為對,而ㆁ促呼則變為ㄱ而急,ㄱ舒出則變為

ㆁ而緩。舌之ㄴㄷ,脣之ㅁㅂ,齒之ㅿㅅ,喉之ㅇㆆ,其緩急相對,亦猶是也。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ㄴ-ㄷ, 순음ㅁ-ㅂ, 치음ㅿ-ㅅ, 후음ㅇ-ㆆ까지 그 느리고 빠름의 상대성 또한 이와 같다.

ㅇ-ㆆ의 관계를 촉급관계로 설명했으며 ㆁ-ㆆ의 관계가 아님에 주의하자. 종성ㅇ는 음가가 없다고 보며 종성일 때 표기도 생략한다. 그렇다면 종성ㆆ도 음가는 없으면서 speed만 빨라진 소리일 것이다. 종성ㆆ가 ‘사이ㅅ’보다 폐쇄음 표기에 적장자라는 것이 필자의

ㆁ ㅿ ㆆ ㆍ의 음가 – 《正音으로 듣고쓰다》 24쪽: 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의 ㆆ·ㅿ 용례 표와 아래아 음가 논의
24쪽 요지 글자로 보기

종성해의 ‘ㆁ을 빠르게 내면 ㄱ이 되어 빠르고’라는 부분의 예시를 만든다면 ‘앙’ 소리를 급하게 내면 ‘악’이 된다는 것이다. 한글에서 종성ㅇ는 음가 없이 표기가 생략되므로, ‘아’ 소리를 급발진하면 받침ㆆ이 된다는 것.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bottle[ˈbɒtl] 뱄ᇹ틀 식으로 받침ㆆ가 제격이다.

ㆁ의 음가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ㅿ·ㆆ와 관련해서는 해례본 이외에 세종이 사망하기 전인 1450년 이전에 편찬된 책들의 사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 석보상절(1447)의 一切·어버ᅀᅵ(父), 월인천강지곡의 月印·一·二·人·日 등(옷한글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ㆆ의 음가는 현대 한국어에서도 숫자1[ᅙᅵᇙ]과 업무의 일[일]의 발음이 다른 사례로 보면 쉵다. 제자해의 ‘ㄱ보다 ㅋ이 촉급하듯 ㅇ/ㆆ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들어맞는다.

ㆍ의 음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급이 있다 — ㅏ/ㅗ를 각각 녹음해 특정 비율로 섞으면 음가를 찾을 수 있다던가, 모든 소리의 근원이 되니 ‘하늘ㆍ’라 부르자는 제안, ‘깊은 소리 아’라는 이름 등. 필자의 생각에도 조음기관에서 발성의 근원지는 vocal cord가 유일하고 正音 모음들도 ㆍ가 붙어 이뤄지므로 원리적으로는 마땅한 지적들이다. 그런데 ㆍ가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 읽는 사람마다 그 발음을 달리하는 이유가 컸다.

LCD TV의 백라이트 구조에 비유하면 — 인간의 음성에서 ㆍ는 TV가 발산하는 모든 빛의 근원인 백라이트가 되고, ㅡㅣ는 편광필터(polarizer)가 되고, 아설순치후 五色은 컴러필터가 되며, 청/탁의 구분은 컴러필터의 채도(saturation)가 된다. 백라이트 자체는 당연히 순수한 백색이지만 우리가 TV화면에서 보는 백색은 편광필터와 컴러필터를 모두 거친 후의 백색이다. ㆍ 단독사용은 이런 격자무늬 그물망 같은 masking tool을 제거하고 백라이트를 알로 꺼내 순수백색을 표현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시선을 강탈하는 불량화소가 된다. 밤에 화장실 가다 문턱에 엄지발가락을 찧어 무아의 상태에서 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회화적 조음을 거치지 않은 동물 같은 탄식음을 굳이 일상문장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적어도 일반회화 표기에서는 polarizer인 다른 모음과 ㆍ를 조합하여 특정 모음 표기에 사용하는 것이 냫다.

