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의 詩語는 달라질까?

2NE1·성시경의 노랫말, 윤동주 「서시」의 육필원고,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예로 들어, 자판에서 사라진 옛한글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 시의 말소리와 표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본 글입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6–227쪽의 최종본입니다.

♫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의 詩語는 달라질까?

시의 원형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나타나 읆조리며 노래하던 음유시인(bard)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詩語는 왜 가끔식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지, 또 그런 선택이 낭송할 때의 맛을 살리는 것을 넘어 시를 살리고 죽일 수도 있슴을 알게 된다. 성시경의 발라드 “이윽고~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에서 첫음절은 반드시 ‘이윽고’여야 한다. 만약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외국가수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때문에 ‘이윽코~’로 부르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 청중들은 얼어붙고 곡의 분위기는 되살릴 수 없게 된다. 저자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출판/문서/여권 같은 목적에서는 한글로 충분하다 하였고, 다만 외국어 발음학습자나 외국노래를 IPA에 의존하지 않고 따라부를때 훈민정음의 표음능력을 시연하였다. 작은 차이도 중요한 詩에서 자판에서 사라진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뭐가 달라질까? ㆆ는 2NE1의 ‘미.미.미.미치고 싶어’를 「미ᇹ미ᇹ미ᇹ 미ᇹ치고 시퍼」로 쓰거나, ㅿ는 ‘쾌지나 칭칭나네’에서 한국 사물놀이 사운드는 꽹가리만 칭칭대는게 아니라 육중한 징의 brass한 소리까지 layered 된 두터움이니 「쾌진아 칭ᅀᅵᆼ나네」도 괜찮을 것 같다.

윤동주의 서시(序詩)는 워낙 인기있어서 인터넷에 다양한 사람들이 필사한 버전이 있는데 시인의 육필원고에는 “나않테 주어진 길”에서 ‘않’을 지우고 ‘나안테’로 고쳐썼으며 대중들은 맞춤법에 맞게 ‘나한테’로 쓰거나 나안테/나한테 논란에 거슬렸는지 아예 ‘나에게’로 바꿔쓴 버전도 보인다. 육필원고에 써있는 날짜 1940년 11월 이후 2-3년만에 이 감수성 여린 청년이 일제에게 겪은 일을 생각하면 서러움과 울분이 담긴 유성음 ‘나ᅌᅡᆫ테’도 떠오르나 작성당시에는 자신의 시 19편을 골라 첫시집을 출간할지 고민하며 일본유학을 준비하는 시기였으니 ‘나ᅌᅡᆫ테’는 감정오버이고, 그렇다고 ‘나한테’로 하면 무성h 때문에 너무 일상적 어휘가 되어 버린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명상적이고 자기수양적이라 필자는 [nɐɦɐn] 정도의 발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는데, 초성자리에 유성ɦ를 표기하면 「나ᄒᆞᆫ테 주어진 길」이 된다. 윤동주와 유재하는 22-24살의 나이에 자신의 불안한 앞날에 대해 노래했지만, 그걸 쓰고 부르고 있던 그 시점에 이미 자신의 天才를 증명하는 마스터피스는 완성되고 있었고 그 후에 닥쳐 올 비극을 아는 팬들로서는 더욱 가슴아픈 서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유재하 1집의 「가리워진 길」과 윤동주 序詩의 「나ᄒᆞᆫ테 주어진 길」 그리고 요절한 월명사 누이의 生死길(ᄉᆞᆷ사러)은 모두 애달프지만 아름다운 명곡이 되어 남았다.

제망매가를 正音으로 세로쓰기하고 생사로·불도의 mirror image 구도를 풀이한 지면
《正音으로 듣고쓰다》 중 — 제망매가를 正音으로 세로쓰고 생사로(生死路)·불도(佛道)의 거울상 구도를 풀이한 지면.
From the book: the hyangga “Jemangmaega” written vertically in 正音, with its mirror-image layout of the road of life-and-death and the Buddhist path.

