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와 데바나가리(Devanagari)

[104쪽은 표·그림 중심의 지면입니다. 위 PDF 지면에서 보세요]

위 표의 데바나가리→정음전환은 글자수가 늘어지지 않고, 첨자가 필요없는 방식을 중시하였다. 데바나가리를 正音표기 한다는 것은 한국인 유저상황이니 별도의 입력창 없이 ᄒᆞᆫ글워드자판만 사용하는 ‘번거롭지 않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IAST에서 아래점ㆍ을 찍어 표시하는 권설음(retroflex)은 ‘종성ㅿ’를 붙이고, gha jha처럼 기식으로 늘어지는 곳은 ‘ㅡ’를 사용하였다. 현대의 변형자 ड़ळ는 종성ㅿ로 권설음임을 표시하고, 첨자 ◌ः पँ는 종성 ㅎ/ㅎㄴ으로 표기하였다.

훈민정음 책에서 데바나가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말소리를 표기하는데 오만가지 원칙을 곧이곧대로 적용한 엄격한 할아버지가 만든거 같은 시스템에서 벌어진 문제들을 우선 알고, 그것과 후대에 간소화된 형태의 알파벳을 비교하기 위함이다. 포크3개, 나이프3개가 놓인 풀코스 만찬을 즐길 일은 드물지만, 2-3가지 dish만 골라서 간소하게 먹더라도 원래의 풀코스가 어떤 형식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결혼식도 전통결혼식이 가지는 복잡한 절차를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원래는 이런 형태였다’는 것을 알아야 절차들이 가진 의의를 놓치지 않고 간소화 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어 속의 전청ㄱㄷㅂㅈ는 무성·무기(voiceless unaspirated)에 있어야 할텐데. 경음화된 ㄲㄸㅃㅉ가 무성무기를 채우고 있다. 正音의 차청ㅋㅌㅍㅊ는 무성·유기(voiceless aspirated)을 채우고 있다. 불청불탁(ㆁㄴㄹㅁㅿㅇ)은 비음과 접근음쪽에 있다. 흔히 g/d/b/z로 표기하며 현대한글에서는 마땅한 세트가 없는 유성자음(유성·무기)도 데바나가리 할배는 다 챙기고 있다. 무엇보다 모음들 사이에서 자음2개가 연접할 때마다 그것을 36×36=1296개의 복자음을 새로 디자인하여 해결(?)하였다.

[105–106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데바나가리 문자의 형태 중에도 正音과 비교해 볼만한 점이 있다. ㄴ→ㄷ ㅁ→ㅂ ㅇ→ㆆ처럼 기본자에 가획하면 전청이 되는 것과 달리. 어금니音에서는 ㆁ→ㄱ가 되어 ㆁ가 매우 생소한 형태로 제자되었고, 이는 어금니계열이라기 보다 ㆆㅎㅇ가 있는 후음계열처럼 보였는데. ㆁङㅎह가 유사한 모양인 점과 ㆁङ둘다 다른 글자와 달리ㆍ있는 異體字라는 점.

> ㅂ/ㅸ에 해당하는 자형이 비슷한 점. 반면 로마자 b/v는 자형이 전혀 다르다.

> ㅁ을 사선으로 자르면 ㄱㄴ으로 나뉜다는 생각을 해볼수 있는데. 데바나가리 또한 ग+न = म으로 되어 있다는 점

> 수직-수평선으로 디자인 된 ㄱㄴㅁ는 ग न म이고, 사선이 들어간 ㅅ이 स라는 점

[107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휴가기간에 고향을 방문하면 그 변치 않은 풍경속 자신의 초기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때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ㆁㄴㅁ는 ‘메인용도가 받침用이야’ 라고 배우지 않치만 本家의 할배는 그리 적고 있으며, 종성에 ㆆ/ㅎ이 왔을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는 대입국어 수능시험 볼 때까지도 고민없이 살아왔다. 신들의 말씀을 한치의 틀림없이 섬세하게 전하려는 노력은 브라만 승려가 데바나가리를 익히는데 10년 공부를 하게 만들었으나, 한글 말고 영어시험도 봐야 하고 chat-GPT가 뉴스기사도 써주는 시절에 문자학습에 할애할 시간은 짧으며, 데바나가리 말고도 몇일안에 당장 배우고 익혀써야 할 업무용 스킬들이 넘치는 바쁜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인간의 조음기관이 내는 소리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붙잡고 묘사하는데 산스크리트어처럼 FM대로 천착한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동네아저씨의 말소리가 아니라 신이나 부처의 말씀이라 여겼기에 그런 노력이 가능했겠지만, 현대사회는 스마트폰을 켜면 로딩 무거운 비트맵(BMP) 이미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Jpeg같은 효율적인 압축 포맷이 주류가 되었다.수천년전 인도 고승이 만든 1000여자가 넘는 데바나가리와 1890년대부터 유럽의 음성학자들이 만든 100여자가 넘는 IPA(국제음성기호)는 둘다 벅찬 갯수지만 전세계의 다양한 소리를 어떻게 표기할 지 우리의 이해를 넓혀준다. 正音 28자의 구조 또한 그것을 거울삼아 비추어 보았을때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인류의 조음DNA는 모두 같기 때문이다.