식민지시절을 거치면서 사라진 ㆁㅿㆆㆍ를 다시 되살려써야 한다거나, 일제가 훈민정음을 훼손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거나 여러가지 컴플렉스성 주장들이 있지만, ㅿㆆㆍ는 중세국어(조선)에서도 이미 우리말을 적는데는 음가가 희미해지고, 한자음을 적는 표기로서 사용되었다. 필자의 idea는 현재의 한글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기록하는 문자로서 정리가 잘된 체계이며, 훈민정음과 한글을 합치려 하려하지 말고 별개로 두자는 것이다. ㆁ/ㆆ는 ㅇ와 모양이 비슷해서 만약 아직까지 있었다면 검색엔진에서 단어검색시 너무 여러가지 철자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흔한 응우옌(Nguyen)은 24자 한글조합만 해도 응웬/느웬/응우엔/웬(북한식 표기) 등 다양한데, 만약 여기에 ㆁ/ㆆ까지 가능하다면 Nguyen 하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여러번 분산검색을 해야 할까. ㆍ는 단독표기시 音의 오해뿐 아니라, 위치가 자음과 모음사이에 어중간하게 있어 안그래도 다른나라의 문자에 비해 유니코드내에서 11,172字나 차지하고 있는 조합형 한글코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ㆍ가 포함된 글자와 포함되지 않은 글자의 비례(proportion)를 조율하느라 폰트제작자들은 시달렸으리라. 26자 영어기준 PC자판에 24자 한글이 담겨진 모습을 보면 왼손은 ㅃㅉㄸㄲㅆ가 shift로, 오른손은 ㅒㅖ가 shift를 사용하고 있어 ㆁㅿㆆㆍ까지 넣으려면 ᄒᆞᆫ글워드의 옛한글 키보드처럼 shift 조합이 더 늘어나야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훈민정음으로 세계의 여러 노래가사를 적어 표기하고 IPA(국제음성기호)나 데바나가리와 비교하며 正音의 우수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무료로 배포되며 한국인이라면 그 우수성으로 흔히 사용하는 ᄒᆞᆫ글 워드를 통해 낯선 외국어 발음표기에 활용하자는 것이지, 한글이란 문자를 치우고 정음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 조선 초기의 왕이 창제했지만 이후에도 조선이 망할때까지도 정부공식문서와 기록은 한자였으며 한글철자의 표준화 작업은 조선 양반계층이 몰락한 1894년 이후 공문서에 한글사용이 시작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조선어학회가 1930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결의할때 주시경이 주도하는 ‘한글파’는 형태주의였고, 박승빈이 주도하는 ‘정음파‘는 표음주의(소리나는대로 적기)로 대립하였는데. 결과적으로 ’ᄶᅡᆷᄲᅩᆼᄭᅡᆨᄯᅮ기‘가 사라지고, ㄲㄸㅃㅉ를 된소리에 사용하고, 분철중심 표기법이 되면서 우리는 시각적으로 깔끔한 24자 한글을 가지게 되었으며 ㆁㅿㆆㆍ가 없는 것이 문자로서 장애가 되지도 않는다. 마트에서 베트남産 라면봉지를 관찰하거나 후에 나올 베트남가수의 노래가사 표기를 보면 느끼겠지만 정확한 소리표기에 천착하다보면 시각적으로는 지저분해진다. 교향곡의 악보처럼 복잡한 표기로 한올의 음이라도 더 정확히 묘사하려는 건 음악가에게는 중요하겠지만, 문자는 결국 책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고, 독서는 눈으로 하는 것이지 귀는 필요없는 행위인데 지나치게 소리묘사에 매달리면 시각을 통해 뜻을 전달하려는 문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한다. 타이핑이 편하려면 일단 자모갯수가 적은 것이 유리하고, 자잘하게 달라붙는 첨자(diacritics)가 없어야 하고 서로 다른 자음2개를 조합하는 합용子의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또한 전국민 의무교육을 통해 맞춤법을 통일해야 방대한 문서의 검색이 원활한데, 모양과 음이 비슷한 자모가 중복으로 존재하거나 자음/모음 사이에 끼어 도깨비불 현상을 일으키는 ㆍ는 방해가 된다. 한글은 이름그대로 ’글‘인 것이고. 훈민정음은 이름 그대로 ’音‘인 것인데. 이것에 대해 말하면 위대한 한글이 중국한자의 발음기호였다고? 식으로 맘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대단한 애국자인양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네에 중국인이 하는 양꼬치 식당이 있다면 그 간판을 들여다보자. 간판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지 않으며 오직 시각매체로서 미술관의 작품처럼 견고한 프레임 속에 표구되어 LED display를 통해 도시의 밤을 비추고 있다.