生死路隠 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肹伊遣 차의유아미차힐이견
吾隐去内如辝叱都 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遣去内尼叱古 모여운견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隠風未 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차의피의부량락시엽여
一等隠枝良出古 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隠處毛冬乎丁 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陁刹良逢乎吾 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 도수량대시고여

제망매가(祭亡妹歌) 향찰 원문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덕왕19년(760년) 2월에 궁궐 남쪽 남천(南川) 위에 월정교(月淨橋)와 춘양교(春陽橋)를 놓았고, 『삼국유사』에서는 같은 해 4월 월명사가 경덕왕 앞에서 ‘도솔가’를 지었다고 되어있으니, 月明師가 月淨橋를 건너 다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밝은 달이 선명하게 ‘월인천강’하기 위해서는 수면이 고요해야 하니, 그런 풍경을 보고 月淨이라 하였을 수도 있고…

도솔가를 짓게 된 경위는 두 개의 해가 나타나 열흘동안 사라지지 않았고, 인연있는 승려에게 청하여 산화공덕(散花功德)을 행하면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왕이 마침 지나가던 월명에게 의례를 청하니 그는 “신승(臣僧)은 국선의 무리에 속해 있으나, 향가만 알 뿐 범성(梵聲)에는 익숙치 않습니다.” 라며 도솔가를 짓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신라시대 왕실의례를 지낼 정도의 승려라면 범어로 된 경문/게송에 익숙했다는 게 아닐까? 15세기에 정음이 나오기 전에도 이 땅에 표음수단이 있었으니 그것은 향찰이었고, 향가작가 중에는 유독 승려들이 많다. 그들이 산스크릿을 표기한 범어(Siddham)경전을 읽었다고 보면, 제망매가의 ‘사이ㅅ’ 叱의 기원은 산스크릿까지 이어진다. 범어불경은 중국대륙을 거치며 한자로 음역되었고, 한역불경에서 산스크릿의 sibilant (s/ś/ṣ)을 표기하던 叱가 향찰에서도 ‘사이ㅅ’으로 사용된 것이다. 또한 일본승려 空海(ᄏᆕ까이)가 당나라 유학을 떠난 8세기 대륙의 발음(중고한음)은 叱≈/tɕʰit/였는데, 이후 중세일본은 ㅊ계열(つ) 끼워넣기로 촉음을 표기하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っ를 사용한다. 꽃/꼿의 종성이 둘다 불파음[t̚]를 이루듯 한쪽은 ㅅ, 한쪽은 ㅊ을 선택한 것이다.

탁발승으로 전국을 떠돌던 월명이 고향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얼마전 여동생이죽었다는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누이를 애도하는 祭를 지낸다는 기존 이야기에서 동생은 끝없이 윤회하는 중생, 월명은 도를 닦아 누이를 서방정토로 이끄는 출가자로서 분리된 구도가 된다. 월명보다 1세기 앞선 신라승려로서 만사일여(萬事一如)를 강조하던 원효의 사상으로 본다면 좌우대칭인 월정교의 구조처럼, 무자성(無自性)을 깨우친 道 위에 있는 월명에게 진여문(眞如門)이 열렸을 때, 반대편에 놓인 것은 누이의 生死路가 아니다. 봉사가 눈을 뜬다고 차표 없이도 집에 갈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眞如門이 열린다고 生滅門이 닫히는 것이 아니어서, 열린 생멸문을 통해 누이가 보이는 것 뿐이며, 월정교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다리(一心二門)가 되고 중생이 곧 부처가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니, 다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원래부터 한(一)가지에서 나와 이 세상에 온, 아미타 세계에서 마주할 悟, 즉 不二(一心).

보름달 아래 월정교와 징검다리 위의 승려
보름달 아래 경주 월정교(月淨橋)와 징검다리 위의 승려.
Woljeonggyo Bridge in Gyeongju under a full moon, with a monk on the stepping stones.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6–227쪽.

https://hun-min.com/?p=1742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crystal goblet’ 비유처럼 한국어 소리를 로마자라는 다른 잔에 옮겨 보면, 한글로는 잘 보이지 않던 무성음·유성음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의 원리와 문제점을 正音의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52–259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PC에서는 아래 창에서 책 지면(표·그림 포함)을 그대로 넘겨 볼 수 있고, 휴대폰에서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PDF를 열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正音표기법을 정리하면서 뜬금없이 왜 로마자 표기법이 나오는가. 특정문자의 소리를 설명하는데 있어 난관중 하나가 외국어로서 난생처음 그걸 대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존재하지 않으나, 매일 그 문자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장막이다. the crystal goblet이라는 책은 우수한 font design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한다.

눈 앞에 좋은 와인 한 병과 두 개의 잔이 있다. 하나는 호사스럽게 장식된 황금잔이고, 또 하나는 수수하고 투명한 유리잔이다. 아무거나 골라 와인을 따라 보라. 어떤 잔을 고르냐에 따라 와인에 대한 조예가 판가름 날 것이다. 와인을 모르는 자라면 황금잔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와인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자라면 내용물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투명한 유리잔을 선택할 것이다. 이 은유를 창안한 비어트리스 워드(Beatrice Warde, 1900~1969)는 미국 출신의 타이포그래피 역사가 겸 비평가였다.