관련 영상·자료

참고) ‘나가리’의 어원은 日本語 오나가레(お流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데바나가리 문자 참고 이미지 / Devanagari script reference.
텔루구 문자(Telugu) / Telugu script.
Telugu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104–107쪽.

https://hun-min.com/?p=235

♫ 月亮代表我的心(월량대표아적심)

p19: 중고한어 발음과 전청/전탁음 용어 어원 - 삼십육자모 IPA 대응
p20: ♫ 月亮代表我的心 鄧麗君 북경어 정음표기 및 pinyin 대응

https://hun-min.com/?p=29

IPA자음 vs 正音자음

IPA(국제음성기호) 자음표의 각 칸에 훈민정음 자음과, 천간합으로 만든 합용자음(ㅸ ㆄ ㅱ ㅿ ㆁ ㄶ ㅀ 등)을 대응시킨 표입니다. 아래에서 표를 한 컴럼씩 읽으면서, 그 글자들이 실제 단어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봅니다. 원문은 《正音으로 듣고쓰다》 60–70쪽이며, 책 지면 그대로는 아래 PDF로 볼 수 있습니다.

IPA 자음표의 正音 대응표. 경구개 글자 끼 기 키 니와 구개수 글자 끄 그 크에 모음이 포함되어 있다. / Chart matching the IPA consonants to Jeongeum letters; the palatal (끼 기 키 니) and uvular (끄 그 크) letters include a vowel.
IPA 자음표의 正音 대응. 컴럼은 왼쪽 입술에서 오른쪽 목구멍 순 — BL 양순음, LD 순치음, D 치음, AL 치경음, P-AL 후치경음, R-flex 권설음, PL 경구개음, Ⓥelar 연구개음, U 구개수음, PH 인두음, G 후두음.

표를 읽는 열쇠는 두 가지다. 첫째, 각 컴럼은 조음위치 하나씩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입 앞쪽에서 목 안쪽으로 들어간다. 둘째, 표 안의 木 火 土 金 水는 正音 자음의 다섯 가족 — 木(ㆁ ㄱ ㅋ), 火(ㄴ ㄹ ㄷ ㅌ), 土(ㅁ ㅂ ㅍ), 金(ㅅ ㅈ ㅊ ㅿ), 水(ㅇ ㆆ ㅎ) — 을 표시한다. 색칠된 칸은 자음 두 개를 합쳠 만든 글자들로, 8절의 주제다.

1. 자음표에 왜 모음이 들어 있나

세 컴럼을 나란히 보자. 가운데가 연구개음(velar, 혀등이 연구개에 닿는 소리): ㄲ k, ㄱ g, ㅋ kʰ. 그 왼쪽이 경구개음(palatal): 끼 c, 기 ɟ, 키 cʰ. 오른쪽이 구개수음(uvular): 끄 q, 그 ɢ, 크 qʰ.

즉 경구개 = 연구개 + ㅣ, 구개수 = 연구개 + ㅡ다. 여기서 ㅣ·ㅡ는 따로 소리나는 모음이 아니라 혀의 방향 표시다. ㅣ는 전설모음이니 혀가 앞·위(단단한 입천장)로 가고, ㅡ는 후설모음이니 혀가 뒤(목쟁)로 물러난다. 모음나침반에서 ㅣ는 동(앞), ㅡ는 서(뒤)인 것과 같다.