羊肉串 양꼬치 – 한자의 시각성과 한글의 소리 기록을 비교하는 간판 글자

왼쪽부터 양의 머리, 몸통단면, 꼬치에 끼워진 고기가 보인다. 몸통사이 내장과 근육을 묘사한 필획이 꿈틀거린다. 반면 한글에 그런 시각성은 없다. 오직 시장의 손님들이 저 꼬치고기를 부르는 소리를 캐치하였다. 영화제작으로 치면 한쪽은 카메라 감독이고 한쪽은 오디오 감독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자 독음을 표준화 하겠다는 시도나 훈민정음의 철자를 표준화 하려는 의지가 근본적으로 어떤 꿈을 꾸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국가 운영자 입장에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또 인정해야 하는 것은 두가지 방식이 택한 매질자체가 한쪽은 이미 아무나 철자를 바꿔쓸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고, 한쪽은 천년전 시장소리나 오늘의 시장소리 미래의 시장소리를 녹음하지 못할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다. 영화가 명작이 되려면 video감독도 배경에 깔릴 OST에 신경쓰고, audio 감독도 매칭될 영상을 배려해야 겠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필름트랙 위에 서있다.《양꼬치 식당주인도 pinyin으로 적지 않았고. 한국손님도 串의 독음에 관심이 없다》

누가 교육하지 않았어도 식당주인이나 한국손님이나 두 문자의 태생적 본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한국인의 문자로서 정비된 한글이 시장속 모든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된다. 28자로 구성된 음성recorder인 正音의 장기를 살려 쓰는 방법은 특정조합(combination)이 표현하는 소리의 범주를 확인하는데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챕터의 제목이 ‘ㆁㅿㆆㆍ의 음가’이지만, 중세국어에 남아있는 4字의 발자국을 사냥꾼처럼 추적해서 그것들의 음가를 이러저리 추정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해례본이나 세종당시 출간된 서적에 표기된 사례들만 간단히 스케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해례본에서 밝힌 17자음들의 오행분류와 음양분류를 근거로 하여 추출한 합용字의 소리를 찾다보면 오히려 ‘ㅿㆆ의 음가’가 명확해지는 측면도 있다. 합용자음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아래그림의 왼쪽처럼 한글의 겹받침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의 다소낯선 조합은 중세국어에 출현했던 사례들인데 각자병서와 ㅅ계 합용병서가 된소리 표기를 두고 다투었던 역사를 말하면서 등장했던 ‘ㅺㅼㅽㅾ’나 동국정운에서 이영보래(以影補來)로 등장했던 ㅭ, 36자모 표에서 보았던 순경음 ‘ㅸㆄㅹㅱ’을 제외하고는 어떤 소리가 날지 모양만 보고서는 예측이 어렵다. 또 그런 이유로 중세국어의 세월을 거치며 사라진 것이기도 하고. 필자는 正音자음을 천간(天干)으로 보고, 모음을 지지(地支)에 둔 후에 명리학의 이론에 따라 합용되는 조합들의 소리를 추적하려 한다.

현대 한글 겹받침(왼쪽)과 중세국어에 나타난 합용병서 조합(오른쪽) 표
《正音으로 듣고쓰다》 27쪽: ㆁ(ng), ㅿ(z, weak-r), ㆆ(glottal stop)의 발음을 영문으로 설명한 지면
27쪽 요지 글자로 보기 (영문 요약 지면)