이것은 typography에 대해 설명인데, 한글이라는 익숙한 잔 속에 담긴 한국어라는 술의 낯선 모습을 확인하려면 roman alphabet이라는 다른 잔에 옮겨서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어 발음 속 무성음/유성음에 관해 그들에게 익숙한 한글잔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영어잔으로 옮기면 그간 쉽게 인지하지 못했던 향들이 디캔팅 되어 나온다. 예를 들어 ‘고구마’의 로마자 표기 koguma의 첫음절 ㄱ은 무성음k이고, 둘째 음절 ㄱ는 유성음g로 전사된다. 도쿄의 유명한 명품거리 ginza(銀座/ぎんざ)는 로마자 표기시 ぎ(g), ざ(z)로서 유성자음이 명확하던 것이 한글에서는 [긴자]가 된다. 정음에서 日語 유성자음을 표기하기 위한 방식을 사용하면 [긘ᅀᅡ]로 적을 수 있다.

[252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크게 2가지이다. 미국학자인 맥 매큔과 에드윈 라이샤워가 국어학자 최현배, 김선기, 정인섭의 도움을 받아 학술용으로 고안한 A.〈매큔-라이샤워(McCune–Reischauer) 표기법〉은 1939년에 발표된 이래 8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밖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영어로 된 대부분의 한국학 관련 자료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작성되어 있다. han’gŭl/ t’aekwŏndo 의 예와 같이 반달표와 어깨점이 특징이다.

⦁ 한국어에서는 분별되지 않는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을 반영하고 있다. 평음ㄱ,ㄷ,ㅂ,ㅈ이 어두에 올 때 k, t, p, ch 로 표기하는 것이 그 예이다. 유기음ㅋ,ㅌ,ㅍ,ㅊ은 k’, t’, p’, ch 로 어깨점’을 찍어서 표기한다.⦁ ㄱ, ㄷ, ㅂ, ㅈ가 유성음으로 발음될 경우 g, d, b, j로 표기한다.

– kagu 가구 tangdol 당돌 pinbŏn 빈번 chujang 주장

⦁ ㄹ은 r로 표기하는 경우와 l로 표기하는 경우로 나뉜다.

– arirang 아리랑 p’iryo 필요 pulman 불만 ppallae 빨래 Hallansan 한라산

⦁ ㄷ, ㅌ(ㄾ 포함)이 구개음화되는 경우는 발음대로 표기한다. – 같이 kach’i 굳이 kuji

⦁ 종성 ㄱ,ㄷ,ㅂ 뒤에 초성ㅎ이 올 경우 kh, th, ph로 적는다. – 묵호 Mukho 덕하 Tŏkha ⦁ 좋고 chok’o 낳는 nannŭn 손등 sontŭng 봄바람 pomparam 물고기 mulkogi

⦁ 사이시옷 단어 – sinaekka 시냇가 kiwatchang 기왓장 pinmul 빗물 kkaennip 깻잎

전체적으로 표음주의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한글과 한국어를 모르고 로자마 표기에 익숙한 외국인이 서울의 어느동네, 한국의 어느 지방도시에 길을 물으며 찾아가는 상황에서는 발음을 정확히 내는데 목숨 거는 것이 당연하다. 길 위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방향을 물을때 로마자로 메모한 철자를 통해 현지인의 귀가 알아들을수 있는 발음을 묘사해 내지 못한다면 벙어리가 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2000년도에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의 대한민국 표준 규범으로 고시된 B.〈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다. 1990년대 이후 M-R (매큔-라이샤워) 방식의 반달표와 어깻점이 컴퓨터입력이 어렵고 철자도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문화관광부에서 개정한 것을 2014년일부 개정하여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표기법은 한국어를 영어가 아닌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임에도 영어식 철자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틀린 표기법이라는 인식이 있으나, 로마자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가 사용하는 문자이기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자신만의 철자법을 사용하였다.

⦁ 철자가 아닌 발음대로 쓰는 ‘표음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석남 Seongnam 굽는다 gumneunda 선로 seollo 인덕원 Indeogwon

⦁ ㄱ, ㄷ, ㅂ는 모음 앞에서는 g, d, b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k, t, p로 적는다. Okcheon 옥천 Wolgot 월곶 Hapdeok 합덕 Hobeop 호법 Hanbat 한밭

⦁ ㄹ은 모음 앞에서는 r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l로 적는다. ㄹㄹ은 ll로 적는다. 구리 Guri 설악 Seorak 울릉 Ulleung 대관령 Daegwallyeong

