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의 詩語는 달라질까?

2NE1·성시경의 노랫말, 윤동주 「서시」의 육필원고,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예로 들어, 자판에서 사라진 옛한글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 시의 말소리와 표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본 글입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6–227쪽의 최종본입니다.

♫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한국의 詩語는 달라질까?

시의 원형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나타나 읆조리며 노래하던 음유시인(bard)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詩語는 왜 가끔식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지, 또 그런 선택이 낭송할 때의 맛을 살리는 것을 넘어 시를 살리고 죽일 수도 있슴을 알게 된다. 성시경의 발라드 “이윽고~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에서 첫음절은 반드시 ‘이윽고’여야 한다. 만약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외국가수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때문에 ‘이윽코~’로 부르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 청중들은 얼어붙고 곡의 분위기는 되살릴 수 없게 된다. 저자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출판/문서/여권 같은 목적에서는 한글로 충분하다 하였고, 다만 외국어 발음학습자나 외국노래를 IPA에 의존하지 않고 따라부를때 훈민정음의 표음능력을 시연하였다. 작은 차이도 중요한 詩에서 자판에서 사라진 ㆆㅿㆁㆍ가 돌아오면 뭐가 달라질까? ㆆ는 2NE1의 ‘미.미.미.미치고 싶어’를 「미ᇹ미ᇹ미ᇹ 미ᇹ치고 시퍼」로 쓰거나, ㅿ는 ‘쾌지나 칭칭나네’에서 한국 사물놀이 사운드는 꽹가리만 칭칭대는게 아니라 육중한 징의 brass한 소리까지 layered 된 두터움이니 「쾌진아 칭ᅀᅵᆼ나네」도 괜찮을 것 같다.

윤동주의 서시(序詩)는 워낙 인기있어서 인터넷에 다양한 사람들이 필사한 버전이 있는데 시인의 육필원고에는 “나않테 주어진 길”에서 ‘않’을 지우고 ‘나안테’로 고쳐썼으며 대중들은 맞춤법에 맞게 ‘나한테’로 쓰거나 나안테/나한테 논란에 거슬렸는지 아예 ‘나에게’로 바꿔쓴 버전도 보인다. 육필원고에 써있는 날짜 1940년 11월 이후 2-3년만에 이 감수성 여린 청년이 일제에게 겪은 일을 생각하면 서러움과 울분이 담긴 유성음 ‘나ᅌᅡᆫ테’도 떠오르나 작성당시에는 자신의 시 19편을 골라 첫시집을 출간할지 고민하며 일본유학을 준비하는 시기였으니 ‘나ᅌᅡᆫ테’는 감정오버이고, 그렇다고 ‘나한테’로 하면 무성h 때문에 너무 일상적 어휘가 되어 버린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명상적이고 자기수양적이라 필자는 [nɐɦɐn] 정도의 발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는데, 초성자리에 유성ɦ를 표기하면 「나ᄒᆞᆫ테 주어진 길」이 된다. 윤동주와 유재하는 22-24살의 나이에 자신의 불안한 앞날에 대해 노래했지만, 그걸 쓰고 부르고 있던 그 시점에 이미 자신의 天才를 증명하는 마스터피스는 완성되고 있었고 그 후에 닥쳐 올 비극을 아는 팬들로서는 더욱 가슴아픈 서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유재하 1집의 「가리워진 길」과 윤동주 序詩의 「나ᄒᆞᆫ테 주어진 길」 그리고 요절한 월명사 누이의 生死길(ᄉᆞᆷ사러)은 모두 애달프지만 아름다운 명곡이 되어 남았다.

제망매가를 正音으로 세로쓰기하고 생사로·불도의 mirror image 구도를 풀이한 지면
《正音으로 듣고쓰다》 중 — 제망매가를 正音으로 세로쓰고 생사로(生死路)·불도(佛道)의 거울상 구도를 풀이한 지면.
From the book: the hyangga “Jemangmaega” written vertically in 正音, with its mirror-image layout of the road of life-and-death and the Buddhist path.