One Hangul character consists of three parts: “한” is the initial consonant ㅎ + middle vowel ㅏ + final consonant ㄴ (Onset – Nucleus – Coda). The table shows the pronunciation of the three consonants ㆁ·ㅿ·ㆆ that are not used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 ㆁ [ŋ] (ng sound) —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when ㆁ is in a final-consonant position it is marked with an ㅇ.
  • ㅿ [ʐ~ʑ] (kinds of z) — as a final consonant it adds a weak-r sound to the preceding vowel, such as ɝ / ɜːr or a retroflex vowel. ex) zebra, hearse, sir, girder, zircon, turtle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 ㆆ [ʔ] (glottal stop) — meaning ‘closed sound’. ex)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According to the yin-yang theory, the five positive heavens(陽天干) and five negative heavens(陰天干) combine to form five pairs of combined consonants in a fixed order. ㅸㆄㅱㅹㅳ는 훈민정음 반포 무렵 간행된 책들에 실제로 등장하는 합용자이고, 나머지 쌍은 음양 원리에 따라 저자가 조합한 것이다(ㆁ가 ㅣ로 바뀜다는 ‘전생’ 이야기는 뒤에서 설명). 지면의 표는 다섯 쌍의 오행과 결합강도(bond strength)를 정리한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28쪽: 모음나침반의 동서남북(ㅣ ㅡ ㆍ ㆆ) 배치와 ㆁㅿ의 위치, 가획에 따른 음절 분리
28쪽 요지 글자로 보기

正音의 12모음으로 이뤄진 〈모음나침반〉 중 동서남북(ㅣㅡㆍㆆ)의 배치 속에서 ‘ㆁㅿㆆㆍ’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성대의 떨림을 의미하는 ㆍ(남쪽)와 성대떨림의 멈춤(폐쇄)을 의미하는 ㆆ(북쪽)이 수직으로 대립하고 있다. 모든 모음은 유성음(성대의 진동이 있음)이므로 ㆍ는 ㅏㅓㅗㅜ 표기에 포함된다.

ㄴㄹ는 비강을 울리는 비음으로 종성에 오면 길게 늘어지게 발음될 수 있는데, 짧게 발음한다고 표시하고 싶으면 성대떨림의 중단을 의미하는 ㆆ를 받침에 함께 넣어 一·月印의 옷표기 꼴로 적는다(이영보래 ㅳ — 지면 그림 참조). ㄴㄹ 종성이 아니라도 button·britain을 발음하는 동안 성대떨림의 짧은 휴지기가 있으므로 버ᇹ튼·브리ᇹ튼 식으로 표기하면 된다.

가획 단계의 이치가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 기본 ㆁㄴㄹㅁㅿㅇ은 공명음으로서 종성에서 앞선 모음을 꾸며주고, ㄱㄷㅂㅈㆆ는 종성에서 앞음절·뒷음절을 구분해주며, ㅋㅌㅍㅊㅎ(무성폐쇄음)는 더욱 강력하게 분리시킨다. 동일한 이치로 종성에 ㄱㄷㅂㅈ가 오면 ㆆ계열에 속하므로 저절로 음절 단위로 끊어져 발음됨을 알 수 있다.

여름 vs 겨울의 대립, 즉 ㆍ vs ㆆ의 대립이 성대떨림 vs 떨림중단이라면, 봄 vs 가을의 대립 즉 ㅣ vs ㅡ의 대립은 무엇을 의미할까. 봄은 나무가 싹을 티우고 가지를 뮿는 계절이다. ㅣ-ㅏ를 연이어 발음하면 ㅑ가 되고 ㅣ-ㅜ를 연이어 발음하면 ㅠ가 되니, ㅑㅕㅠㅛㅒㅖ는 나뭇가지가 증식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나무가 뿌리에서 물 빨아들이기를 멈추어 나뭇잎을 말려 낙엽지게 하는 계절로 오행 중 金에 속하고, 나무꾼의 도끼가 나무를 찍어 한 세대를 마감한다. 영어 school은 ‘oo’가 모음인 1음절 단어인데 한글로는 [스쿨]로 2음절 단어가 된다 — school에는 없던 ‘ㅡ’ 모음이 들어가 1음절 단어를 2음절로 분절시킨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29쪽: 중국어 권설음·설치음, schwa, 프랑스어 비모음, 데바나가리 권설음을 다룬 지면
29쪽 요지 글자로 보기

특히 성모+운모로 이뤄진 중국어는 성조에 따라 운모가 짧게도/길게도 아코디언처럼 변화하는데, 봄철에 가지치듯 음을 덧붙이는 ㅣ와 가을철 도끼처럼 잘라내는 ㅡ를 正音 모음의 동-서 axis로 삼은 것은 “노래하는 언어”인 성조언어를 표기하는 데 척추 같은 역할을 한다. 북경어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설치음 zi ci si와 권설음 4성 zhì chì shì는 즌·칲·씼 — ㅢ(卯酉沖) 형태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성대떨림(vibration of vocal cord)을 뜻하는 ㆍ와 떨림의 멈춤(pause of vibration)인 ㆆ가 합쳍지면, 불빛 한 번 깜박이듯 ㅏㅓㅗㅜ 중 뭔지 모를 소리가 짧게 울리자마자 멈춘 것이 된다 — IPA의 schwa [ə]는 ㆆ+ㆍ(ᅙᆞ)로 표기하면 그럴듯하다.