⦁ 음운변화(sandhi)가 일어날 경우

자음동화 – Baengma 백마 Sinmunno 신문로 Jongno 종로 Wangsimni 왕십리 학여울 Hangnyeoul 알약 allyak 해돋이 haedoji 같이 gachi 좋고 joko

놓다 nota 낳지 nachi 중앙 jung-ang 세운 se-un 해운대 hae-undae

[253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2가지 중 어느 것이 옳다 결론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흔히 보는 표음주의 vs 형태주의의 대결이 아니라, A.표음주의vs B.표음주의의 대결이며 마치 여우와 두루미 우화 속에 나오는 접시/호리병의 차이처럼 서로 주둥이 형태가 달라 발생하는 두가지 방식의 대립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결론이 날 성질이 아니다. 답은 결국 식기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여우인지 두루미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필자가 두가지 표기법의 예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가지인데, 첫째로 평소 매일 마시던 낯익은 술(한국어 발음)이 한글잔을 떠나 영어잔에 담겼을 때 어떤 새로운 향을 내는지. 둘째로 평소 한글잔에 한국어술을 마셔오던 사람이 그 술을 영어잔에 따라 마실 때 선호하는 방식(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평소 영어잔을 매일 사용하던 사람이 처음 접해보는 한국어술을 영어잔에 따를 때 선호하는 방식(McCune–Reischauer)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보라는 것이다.

B.방식을 만든 한국인도 로만알파벳에 대해 충분히 배운 사람이다. 동일한 tool(로마자)를 사용했고 동일한 지향철학(표음주의)을 가졌지만 A와 B로 나뉘었다. 두루미와 여우라는 자기정체성에 의해서. 필자는 이 책에서 베트남/스웨덴/헝가리 지역의 말소리를 정음으로 표기하였는데 그렇다면 동일하게 한글/훈민정음에 대해 충분히 배운 미국인/유럽인이 동일한 지향성(표음주의/발음기호로의 사용)의 철학으로 자신들의 술을 正音술잔에 따르더라도 필자의 표기방식과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필자는 한국에서 온 메큔-라이샤워가 되어 항상 들고다니던 정음잔에 그들의 술을 따라마신 것이고, 한국인 연인을 사귀든 K팝에 심취하든 어떠한 계기로 한국어에 유창해진 베트남/스웨덴/헝가리 원어민이 正音을 익히게 되면 그 표기방식은 또 달라질 수 있을꺼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여우와 두루미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교훈은 아무리 좋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다 해도, 상대방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베푸는 호의는 오히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 두번째 교훈은 그렇게 본의아니게 자신이 남들에게 골탕을 먹이면 자신도 언젠가 결국 남들로부터 골탕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강변북로를 운전하던 주한미군 병사는 B.방식으로 적혀있는 도로 표지판을 보면서 「접시로 대접받은 두루미」가 된다. 한국이 못살던 시절 유럽/미국에 유학가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학문적 성취를 남긴 선배에 관한 기록을 유럽/미국대학의 DB에서 검색해 보려던 후학자들은 A.방식으로 쓰여진 선배이름을 인명DB에서 몇일간 찾고 헤매면서 「호리병으로 대접받은 여우」가 된다.

여우(한국인)와 두루미(영미권 화자)의 입버릇 비교 — 유·무성 구별 민감도와 g·d·b↔ㄱㄷㅂ 습성을 정리한 책의 비교표 / The fox (Korean speakers) and the crane (English speakers): a comparison of speech habits — sensitivity to voicing and the g·d·b ↔ ㄱㄷㅂ habit — with an illustration from the book.
여우(한국인)와 두루미(영미권 화자) — 유·무성 구별 민감도가 다른 두 화자의 습성을 정리한 책의 비교표.
The fox (Korean speaker) and the crane (English speaker): the book’s comparison of two habits of hearing voiced and voiceless sounds.

두번째는 접시/호리병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조상들이 쓰던 고대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를 사용하는 네덜란드/스웨덴/헝가리/베트남/몽골 같은 지역의 원주민들은 자기들의 소리를 ‘자음+모음 풀어쓰기’ 구조인 로마자/키릴로 표기하는데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으나, 너무 편해서 자랑스러운 한글을 國文으로 채택한 한국인들은 초·중·종 3개로 1음절을 구성하는 모양에 익숙한 눈을 가지고 있다. reddit 같은 서양 커뮤니티에서 한글이 abugida127)의 일종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이해 가는 것이 한글의 초·중·종 구조가 데바나가리/ 태국문자처럼 직사각형 한덩어리 아래에 첨자(받침)를 붙여 해당음절의 끝음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앞음절의 종성과 뒷음절의 초성이 만나면 복잡한 sandhi를 만드는 것도 산스크릿을 문자로 사용하는 Tamil, Sinhala, Telugu, Marathi, Hindi, Pali어의 상황과 비슷하다. 반면 영어/프랑스어 등에는 유성·무성 구분에 민감한 두루미답게 앞단어의 끝소리와 뒷단어 첫소리의 유·무성 매칭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연음법칙(liaison)이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철자 s/z의 실제 발음은 [s~z] 사이를 계속 오가고, 동사의 과거형 –ed 또한 앞뒤 소리의 유·무성에 따라 t-d를 오간다. 正音에서는 ㅅㅿ/ㄷㅌ로 ― 하나 넣었다-빠졌다 하는 사이이다.