生死路隠 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肹伊遣 차의유아미차힐이견
吾隐去内如辝叱都 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遣去内尼叱古 모여운견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隠風未 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차의피의부량락시엽여
一等隠枝良出古 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隠處毛冬乎丁 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陁刹良逢乎吾 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 도수량대시고여

제망매가(祭亡妹歌) 향찰 원문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덕왕19년(760년) 2월에 궁궐 남쪽 남천(南川) 위에 월정교(月淨橋)와 춘양교(春陽橋)를 놓았고, 『삼국유사』에서는 같은 해 4월 월명사가 경덕왕 앞에서 ‘도솔가’를 지었다고 되어있으니, 月明師가 月淨橋를 건너 다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밝은 달이 선명하게 ‘월인천강’하기 위해서는 수면이 고요해야 하니, 그런 풍경을 보고 月淨이라 하였을 수도 있고…

도솔가를 짓게 된 경위는 두 개의 해가 나타나 열흘동안 사라지지 않았고, 인연있는 승려에게 청하여 산화공덕(散花功德)을 행하면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왕이 마침 지나가던 월명에게 의례를 청하니 그는 “신승(臣僧)은 국선의 무리에 속해 있으나, 향가만 알 뿐 범성(梵聲)에는 익숙치 않습니다.” 라며 도솔가를 짓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신라시대 왕실의례를 지낼 정도의 승려라면 범어로 된 경문/게송에 익숙했다는 게 아닐까? 15세기에 정음이 나오기 전에도 이 땅에 표음수단이 있었으니 그것은 향찰이었고, 향가작가 중에는 유독 승려들이 많다. 그들이 산스크릿을 표기한 범어(Siddham)경전을 읽었다고 보면, 제망매가의 ‘사이ㅅ’ 叱의 기원은 산스크릿까지 이어진다. 범어불경은 중국대륙을 거치며 한자로 음역되었고, 한역불경에서 산스크릿의 sibilant (s/ś/ṣ)을 표기하던 叱가 향찰에서도 ‘사이ㅅ’으로 사용된 것이다. 또한 일본승려 空海(ᄏᆕ까이)가 당나라 유학을 떠난 8세기 대륙의 발음(중고한음)은 叱≈/tɕʰit/였는데, 이후 중세일본은 ㅊ계열(つ) 끼워넣기로 촉음을 표기하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っ를 사용한다. 꽃/꼿의 종성이 둘다 불파음[t̚]를 이루듯 한쪽은 ㅅ, 한쪽은 ㅊ을 선택한 것이다.

탁발승으로 전국을 떠돌던 월명이 고향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얼마전 여동생이죽었다는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누이를 애도하는 祭를 지낸다는 기존 이야기에서 동생은 끝없이 윤회하는 중생, 월명은 도를 닦아 누이를 서방정토로 이끄는 출가자로서 분리된 구도가 된다. 월명보다 1세기 앞선 신라승려로서 만사일여(萬事一如)를 강조하던 원효의 사상으로 본다면 좌우대칭인 월정교의 구조처럼, 무자성(無自性)을 깨우친 道 위에 있는 월명에게 진여문(眞如門)이 열렸을 때, 반대편에 놓인 것은 누이의 生死路가 아니다. 봉사가 눈을 뜬다고 차표 없이도 집에 갈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眞如門이 열린다고 生滅門이 닫히는 것이 아니어서, 열린 생멸문을 통해 누이가 보이는 것 뿐이며, 월정교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다리(一心二門)가 되고 중생이 곧 부처가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니, 다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원래부터 한(一)가지에서 나와 이 세상에 온, 아미타 세계에서 마주할 悟, 즉 不二(一心).

보름달 아래 월정교와 징검다리 위의 승려
보름달 아래 경주 월정교(月淨橋)와 징검다리 위의 승려.
Woljeonggyo Bridge in Gyeongju under a full moon, with a monk on the stepping stones.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6–227쪽.

https://hun-min.com/?p=1742

☯ 체(體)·용(用)의 분리사용이란?