오행 중 土는 동서남북에 속하지 않고 중앙에 위치하여 밸런스를 잡으며 지구(earth)를 의미하기도 한다. 차가움(북) vs 뜨거움(남), 습한 기운(봄) vs 건조한 기운(가을) 양극단에 속하지 않으니, 극단적인 우주라는 환경에서 사람 살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구이다.

〈모음나침반〉에서 ‘ㆁㅿㆆㆍ’는 남-북 axis 상에 수직으로 도열한다. ㆁㅿ는 둘 다 ㅇ계열로서 음성학적으로 공명음(sonorant)이며, 자음이지만 모음처럼 울리는 성향이 있다. ㆁ가 초성에 올 때 [ŋ]의 미약한 울림을 묘사할 수 있지만 한글에서는 ‘ㅇ’ 표기로 대체된 것과, ㅿ가 종성에 올 때 weak-r의 미약한 울림이 있지만 중세국어에서 ㅿ를 포함한 단어들(가을·마음·여우의 옷꼴 — 지면 그림 참조)에서 ㅿ가 실종되어 간 것을 보면, ㆁㅿ 둘 다 얼굴로 치면 눈·코·입처럼 굵직한 선이 아니라 속눈썹처럼 섬세한 부위를 디테일하게 표시하는 데 쓰였으므로, 28자 훈민정음이 문자로 간소화·정비되는 과정에서 삭제된 것도 자연스럽다 하겠다.

외국어 발음의 正音표기에서는 — 종성ㆁ로 프랑스어 비모음(nasal vowel: ã ɛ̃ ɔ̃ œ̃)을 강조해 표기할 수 있고, 베트남어의 어두 [ŋ] 발음은 초성ㆁ로 표기할 수 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데바나가리의 권설음(retroflex) 표기에는 종성ㅿ가 사용된다 — ISO 표기가 로마자 밑에 점을 찍어 별도의 특수자 입력이 필요한 것에 반해, 正音은 기본 28자에 속하는 ㆁㅿ를 종성에 사용하면 미묘한 디테일까지 커버할 수 있다. 한편 바로 다음 장의 자음 10천간으로 보면 ㆁ(乙) vs ㅿ(辛)는 상충(相沖)하니, 종성 자리에 함께 와서 겹받침이 되면 음가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주) 공명음(sonorant)은 성도에서 난류 없이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공기가 흘러 만들어지는 말소리로, 모음과 비음·유음 등이 속하며 대부분 유성음이다. 공명음이 아닌 소리는 장애음(obstruent)이라 부르며 파열음과 마찰음 따위가 속한다.

주석

  • 3) 오행 순환에 대해서는 조각글 ‘지장간이 말해주는 전생이야기‘의 속 오행 설명을 보는 것이 좋다.
  • 4) [박대종의 문화소통] 훈민정음 가획의 원리, ‘거셈’이 아니라 ‘빠름’
  • 5) 해례에서 청탁에 따른 자음분류에서 ㆆ는 전청이고 ㅇ은 불청불낙이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

훈민정음 해례본의 모음설명(中聲解)

훈민정음 해례본 중성해(中聲解)의 원문과 번역을 따라 모음 11자의 구성(ㆍㅡㅣ 삼재)과 합용 원리를 정리하고, 일본어 노래 표기 예시로 활용 방법을 보여줍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121–126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PC에서는 아래 창에서 책 지면(표·그림 포함)을 그대로 넘겨 볼 수 있고, 휴대폰에서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PDF를 열 수 있습니다. 노래 가사가 들어 있는 쪽은 저작권을 고려해 지면 그림으로만 실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모음설명 (中聲解)

[121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122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123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모음에 각각 숫자를 부여하고 火↔水와 木↔金을 대비시킨 것은 하도의 배치와 같다. 하도는 오행간의 상생을 나타내고 낙서는 오행간의 상극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훈민정음 모음의 근본원리에 대해 무엇을 설명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수생목/목생화 라서 ㅗ가 ㅏ를 생하고, ㅏ는 ㅜ를 생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무슨 뜻인가?