호가든 전용/기네스 전용의 잔이 그 맥주의 향취를 제대로 살려주듯 자기나라 소리를 표기하는데 딱 맞는 전용잔을 조상님이 디자인해주지 않았거나, 물려받은 전용잔을 고집하기엔 보편적으로 흔하게 깔려있는 로마자/키릴에 비해 그닥 장점이 없어 포기한 경우에는 자국어를 로마자와 일부 변형字형태로 익히게 되니 ‘자+모+자+모 풀어쓰기’에 익숙해진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초·중·종 방식에 익숙한 눈과 여우의 주둥이를 가진 토종한국인으로 《正音이라는 술잔》 vs 《전세계 바다를 누비는 영국해군이 들고간 로만알파벳 술잔》이 새로 기항한 도시의 bar에서 낯선 술을 담았을 때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본다. 26자의 로만알파벳 vs 28자의 正音으로 세계 각국의 말소리를 담아본 결과가 또한 이 책의 내용이다. 외국술을 만났을때 A.방식이 ŏ ŭ ë 같이 첨자사용을 선호하는 것은 모음이 태부족한 로만알파벳의 전투습관이고, B.방식이 hyphen으로 음절을 구분표기하는 것은 초·중·종 구성에 익숙한 훈민정음 자손들의

초·중·종 구성에 익숙치 않은 두루미(영미권 화자)에게는 와닿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주둥이 짧은 여우(한국인 화자)에게는 스웨덴 문자 ä å ö처럼 하나의 모음기호가 단어에 따라 다른 모음값이 되는

[255쪽은 표·그림 중심의 지면입니다. 위 PDF 지면에서 보세요]

ex) Paris 빠리→파리 España 에스빠냐→에스파냐

또 앞음절의 종성+ 뒷음절의 초성이 만나 「자음+자음」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음이 변하는 규칙(sandhi)은 초·중·고1 2년 정규국어교육을 모두받은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모두 알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여(참조. 한국어맞춤법 제4장 받침의 발음), ‘전력’을 [절력]이 아닌 [전력]으로 발음하는 유튜버가 실제로 등장하거나, 두가지 발음이 병립하는 닭에게[달게게/다게게] 굵다[굴따/국따]는 원어민에게도 쉽지 않은데,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 학생에게 결코 쉽지 않은 종성발음의 기본원리(큰줄기)는 正音자음의 형태를 가지고 ㅇ/ㆆ/ㅎ3가지 타입별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직관적이고 쉬울 수 있다.

[256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놓고[노코] ㅎ+ㄱ=ㅋ 않던[안턴] ㅎ+ㄷ=ㅌ 닳지[달치] ㅎ+ㅈ=ㅊ

– 법전[법쩐] ㅂ(ㆆ를 포함) ㆆ+ㅈ=ㅉ, 학교[학꾜] ㄱ(ㆆ를 포함) ㆆ+ㄱ=ㄲ – 박리[방리] 뒷음절의 ㄹ(공명음)에 의해 ㄱ계열의 공명음 ㆁ[ŋ]로 변한다.

– 합니다[함니다] 뒷음절의 ㄴ(공명음)에 의해 ㅂ계열의 공명음 ㅁ로 변한다.

한국어를 적는 한글이건 영어에 쓰이는 로마자이건 처음 학습할 때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 학습하는 것은 동일하다. 자음과 모음의 구분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모음은 홀로 소리가 난다고 해서 홀소리, 자음은 닿소리라고 부른다. 모든 모음은 성대울림(voiced)이 일어나니 유성음이다. 자음은 소리는 없지만 발음할 때 입술, 혀, 이빨, 입천장 등 어디에 articulation(닿는지)하는지 표시한다. 그런데 다시 자음에는 유성자음(voiced)와 무성자음(unvoiced)이 있다고 설명하니 헷갈린다.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으면 자음은 무성음(unvoiced)여야 할테고, 실제로 한국어의 자음들은 무성음 위주이다.