실제 단어에서는 자음 뒤에 모음이 오고, 그 모음과 ㅣ·ㅡ가 한 블록에서 합쳠진다. 예를 들어 c + a = 끼 + ㅏ인데, ㅣ에 ㅏ가 이어지면 ㅑ가 되므로 꺄가 된다. 마찬가지로 q + a = 끄 + ㅏ는 ㅡ와 ㅏ가 한 블록에 합자된다(아래 책 그림). 뒤에 아무것도 없는 어말에서만 표의 모양 그대로 적는다. 아래 절들에서 이것을 실제 단어로 확인한다.

책의 설명: 경구개 = 연구개+ㆆ/ㅣ, 구개수 = 연구개+ㅎ/ㅡ. 까 가 카가 꺄 갸 캬이 된다. / The book's explanation: palatal = velar + ㆆ/ㅣ, uvular = velar + ㅎ/ㅡ.
책의 설명: 경구개 = 연구개+ㆆ/ㅣ, 구개수 = 연구개+ㅎ/ㅡ. 모음 a가 붙으면 까 가 카 → 꺄 갸 캬, 구개수는 ㅡ·ㅏ 합자.

그리스어가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여러 그리스 문자가 e·i 앞에서 소리가 변하는데, 변한 소리가 바로 ㅣ를 품은 경구개 글자들이다.

e·i 앞에서 소리가 변하는 그리스 문자 Ι Κ Χ Ν Γ Λ의 正音 표기. / Jeongeum spelling of the Greek letters Ι Κ Χ Ν Γ Λ, whose sounds change before e and i.
e·i(人) 앞에서 변하는 그리스 문자들. Κ [k] ㄲ → [c] 끼, Ν [n] ㄴ → [ɲ] 니, Λ → [ʎ] 리.

2. 경구개 컴럼: 끼 기 키 니 리

스페인어 ll이 경구개 설측음 [ʎ], 곳 리다. llamar에서는 리 + ㅏ가 랴가 되어 랴마르, galleta는 갈예따 또는 가례따.

경구개 설측음 ʎ의 正音 표기: 스페인어 llamar 랴마르, galleta 갈예따/가례따, 카탈루냐어 cavall. / Jeongeum spelling of the palatal lateral ʎ: Spanish llamar, galleta; Catalan cavall.
[ʎ]: 스페인어 llamar, galleta와 카탈루냐어 cavall.

프랑스어 gn은 경구개 비음 [ɲ], 곳 니다. agneau에서는 니 + ㅗ가 뇨가 되어 아뇨. 음절 끝에는 합쳠질 모음이 없으므로 종성 자리에 ㄴ과 ㆆ를 나란히 적는다(체코어 kůň). 경구개 컴럼에서 ㅣ와 ㆆ는 한 쌍이다: ㅣ는 모음과 합쳠지고, 종성 자리에서는 ㆆ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Champagne, Bourgogne, Bretagne가 이 소리로 끝난다.

경구개 비음 ɲ의 正音 표기: 프랑스어 agneau 아뇨, 체코어 kůň(종성 ㄴㆆ). / Jeongeum spelling of the palatal nasal ɲ: French agneau, Czech kůň (final ㄴㆆ).
[ɲ]: 프랑스어 agneau, 체코어 kůň(종성 ㄴㆆ).

3. 연구개와 구개수: ㄲ ㄱ ㅋ / 끄 그 크

연구개 비음 [ŋ]은 ㆁ, 연구개 마찰음 [x]는 각자병서 ㆅ다.

구개수음은 더 안쪽, 목쟁 자리에서 난다. 구개수 비음 [ɴ]은 ㄶ. 일본어 어말의 ん이 이 소리여서 みかん의 마지막 블록은 ㄶ로 닫힌다.

일본어 ん을 종성 ㄶ로 적는 正音 표기: みかん. / Japanese ん written as the final ㄶ in Jeongeum: みかん.
みかん 어말의 ん [ɴ] = 종성 ㄶ.

구개수 마찰음 [χ]는 흐이고, 앞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흐 + ㅏ는 ㅡ·ㅏ 합자 한 블록. 프랑스어 r도 이 컴럼에 산다. 사전은 [ʁ], 正音 ㅎㄹ로 적지만 실제 발음은 앞뒤 소리에 따라 전동음 ㅀ[ʀ], 흐[χ], ㆅ[x]로 다양하게 실현된다31). Paris는 빻~리로 적을 수 있는데, 이때 종성 ㅎ는 유성이다(7절).32)

프랑스어 r에 대한 책의 설명: Paris 빻~리, bonjour, 실제 발음은 ㅀ 흐 ㆅ로 실현. / The book's note on French r: Paris, bonjour — realized as ㅀ, 흐 or ㆅ.
프랑스어 r: Paris와 bonjour. 단어 속에서는 ㅀ[ʀ]·흐[χ]·ㆅ[x]로 실현된다.