『ㅗ,ㅏ,ㅛ,ㅑ의 ㆍ가 위나 밖에 있는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생겨나 陽이 되기 때문이다. ㅜ,ㅓ,ㅠ,ㅕ의 ㆍ가 아래나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땅에서 생겨나 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앞에서는 ㅗ/ㅏ가 양이고, ㅜ/ㅓ가 음이라고 해놓고, 하도의 숫자배치도에서는 ㅜ/ㅏ가 陽(목화)이고 ㅗ/ㅓ가 陰(금수)라고 하고 있다. 천·지·인 三在논리는 명리학에서도 10천간(天) /12지지(地) /지장간(人)으로 정연한 것인데, 아래 이어지는 설명을 읽어보면중성이 人이라고 했다가 종성이 地라고 했다가 혼란스럽다.

현대 한국인에게 해례본 중성해의 설명이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에 나오는 해적의 보물지도 속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이 느껴지는 것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본상식이었던 명리 기본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명리학에서 하도의 상생관계는 우주의 초창기 순수하고 질서있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모든 실전교리는 낙서에 있으며 낙서를 통해 12지지의 형충회합으로 풍수지리의 집터/묫자리를 본다. 하도가 그리는 세계는 세계지도로 치면 판게아 시절에 모든 대륙이 한덩이로 붙어 땅과 바다가 질서있게 분리되어 있는 단순한 세계이다. 실제로 중성해에서 모음에 1-10까지 번호를 붙인대로 하도의 오행배치에 넣어보면 「ㆍㅡ」를 중심에 두고 ㅏㅓㅗㅜ/ㅑㅕㅛㅠ 들이 상하좌우로 대칭되게 질서있게 늘어선다. 하도가 그렇듯이 이것은 아름다운 기본구조를 감상할 뿐 이걸로 할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치 판게아 지도가 현대 군사전문가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줄수 없는 것처럼. 이후 대륙이 복잡하게 갈라지면서 생긴 호르무즈·수에즈·파나마 같은 지정학적 급소가 표시된 지도는 하도가 아니라 마방진을 이루는 낙서에 있으며 10천간이 아니라 12지지에 있다. 현재까지 나온 해례본 설명서들은 중성해의 번역에서 生을 ‘낳는다’로, 成은 이룬다/이룩한다/완성한다 등으로 해석했으며, 모음에 배정된 숫자에 맞게 기계적으로 하도에 넣어 아름답고 대칭적인 하도식 모음배치도를 얻고 설명을 끝냈다. 예를 들어 ㅕ(8) ㅏ(3)이 木에 해당하는 모음이고, 이것이 목생화의 이치에 따라 ㅛ(7) ㅜ(2)를 生한다는 것인데 이걸 뭐에 쓸수 있나?

[124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를 푸는데 중요한 단서는 명리에서 천간은 오행의 상생/상극을 말하고, 지지는 오행의 형충회합을 말하는데, 해례본 중성해에서는 상생/상극도 아니고 형충회합도 아니고 生/成을 대비하는 문장이 대구(對句)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명리에서 오행의 生(갓태어남)↔成(완전히 무르익음)으로 설명되는 구간은 지장간의 중기(中氣)이다. 인신사해는 생지라서 다음계절의 양간을 중기에 가지며, 진술축미는 묘지라서 직전계절의 음간을 중기에 가진다. 그렇게 8개의 모음이 지지에 배정되고, 중심에는 항상 土가 있으니 12-모음이 둥그렇게 돌아가는 만트라의 중심에도 土가 있고, 화생토/토생금의 이치대로 왕지를 배치하면, 4개의 생지와 4개의 묘지와 2개의 왕지의 위치가 결정된다. ㅣ(人)의 자리는 한곳으로 정해지지 않고 무극의 이치에 따라 모든 자리에 나타날 수 있다고 했으니, 조습(燥濕)에서 濕을 담당하고 있는 ㅣ는 새벽녁 지상의 모든 사물에 맺히는 이슬처럼 모든 모음에 스며든다. (이 책의 육충·육파 챕터의 모음사각도 참조)