한글자음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영어나 일본어를 배울때 등장하는 유성자음(gdb)을 ㄱㄷㅂ로 표기하면서 두가지를 같은 것으로 보는 오류를 행하기 쉽다. g d b의 발음은 유성자음이라서 무성자음인 ㄱㄷㅂ와는 다르다. ㄱㄷㅂ소리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유성음(voiced) g d b도 아니고 무성폐쇄음(voiceless stop)인 k t p도 아니라서, 한음절-한음절 끊어 읽는 효과인 성문음화(glottalization)를 표시하는 기호ʔ를 이용해kʔ tʔ pʔ로 표시해 보았다. ㄲㄸㅃ는 성문의 긴장이 ㄱㄷㅂ보다 더 강하게 일어나는 무기음(non -aspirated)이므로 ʔk ʔt ʔp 표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참고로 IPA(국제음성기호)에서 된소리 표기법은 ㄲ(k͈), ㄸ(t͈), ㅃ(p͈), ㅆ(s͈), ㅉ(t͈͡ɕ) 로서 유기음(aspirated)인 k t p+첨자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필자방식이건 IPA방식이건 지저분한 첨자도입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접시(한글)와 호리병(로마자)이 형태가 다른 도구인데, 접시 같은 호리병, 호리병 같은 접시를 만들려는 시도이니 근본적으로 미봉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여우와 두루미가 함께 사용가능한 식기를 만들려 하지 말고, 배움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2가지로 나눠야 한다. 여우가 두루미의 입놀림을 배우려는 경우와 두루미가 여우의 혀놀림을 배우려는 경우로. 이 책에서 正音으로 각종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것은 여우가 두루미의 입놀림을 배우려는 경우이고, 반대로 두루미가 여우의 입놀림을 배우려는 경우에는 ㅋㅌㅍ를 kʰ tʰ pʰ로, ㄱㄷㅂ를 kˀ tˀ pˀ로 표기하여 두루미에게 익숙한 로마자를 변형한 표기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257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영어자음의 발음들을 유성(+voice)과 무성(-voice)으로 나누면 위와 같다.

IPA 기호형태나 로마자 모양을 가지고 유성/무성이나 유기/무기를 구별할 수 있는가? X

《세종은 이것을 어떻게 훈민정음 자모 속에 시각화 해냈을까?》

컴퓨터는 아무리 복잡한 계산도 0과 1이라는 이분법체계를 통해 수행한다. 이것은 on/off 없다(無)/있다(有)의 세계이며 음성에서는 성대가 안울린다/울린다 or 울림을 멈춘다(ㆆ)와 울린다(ㆍ)가 된다. ㆆ는 zero이다. 숫자0의 특징은 덧셈을 하면 원래의 것이 나온다는 것이다. A+0= A, 1+0= 1이 되듯이 ㅇ+ㅏ=아 이므로 ㅇ는 zero-consonant (0자음)이고, strike를 한글로 표기하면 ㅅㅌ라이ㅋ 대신 ‘스트라이크’로 표기하듯이 ㅡ는 zero-vowel (0모음)이다. 이 둘을 합친 ‘ㆆ’는 음성사분면의 원점 (0,0)으로서, 성대떨림(ㆍ)와 반대되는 표기로 엔진을 멈추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고, 그래서 종성ㅭ은 해당음절에서 ㄹ를 짧게 끊어 발음하는 것이 되어 milk는 [mɪlk/미ᇙ크]가 된다. 반대로 ㆍ는 성대떨림으로 모든 모음은 유성(voiced)이므로 훈민정음 ㅏㅑㅓㅕㅗㅛㅜㅠ모음들은 모두 ㆍ를 포함하게 된다. ㅡ는 모음이지만 0모음이기에 ㆍ가 없다. 사과가 0개 있다 = 없다 가 되는 것과 같다. ㅡ는 우리가 말을 하지 않아 혀를 놀리지 않을 때 입 속에서 쉬고있는 혀의 쉬어자세이다. 반면 ㆁ[ŋ]는 자음이지만 공명음(모음처럼 울림이 있는 자음)이기에 ㅏㅓㅗㅜ 처럼 ㆍ를 포함하고 있다.