유성 연구개 마찰음 [ɣ], 그리스어 감마(Γ)는 긔다: ㅡ와 ㅣ를 둘 다 품고 있다가 단어 속에서는 한쪽만 남는다. 그리스어 agora는 ㅡ가 남아 다음 모음과 합쳠지고, 스페인어 Higuera는 ㅣ가 남아 이계라.

ㄱ+ㅁ 갑기합의 긔 [ɣ]: 베트남어 gần, 그리스어 agora, 스페인어 Higuera 이계라. / The ㄱ+ㅁ combination 긔 [ɣ]: Vietnamese gần, Greek agora, Spanish Higuera.
[ɣ] = 긔: 베트남어 gần, 그리스어 agora, 스페인어 Higuera.

4. 입술: ㅃ ㅂ ㅍ ㅁ / ㆄ ㅸ ㅱ

ㅃ는 기식 없는 p, ㅂ는 b, ㅍ는 기식 있는 pʰ, ㅁ은 m.

오늘의 한글에는 f·v가 없지만 15세기 正音에는 있었다. 입술 글자 아래 ㅇ을 이어 쓰면(연서) 입술이 가벼워진다: ㆄ = f, ㅸ = v, 그리고 w와 v 사이의 [ʋ]가 ㅱ다(네덜란드어 wang).

순치 접근음 ʋ의 ㅱ 표기: 네덜란드어 wang, 타밀어, 슬로바키아어 voda, 우크라이나어, 카탈루냐어 fava, 크메르어. / The labiodental approximant ʋ written ㅱ: Dutch wang, Tamil, Slovak voda, Ukrainian, Catalan fava, Khmer.
[ʋ] = ㅱ: 네덜란드어·타밀어·슬로바키아어·우크라이나어·카탈루냐어·크메르어 단어들.

5. 혀끝: 치음·치경음·후치경음

ㄸ t, ㄷ d, ㅌ tʰ, ㄴ n, ㅅ s, ㅿ z. 블록 첫머리의 ㄹ은 탄음 [ɾ]다.

영어 th [θ ð]는 혀끝을 이에 대고 내는 소리다. 正音은 ㅌ·ㄷ 아래 종성 자리에 ㅿ를 적는다. ㅿ는 이빨 모양 글자이니, 글자 그림이 곳 “이에 닿은 혀”다.

영어 think와 thank you의 正音 표기. 첫 블록 종성에 ㅿ. / English “think” and “thank you” in Jeongeum, with ㅿ as the final of the first block.
영어 think와 thank you.

한 컴럼 오른쪽의 [ʃ]·[ʒ](she의 sh, vision의 s)는 ㅅ·ㅿ에 점을 하나 더한 글자다. 모음에 점을 더하면 y-활음이 붙듯(ㅏ→ㅑ, ㅓ→ㅕ), 이 점도 같은 일을 한다: s에 y 기운이 섞이면 sh. 산스크리트 ś에 쓰는 글자와 같은 방식이다: śakti 샥띠, śabda 셔브더.

영어 l은 두 가지다. 맑은 l은 종성 ㄹ, milk·fall·pull 끝의 어두운 l(dark L)은 ㄹ을 ㆆ로 닫은 ㅭ이다.

영어 dark L의 종성 ㅭ 표기: milk, fall, fool, pull.
dark L [ɫ] = 종성 ㅭ: milk, fall, fool, pull.

영어 r [ɹ]는 ㆆㄹ, ㄹ 앞에 ㆆ를 세운 표기다. 100여 년 전 헐버트 등 선교사들이 이미 이 방식으로 영어 r를 한글로 적었고, 지석영의 《아학편》도 ruler를 ‘으롤러’로 적었다30). 영어 노래 한 절을 正音으로 적으면:

영어 노래 Somewhere Only We Know 1절의 正音 표기. / Verse 1 of “Somewhere Only We Know” in Jeongeum.
“Somewhere Only We Know”(Gustixa & Rhianne) 1절.