해례본 제자해에 나오는 「체(體)·용(用)의 분리사용」이 무엇인지, 가획자와 비가획자, 종성 ㆁㄴㅁㅿㄹ과 모음 ㅣ의 관계를 통해 정리했습니다. 명리학의 천간·지지 체용 변화와 현대 음성학의 oral stop / nasal stop 구분도 함께 다룹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45–52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PC에서는 아래 창에서 책 지면(표·그림 포함)을 그대로 넘겨 볼 수 있고, 휴대폰에서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PDF를 열 수 있습니다.

☯ 체(體)·용(用)의 분리사용이란?

체·용에 관해서는 명리학 뿐 아니라 동양철학의 여러분야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체가 무엇이고 용이 무엇인가를 논하자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오해의 여지도 생깁니다. 해례본에 나오는 『체·용을 분리시켜 사용했다』는 말만 이해하자면 그럼 ‘체용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는 영혼과 육체가 한몸에 있는 상태입니다. 내 몸의 심장이나 두뇌가 파괴되면 나의 영혼도 하늘로 올라가고 사망하죠. 육체와 그 육체를 쓰는 정신이 한곳에 머무는 존재입니다. 그럼 그것이 분리된 괴물이라도 있단 건가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낙지선장(데비 존스)이 나오는데 그의 심장은 별도의 상자에 담겨 있습니다. 낙지선장과 싸우던 해적들은 칼로 몸통을 찔렀지만 그곳에 심장은 존재하지 않죠. 체용분리는 적을 기만하는데 유용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칼처럼 high-risk을 동반합니다. 유명한 대사 “플라잉 더치맨은 데비 존스가 지휘한다. 그리고 데비 존스는 나의 명령에 따른다.” 처럼 심장이 든 상자를 탈취당하면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체용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우리같은 일반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허나 낙지선장은 영화속 상상의 존재인데 그런 게 체용분리의 사례라구요?

체용분리의 활용은 현실세계에도 많습니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조세회피지역에 본사를 두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거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시가총액이 거대한 상장 대기업이 실제로는 자회사이고 지주회사 또는 아주 작은 몸집의 모회사(parent company)가 지배하는 구조로 만든후, 오너경영인은 모회사(비상장)만을 소유하여 경영권 방어를 쉽게 하는 것입니다. 「체용의 분리사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동양의 고전철학이 알려주는 고급기술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일제가 세운 만주국 괴뢰정부, 비시프랑스, 바지사장과 딥스테이트 등이 있습니다.

명리학에서는 천간이 지지로 변화될 때의 체용변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천간은 하늘에 떠있는 순수한 성분으로 甲은 항상 양이고 乙은 항상 음인 것인데. 지상으로 내려오면 갑은 寅이요, 을은 卯이 되는데. 寅의 체는 양이고, 卯의 체는 음입니다. 즉 남자의 영혼이 지상에 내려와 몸을 얻었는데 남아로 태어나고, 여자의 영혼이 지상에 내려와 여아로 태어난 것입니다. 헌데 천간 +丙丁-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병화가 지상에 태어나 보니 巳는 체가 음이고, 정화가 지상에 내려와 보니 午는 체가 양입니다. 남자 영혼이 여아의 몸속에, 여자 영혼이 남아의 몸속에 깃든 상황이죠.

윤회라는 것이 있어 나는 전생에 남자였을까 여자였을까를 생각해 보면. 윤회를 몇번 거듭하다보면 내몸의 외성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나의 성별이 매겨진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의사는 외성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성별을 매기고 그것이 주민번호가 될 뿐이지. 아이에게 당신은 남성적입니까 여성적입니까? 묻지는 않죠. 성정체(identity)와 지향성(orientation)의 체용이 분리되어 있는 LGBT가 파티에서 서로 만나면 자신의 성정체, 실제 신체성기, 사귀고 싶은 상대방의 성별 등 자기소개부터가 애로한데 명리가가 사주팔자를 판서할 때 보면 년월일시로 사주8자를 적고 우측 위쪽에 마를 건(乾)/ 젖을 곤(坤) 중 한쪽을 적습니다. 男/女라는 혼동될수 있는 글자를 쓰지 않고, 앉은 자리가 말랐는지 젖었는지 즉 태어날때 외성기의 상태만 드라이하게 적는 것입니다. 사주의 천간 4字는 정신상태를 보여주고, 지지 4字는 처한 사회현실을 보여주니. 명리는 LGBT 이슈로부터 천년도 전에 일간보면 양천간/음천간 나오고, 지지를 보면 신약/신강 나오고, 건/곤을 보면 신체 성별이 나오는 효율적 identification 체계를 가지고 있었네요.