요약하면 현대음성학에서는 자음 뒤 모음이 울리는 시간까지의 간격인 VOT를 통해 자음을 유성자음과 무성자음으로 분류하고 있고, 로마자에서는 b/p g/k d/t z/s 로 대비되는데 유성자음 b g d z vs 무성자음 p k t s에 시각적 규칙성은 없다. 반면 훈민정음에서의 유·무성 대비는 VOT보다 더 큰 스케일에서 모음은 유성, 자음은 무성이 되고, 시각적으로는 ㆍ/ㆆ의 대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무성자음 위주인 한국어에서 자음디자인은 ㆆ-series(한번 가획)과 ㅎ-series(두번 가획)을 통해 시각적 통일성을 가진다. 자음이면서도 유성성(울림)을 가지는 n m r l ŋ 류의 자음디자인은 ㆆ와는 달리 가로획이 없고, ㆍ와는 달리 가운데에 구멍이 난 ○□△형태의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서, 자음이지만 모음과 같은 울림성을 갖는 sonorant의

[258쪽은 표·그림 중심의 지면입니다. 위 PDF 지면에서 보세요]

이 책의 처음은 한글맞춤법의 변천사에 관한 것인데 국문연구의정안(1909)에서 종성에 ㅈㅊㅋㅌㅍㅎ 6字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언문철자법(1930)에서는 ㅋㅎ가 빠졌다가, 한글맞춤법통일안(1933)에서는 ㅋㅎㄶㅀㅆ가 모두 종성에 복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례본에서는 초성해에서는 종성부용초성이라 하였다가 종성해에서는 우리말을 적는데는 8자면 충분하다 하였는데, 1527년(중종22)에 최세진이 학동들의 한자3360字 교습서로 펴낸 훈몽자회에서는 ‘ㆆ’를 아예 삭제하고, ㅋㅌㅍㅈㅊㅿㅇㅎ는 초성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正音으로 듣고 쓰다’의 내용중 자음부분만 터프하게 간추린다면 종성에 ㅿ,ㆆ,ㅎ가 왔을때 어떻게 발음하느냐를 길게 설명했다고 봐도 되겠다. 자음을 가획이론에 따라 분류하여 2번 가획된 것/ 1번 가획된 것/ 非가획자가 종성에 올 때 음절구분의 강도차이를 설명하였고, ㅿ의 종성음을 유추하였는데 쉽게 말해 ‘ᅀᅵ으ᇫ’는 어떻게 읽느냐는 것이다.

한글의 자음이름은 기본적으로 ‘ᅙᅵ으ᇹ’에서 ㆆ위치에 x가 들어간다. 니은,리을,미음,비읍,지읒 등은 규칙적인데…기역, 디귿, 시옷같은 예외가 있어서 이것이 무엇을 트레이닝 하는 것인지 흐려놓을 수 있지만, 그 의도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각 자음들이 초성발음과 종성발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모음나침반에서 정동향(ㅣ) 정서향(ㅡ)으로 180˚ 각도로 마주보는 모음을 지지대로 삼아서. 그렇다면 한국어학당에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이 ‘훈몽자회’의 ㄱ其役 ㄷ池(末) ㅅ時(衣)에 뿌리를 둔 기역 디귿 시옷으로 배우는 게 얼마나 웃픈가. 물론 그렇게 배워도 초성/종성에 해당자음이 들어가니 트레이닝의 큰틀은 유지되고 있다. 최세진이 한글 교습의 正道를 흐트려 놓았다는 것이 아니다. 조선역관들은 정음을 활용해서 다양한 외국어발음을 적기위해 노력했고, 그의 저서인 사성통해(四聲通解)에 속음(俗音)의 입성운미(종성)에 ㆆ/ㅸ를 사용한 것을 보면 ㆆ의 용도와 음가를 몰랐던 것도 아니다. 조선의 역관들은 노걸대/박통사/역어유해(중국어) 이로파/첩해신어(일본어)처럼 정음을 외부세계를 향한 지향적 도구로연구했다. 반면 정인지의 序에서는 정음의 실용처로 피의자 조서를 작성할 때의 유용성을 언급했으며, 조선이 망할 때까지 양반계층에게 정음은 “우리들” 나라를 통치할 때 쓰는 표음도구에 불과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런 조선 지배계층과는 다른가? ㄱ,ㅅ의 이름을 한자로 음차/훈차해 적었던 其役(기역) 時依(시옷)을 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어학당에서 그대로 가르치고, 자칭 한국어 원어민 교사라며 ㅂ=b 입니다. 식으로 영어권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걸 방치하니. 최세진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조선반도가 正音을 대하는 태도는 나 살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만~” 하며 조소할 지도 모를 일이다.