6. 권설음: ㅿ 또는 ㆁ를 더하기

권설음은 혀끝을 잇몸 뒤로 말아 세워 내는 소리다. t·d·n의 권설음은 블록 아래에 ㅿ를, s·z·ch의 권설음은 ㅅㅈㅊ에 작은 ㆁ를 더해 적는다(왜 ㅿ와 ㆁ인지는 8절). 힌디어·스웨덴어·중국어가 모두 권설음을 쓴다.

권설 비음 ɳ의 종성 ㅿ 표기: 힌디어 ṭhaṇḍā, 텔루구어 goṇugu, 스웨덴어 garn. / The retroflex nasal ɳ written with final ㅿ: Hindi ṭhaṇḍā, Telugu goṇugu, Swedish garn.
[ɳ]: 힌디어 ṭhaṇḍā, 텔루구어 goṇugu, 스웨덴어 garn.

북경어 zh·ch·sh는 즤 츼 싀로 적고, 중국어 r [ɻ]는 ㄹ 아래 ㅇ을 이어 쓴 ᄛ다 — 해례본 합자해가 “ㅇ을 ㄹ 아래 쓰면 반설경음이 되며 혀가 윎잇몸에 잠깐 닿는다”고 직접 설명한 글자다.

7. 목구멍: ㆆ와 ㅎ

ㆆ는 성문폐쇄음 [ʔ]. 종성 자리에서 음절을 짧게 끈는다(일본어 촉음 っ 같은 역할). ㅎ는 h다.

그 h는 유성인가 무성인가? 대부분의 문자는 구분하지 않는다. 로마자 h부터 무성 [h]와 유성 [ɦ]를 한 글자로 겸하고,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ㅎ도 같은 종류의 글자다. 초성 자리의 ㅎ는 무성이다 — 표의 [ç] [x] [χ] [ħ] [h]가 모두 ㅎ·ㆆ 계열이다. 그런데 딱 두 가지 표기에서 책은 유성음 자리에 ㅎ를 종성으로 놓고, 이때의 ㅎ는 유성 [ɦ]로 읽는다: 3절의 프랑스어 r(빻~리, bonjour), 그리고 아랍어 인두음 컴럼 — 유성 [ʕ]와 강조자음(tˤ dˤ sˤ zˤ)이 모두 종성 ㅎ로 적힌다.

종성 ㅎ를 유성으로 읽는 것이 처음엔 낯설다. 현대 한글에서 홀로 선 종성 ㅎ는 보통 불파음 [t̚]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글 자신이 이미 유성음 옆의 ㅎ를 유성화시키거나 녹여 없애고 있다. ㄱㄷㅈ 앞의 종성 ㅎ는 ㅋㅌㅊ를 만들지만(놓고[노코]), 비음과 모음 옆에서는 녹아 사라진다(놓는[논는], 좋아[조아]). 옛말에는 ㅎ로 끝나는 체언도 있었다: 살ㅎ+고기→살코기, 수ㅎ+닭→수탉. 그리고 자리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글자는 한글에 이미 있다 — ㅇ부터 초성에서는 무음, 종성에서는 [ŋ]이다. 그러니 책이 더하는 것은 작은 약속 하나다: 이 표기들에서 블록 아래의 ㅎ는 유성이다.

한글 종성 ㅎ의 변화표: 놓고 노코, 국화 구콰, 닿소 다쏘, 놓는 논는, 좋아 조아. / How the Korean final ㅎ changes: 놓고→노코, 국화→구콰, 닿소→다쏘, 놓는→논는, 좋아→조아.
한글이 종성 ㅎ를 다루는 방식. ㄱㄷㅈ 앞에서는 ㅋㅌㅊ(놓고[노코]), ㅅ 앞에서는 ㅆ(닿소[다쏘]), ㄴ·모음 옆에서는 녹아 사라진다(놓는[논는], 좋아[조아]).

8. 자음 둘을 합치기: 천간합 다섯 쌍

正音은 서로 다른 자음 둘을 합칠 수 있다 — ㄶ처럼 나란히(병서), ㅸ처럼 위아래로(연서). 책은 다섯 쌍만 쓴다.

다섯 쌍은 표에 표시된 다섯 가족에서 나온다. 각 가족은 굳센 반쪽(양간 +)과 부드러운 반쪽(음간 −)으로 나뉘어 모두 열이 되는데, 이것이 십천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이다. 오각별에서 각 오행은 선을 따라 다음 오행을 극(剋)하고, 양간은 자기가 극하는 오행의 음간과 짝을 이룬다. 이것이 천간합이다.