훈민정음 제자해로 돌아오면 가획의 여부를 설명하면서 체용의 분리이야기가 나옵니다. ㄴ→ ㄷ→ ㅌ 된것은 ㅡ가 한개씩 가획된 것이라 하였고 정리하면 아래표와 같습니다.

ㆁㅿㄹ는 생긴 모양만 보면 ㅡ가 포함되어 있지 않냐고 논란이 생길수 있는데 해례본에서 가획字가 아니라고 명시하였습니다. ㄴㅁㅇ은 다른 글자의 기본형이 된다 하였으니14) 마찬가지로 가획자가 아니고. ㅅ은 가획자가 아니면서 전청입니다. 다른 자음과는 뭔가 다른 LGBT적 존재인 것이죠. ㆆ가 있었다면 ‘음의 폐쇄’를 표기하는데 굳이 ㅅ을 쓸 필요는 없었을텐데, 후대한글에서 폐쇄음 표기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사이시옷’은 이런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아 ‘ㅺㅼㅽㅾ’를 낳고 종성일때는 ‘ㄷ’발음으로도 인정해주다가, 사이‘ㅅ’ 관련규정을 파생시켜 맞춤법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골칫거리가 됩니다.

[46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중성해에서는 모음의 요소를 ㆍㅡㅣ 三才로 설명하면서 ㆍㅡ의 방위는 중앙土라고 하고 ㅣ는 음양오행이 신묘하게 엉긴 人인지라 자리수가 없다고 합니다.15)

초성vs중성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초성의 강유(剛柔, 강함과 유연함)을 결정하는 것은 땅의 功16)이라고 합니다. 지구는 우리가 접하는 것 중 가장 무거운 존재입니다. 토(earth, ㅡ)가 포함된 초성/종성은 단단하고 무겁게 되고(가획1번이면 전청, 가획2번이면 차청), 중성에서는 ㆍㅡ가 土라고 했으니 ㆍㅡ가 들어가면 무거운 모음이 된다는 것이죠. 반면 ㅣ는 얕은 소리라고 했고, 하늘과 땅의 중간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것은 인간(ㅣ)라고 했습니다. 하늘은 태양빛과 강우를 하염없이 땅으로 내리고, 땅 또한 한없이 하늘이 주는 것을 받아내며 견딜 뿐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것은 없습니다. 땅에서 하늘로 뭔가를 보내는 것은 비행기 날리고 인공위성 쏘는 오직 ‘人間의 일’입니다.

초성은 또한 종성이 된다고 하였으니 위의 표를 종성입장에서 보면 가획된 자음들은 하늘로 올라가기 힘들겠죠. 그 무거운 earth(ㅡ)를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가획없는 자음이 종성에 오면 저절로 하늘로 이어지느냐? 중성에서 ㆍㅡ(土)가 방해하지 않아야겠죠. 특히 人(ㅣ)이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다고 하였으니…

1) 종성에 가획없는 가벼운 자음(ㆁㄴㅁㅿㄹ)이 위치한 상태에서
2) 모음 ㅣ가 있으면 하늘로 올라가 초성과 만나는 걸 도와줄꺼다?