[259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석

  • 127) 아부기다(Abugida)란 음절문자와 음소문자의 중간쯤 위치하는 문자로, 각 자음에 내재모음(inherent vowel)이 존재한다. 모음 변화는 몸통의 상하좌우에 부가기호(diacritics)를 붙여 표시하는데, 한글 종성은 해당음절의 끝음처리가 분절적인지(ㄱㄷㅂㅈㅅ) 연음적인지(ㄴㄹㅁㆁ) 여부나 모음의 nasalization 종류를 표기한다고 혼동할 수 있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52–259쪽.

https://hun-min.com/?p=1658

II. 모음사각도 Day1, 2, 3

해례본 중성해의 삼재 설명을 바탕으로 모음사각도 위에 王地(ㆆ ㆍ ㅣ ㅡ)의 방향을 정하고, Day 1·2·3 순서로 사왕지·사생지(ㅏㅓㅗㅜ)·사고지(ㅐ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143–145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PC에서는 아래 창에서 책 지면(표·그림 포함)을 그대로 넘겨 볼 수 있고, 휴대폰에서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PDF를 열 수 있습니다.

모음사각도 속 王地(ㆆㆍㅣㅡ)의 Orientation

중성해에서 모음을 이루는 삼재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43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목구멍 깊은데서 나오는 vibration의 유일한 근원인 vocal cord를 ㆍ(天)으로 삼고, 지평선처럼 평평하게 펴진 채 누워있는 혓뿌리(root of tongue)을 ㅡ(地)으로 삼고,

침묵하며 쉬고 있던 혀를 앞으로 내밀어 발성하는 인간의 의지를 ㅣ(人)으로 한다.

구강이라는 좁은 공간속에서 혀는 고저/심천(深淺)을 달리하며 움직이지만, 아무런 모음도 담당하지 않는 혀 위의 빈공간을 ‘ㅇ’로 표시할 수 있고, 평평한 혀 위의 빈 공간임을 적시하기 위해서 ‘으’ 모양으로 상형해 볼 수 있겠다.

성인남면(聖人南面)의 이치에 따라 태양이 있는 남쪽은 도면의 윗쪽이 되어야 한다.

聖人南面而聽天下 嚮明而治(성인남면이청천하 향명이치)"고 했고, 禮記(예기)에서는 "임금이 남쪽을 향함은 陽(양)에 답하는 뜻이고, 신하가 북쪽을 향함은 임금에 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복궁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궁궐에서 임금의 자리는 모두 남쪽을 향하며 임금은 신하에게 南面을 하고 신하는 임금에게 북면하게 된다.

[144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ㆍ(하늘)와 ㅡ(땅)이 만나 원순모음 ㅗ/ㅜ를 만드니, ㅗ는 ㅜ보다 깊은 소리이다. (ㅗ toward the sun) vs (ㅜ opposite the sun) ㆍ(하늘)과 ㅣ(人)이 만나 ㅏ/ㅓ를 만드니, ㅏ는 내쉬고 ㅓ는 들이쉬는 소리이다. (ㅏexhale) vs (ㅓinhale)

첫째날에는 사왕지(ㆆㆍㅣㅡ)로 북남동서의 방위를 정하고,

둘째날에는 하늘이 땅을 生하고, 하늘이 사람을 生하는 이치로 사생지를 찾았다.

셋째날에는 천·지·인 삼재(三才)가 모두있는 것들이 나오니, 이것에는 모두 人이 들어있다.

ㅏ소리를 내는 혀의 포지션에서 ㅣ를 발음하면 ㅐ가 되고 ㅓ소리를 내는 혀의 포지션에서 ㅣ를 발음하면 ㅔ가 된다.

ㅗ소리를 내는 위치에서 ㅣ를 발음하면 국제음성기호로 [ø]가 되고,

ㅜ소리를 내는 위치에서 ㅣ를 발음하면 국제음성기호로 [y]가 되는데,

현대국어에서 ㅚ[we̞] ㅟ[wi]는 다른소리를 표기하는데 쓰이며 we̞/wi는 이중모음이다.

처럼 표기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해례본 합자해에 각주66)와 같이 나와있다.

ㆍ와ㅡ가 ㅣ소리에서 일어난 소리는 우리나라 말에서는 쓰임이 없고, 어린이 말이나 시골 말에 간혹 있기도 하는데, 마땅히 두 글자를 어울려 쓸 것이니, ᄀᆝᄀᆜ처럼 세로로 된 글자를 먼저 쓰고 가로로 된 글자를 나중에 쓴 글자는 다른 글자들(가로먼저, 세로나중 글자)과는 다르다.

[145쪽은 표·그림 중심의 지면입니다. 위 PDF 지면에서 보세요]

주석

  • 66) ㆍㅡ起ㅣ聲 於國語無用 兒童之言 邊野之語 或有之, 當合二字而用, 如ᄀᆝᄀᆜ之類. 其先縱後橫 與他不同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143–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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