오행 오각별과 십천간의 자음 배정. / Five Elements pentagram with the Ten Heavenly Stems assigned to consonants.
십천간과 자음. 水: 癸 ㅇ, 壬 ㆆㅎ. 木: 乙 ㆁ, 甲 ㄱㅋ. 火: 丙 ㄷㅌ, 丁 ㄴㄹ. 土: 戊 ㅂㅍ, 己 ㅁ. 金: 庚 ㅅㅈㅊ, 辛 ㅿ.

다섯 쌍의 합력은 같지 않다. 책은 1에서 5까지 세기를 매긴다:

천간합 합력 표: 甲己 1부터 戊癸 5까지. / Combining strength of the Five Heavenly Stem Combinations (天干五合), from 甲己 (1) to 戊癸 (5).
합력: 甲己 1, 乙庚 2, 丙辛 3, 丁壬 4, 戊癸 5.
  • 戊癸합(5, 최강): ㅂㅍ + ㅇ → ㅸ ㆄ(v, f)와 ㅱ(ʋ). 15세기 문헌에서 실제로 쓰인 글자들이다.
  • 丁壬합(4): ㄴㄹ + ㆆㅎ → ㄶ ㅀ ㅭ ㆆㄹ ㄴㆆ ㅎㄹ. ㄶ·ㅀ은 지금도 한글 겹받침으로 남아 있다. 이 쌍에서는 순서가 다르면 자리도 다르다: ㄹ+ㆆ(ㅭ)는 dark L, ㆆ+ㄹ는 영어 r; ㄹ+ㅎ(ㅀ)는 전동음 [ʀ], ㅎ+ㄹ는 프랑스어 [ʁ].
  • 丙辛합(3): ㄷㅌ + ㅿ → 권설 t·d, 그리고 영어 th.
  • 乙庚합(2): ㅅㅈㅊ + ㆁ → 권설 s·z·ch. 북경어에서는 ㆁ가 모음 ㅢ로 바뀌어 즤 츼 싀.
  • 甲己합(1, 최약): ㄱ + ㅁ → 긔 [ɣ]. 드물고 불안정해서 단어 속에서는 그/기 한쪽만 남는다(agora, Higuera).

합이 강할수록 그 글자는 일찍부터 한글 표기에 살아 있었다. 약한 쌍들은 한글에서 사라진 ㅿ·ㆁ를 포함하므로 책이 그 소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두 글자가 초성에 나란히 서는 일은 거의 없다. ㅸ·ㆄ는 위아래 연서, 丁壬 쌍은 종성, 乙庚은 모음 ㅢ로, 丙辛·甲己는 초성과 종성으로 갈라진다. 그래서 正音 블록은 보통 한글 블록의 꼴을 벗어나지 않는다. 전체 표의 맨 아랫줄이 컴럼마다 어느 쌍이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조음방법별 전체 IPA 자음표와 맨 아랫줄의 천간합 종류. / The full IPA consonant chart by manner of articulation, with the type of Heavenly Stem Combination on the bottom row.
전체 자음표. 맨 아랫줄(천간합 종류): 입술 무계合 戊癸, 치음 병신合 丙辛, 치경·후치경 정임合 丁壬, 권설 을경合 乙庚, 경구개 정임合(ㄴㆆ), 연구개 갑기合 甲己, 구개수 정임合(ㄶㅀ).

주석

  • 30) 지석영은 정약용의 아동학습교재 <아학편>에서 영어발음을 표기할 때 ruler[으롤러] rice[으라이쓰]로 표기함
  • 31) The French rhotic has a wide range of realizations: the voiced uvular fricative [ʁ], also realised as an approximant [ʁ̞], with a voiceless positional allophone [χ], the uvular trill [ʀ], the alveolar trill [r], and the alveolar tap [ɾ]. These are all recognised as the phoneme /r/, but [r] and [ɾ] are considered dialectal. The most common pronunciation is [ʁ] as a default realisation, complemented by a devoiced variant [χ] in the positions before or after a voiceless obstruent or at the end of a sentence. [French phonology]
  • 32) glottal [h]의 음가를 ‘ㅎ’로 표기하고 ‘하’로 발음하듯, [χ]음가를 ‘흐’로 표기했으니 흐에 ㅏ를 합자해 발음한다.

관련 영상·자료

Seeing Speech – 글래스고 대학교의 IPA 발음 영상 차트 사이트 로고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60–70쪽. 책 지면 전문은 글 상단의 PDF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hun-min.com/?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