[47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oral stop vs nasal stop

현대 음성학은 자음의 oral stop(구강)/nasal stop(비강)을 구분하며 ㆁㄴㅁ은 비음-자음(nasal consonant)으로서 발음시 연구개(velum)의 뒷부분이 하강하여 비강통로가 개방됩니다. ㆁㄴㅁ까지는 비음-자음에 속하니 종성에 왔을때 모음을 nasalization 시킬수 있습니다. ‘ㅣ’를 발음할 때 혀는 전설로 이동하니 비강으로 가는 통로열림이 원활해짐을 중성 속의 人(ㅣ)이 하늘과 땅이 이어지게 돕는다고 표현한 것이고, ㆍㅡ를 土의 숫자 5, 10에 배정한 것은 ㆍㅡ기반으로 하는 모음(후설)에서는 nasalization이 원활치 않다는 것이죠.

나머지 종성ㅿㄹ에 관해 알아보면 IPA로 하면 z, r, l 입니다. 이에 대해 해례본 종성해에 예시로 등장하는 ‘여ᇫ의갗’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不淸不濁之字 其聲 不厲 故用於終則宜於乎上去
불청불탁字는 그 소리가 세지 않는 까닭에 종성으로 쓰면 평·상·거성에 알맞다.

全淸次淸全濁之字 其聲爲厲 故用於終則宜於入
전청·차청·전탁 字는 그 소리가 세므로 종성에 쓰이면 입성에 알맞다.

所以 ㆁㄴㅁㅇㄹㅿ六字 爲乎上去聲之終 而餘 皆位入聲之終也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여섯자는 평·상·거성 받침이 되고 나머지는 입성 받침이 된다.

然 ㄱㆁㄷㄴㅂㅁㅅㄹ八字 可足用也. 如ᄇᆡᆺ곶爲梨花 여ᇫ의갗爲狐皮. 而八字可以通用. 故只用ㅅ字.
그러나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자만으로도 족히 쓸 수 있다. 가령 ᄇᆡᆺ곶(ᄇᆡᄭᅩᆽ)에는 ㅈ이나 여ᇫ의갗(狐皮)의 ㅊ은 ㅅ字로도 가히 통용됨으로

[48–50쪽은 표·그림 중심의 지면입니다. 위 PDF 지면에서 보세요]

반모음 j가 ä/ū/o와 결합한 じゃ/じゅ/じょ(쟈/쥬/죠)는, ㅣ+(ㅏ·ㅜ·ㅗ)이니 중성해에서 말하는 무거운 ㆍㅡ(土)계열이 ㅣ와 결합한 형태인데 셋다 초성z가 j로 바뀌면서 ja/ju/jo가 되었습니다. *로 표시된 「i포함 이중모음」은 아예 빈칸입니다. 즉 z가 전설모음 ‘ㅣ’를 만나면 j로 바뀌고, 후설모음 ㆍㅡ(土) 없이 ㅣ/ㅔ(人포함 모음)와 연결되는 자리는 빈칸이고, ㅣ/ㅔ를 포함한 ㆍㅡ(土)계열 이중모음에서도 z→ j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z(ㅿ)가 i와 인접하면, 종성 개념이 없는 일본어에서 앞뒤로 나타나는 i모음 사이에서 ㅿ의 음가가 구개음화의 압력을 버틸 수 없어 ji로 변했던 것이 아닐까…예상해 봅니다.

ex) ふじつう(fujitsu)같은 기업명에서도 じ는 zi가 아니라 ji로 표기됩니다.

이상을 요약하면 중국어 권설음 r(ㄖ)의 발음이 [ʐ]~[ɻ]이고, 베트남語에서는 [z]에 해당하는 문자에 ‘R’을 사용하는 등 [z]와 r사운드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어 보이고, 유성자음이 풍부한 일본어에서는 [z]발음을 가진 자음들이 [i] 또는 [i]를 포함한 이중모음과 결합시 j로 변하였으며, 여ᇫ의갗에서 ‘여ᇫ’의 발음을 [yər]로 추정하면서 일본어 오십음도를 보니 ㅓ·ㅕ·ㅖ계열 (중설)이 원래 없더라. 반면 중성해에서 ㆍㅡ(土)라서 무겁다고 한 ㅏㅗㅜ계열이 i와 결합한 ㅑ/ㅠ/ㅛ 이중모음은 구분되어 남아있더라. 일본어 오십음도의 모습에서 종성ㅿ의 음가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지만, 종성이 ‘ん’ 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앞뒤 모음들과 수시로 붙게되는 초성[z]의 음가가 특히 다른 모음에 비해 [i]와 결합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ㅓ계열 모음이 없는 것에서 막연한 행적만을 상상케 하더라.