이 부분은 중성해의 수수께끼 같던 힌트가 이후 필자가 《모음나침반》이라고 부르는 모음의 만트라로 형상화되는 과정이며, 독자들이 명리학의 지장간 챕터를 검색해 공부하면 여기(餘氣)는 직전월의 기운이 이어지는 구간이고, 중기는 직전계절의 成 또는 다음에 올 계절을 生하는 자리이고, 본기(本氣)는 천간이 지지가 되었을 때 무엇이 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보물지도 속 보물의 좌표를 찾게 되는 도파민 터지는 대목이기에 도표가 완성되는 과정의 상세를 따로 첨부하지 않았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황농문 교수가 평범한 중고등학생에게도 약간의 힌트와 함께 스스로 풀어낼 시간만 1주일에서 1달까지 주면 미분을 배운적 없는 학생도 뉴턴같은 천재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미분방정식의 유도를 스스로 해낼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입식 교육이 지친 뇌는 몰입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고 하니 독자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설명식 도표 없이 몇가지 힌트만 남겨둔다. 백지와 펜을 준비해 즐기시라.

《正音으로 듣고쓰다》 125쪽: 중성해 원문과 번역(초·중·종성의 천지인, 乾의 주재)과 하도 배치·삼재 분류에 대한 해설

二字合用者 두 자가 합하여져서 쓰이는 중성은

ㅗ與ㅏ同出於ㆍ 故合而爲ㅘ.

ㅗ와 ㅏ는 똑같이 ㆍ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ㅘ가 된다.

ㅛ與ㅑ又同出於ㅣ 故合而爲ㆇ.

ㅛ와 ㅑ는 또 똑같이 ㅣ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ㆇ가 된다. ㅜ與ㅓ同出於ㅡ 故合而爲ㅝ.

ㅜ와 ㅓ는 똑같이 ㅡ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ㅝ가 된다.

ㅠ與ㅕ又同出於ㅣ 故合而爲ㆋ.

ㅠ와 ㅕ는 똑같이 ㅣ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ㆋ'가 된다.

以其同出而爲類 故相合而不悖也.

그들은 모두 똑같이 나와 같은 類가 되었으므로, 서로 어우러지는데 거슬림이 없다一字中聲之與ㅣ相合者十 ㅓㅢㅚㅐㅟㅔㆉㅒㆌㅖ是也.

한 字짜리 중성이 ㅣ와 어울린 것은 10개로, ㅓ,ㅢ,ㅚ,ㅐ,ㅟ,ㅔ,ㆉ,ㅒ,ㆌ,ㅖ가 그것이다. 二字中聲之與ㅣ相合者四 ㅙㅞㆈㆋ是也.

두 字짜리 중성이 ㅣ와 어울린 것은 4개로, ㅙ,ㅞ,ㆈ,ㆋ가 그것이다.

중성해는 아래표와 같은 조합을 남기고 끝맺고 있다. ㆍ/ㆎ는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ㆊ/ㆈ/ㆋ 는 ‘대체 언제 사용할까?’ 싶지만 중국어 노랫말 소리를 들어보면 쓸 곳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영어사전, 불어사전에 나오는 모음기호와 매칭될 만한 것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유니코드의 ‘Hangul Jamo’ block를 보면 다양한 모음조합이 있는데, 저렇게 여러 가지 모음 중에 어느 것이 보편적인 것이고, 어느 것이 드문 것인가? 그런 질문에 대해 해례본 종성해는 별다른 답을 주고 있지 않다. ㅗ/ㅏ는 ㆍ방향이고, ㅜ/ㅓ는 ㅡ방향이며, ㅣ는 반모음 –j 역할을 하면서 ‘ㅛㅑㅠㅕ’를 이루며 한국어 '상향이중모음'(ascending diphthong)의 시작점이 된다는 정보만 주고 있다.

해례본은 훈민정음의 원천기술을 공개한 백서(white paper)일까. 아니면 직접 개발과정에는 참여 안해서 원천기술의 세부는 모르지만 국왕이 새로 만든 글자가 우주자연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았슴을 중원의 대국과 조선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관료들이 당대의 지배사조인 음양오행과 우주론을 덧입힌 lauching행사 판촉용 브로셔일까.

[126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훈민정음(訓民正音)]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121–1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