「 마지막으로 세종이 만든 ㅿ의 디자인을 감상해 봅시다. 」

가로세로 수직선 ㅡㅣ와 원형ㅇㆍ 위주의 훈민정음 디자인에서 ㅅㅈㅊㅿ series 는 ‘사선’이라는 파격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51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종성해에서는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 여섯자는 평·상·거성의 받침이 된다’고 하다가 뒤에가서는 ‘종성은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자만으로도 족히 쓸 수 있다.’며 8종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배제된 종성 ㅋㅌㅍㅊ에 대해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t로 발음하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종성ㅅ’ 또한 –t로 발음되거나 ‘-ㄷ’에 가깝습니다. ‘싯’을 읽으면 [sɪt]이 되는 거죠. 자음이 종성에 왔을때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는 불청불탁 이외에는 학습으로 통제된 습관에 가깝습니다. 15세기 종성ㅅ의 발음은 –t가 아니고, ‘샤타슈 샤안타 샴류타‘라고 발음하는 현대 한국에 살아있는 ’조선시대ㅅ‘ 발음인 [ɕ]가 종성에 온 소리였다면. [ɕ]의 종성소리는 ㅿ의 종성소리와 비슷해져서 저렇게 8개만 쓰라고 말할 수 있고, 그 시대 기준에서는 틀린 제안이 아니었겠죠. 반면 종성ㅅ을 불파음 [t̚]나 종성’ㄷ‘로 발음하는 현대한국인의 상태에서는 종성ㅅ/ㄷ의 발음이 같아 세종의 8종성 제안은 같은걸 2개나 넣어준 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리는 바뀌었는데 현재 시점의 소리로 전제하니 이상해 보이죠.

8종성을 제안할 때는 ㅅ이 [ɕ]이었고 이것의 종성소리가 ㅿ종성과 비슷하였다. 그러니 우리는 [z]가 종성에 올 때의 소리 또는 [ɕ]가 종성에 올때의 소리를 상상하면 되며, 필자의 생각에는 [ɚ][ɝ][ɪr ɔr ɑr]등의 모음 뒤에 따라오는 weak-r 소리라는 것입니다. 현대 한글의시대에 종성ㅅ의 발음이 –t가 되었다면 종성ㅿ는 되살아나야겠죠. 또한 ㅿ는 8종성법에서 함께 종성에서 배재된 ㅋㅌㅍㅈㅊㅎ 와는 달리 불청불탁에 속합니다. 正音에서 불청불탁으로 분류한 6자 중 ㅿ를 제외한 ㆁㄴㄹㅁㅇ는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종성멤버들입니다.

해례본 제자해에서 불청불탁 音은 ㆁㄴㄹ/ㅁㅇㅿ 6자이며 ㅁㅇㅿ는 게임패드 버튼으로도 나타나는 보편적 도형입니다. 현대음성학에서는 [n ŋ m r l]은 자음이지만 모음처럼 공명한다며 공명자음25)이라고 불렀으며 정음ㅁㅇㅿ는 형태자체로 울림통입니다.

해부학 도감에서 ㆁㅁㅇ는 nasal cavity의 모양과 닮아있고 ㅿ는 부비동(frontal & maxillary sinuses)에 닮아 있습니다. 이것들은 동굴 통로처럼 서로 연결되어 비음들을 반향시킵니다.

[52쪽 표·그림은 위 PDF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Verona의 Arena 또는 런던의 Royal albert 홀처럼 둥근 종성 ’ㆁ’은 길고 풍부한 잔향을 가지고, 슈박스 형태의 종성 ‘ㅁ’은 오스트리아의 Wiener Musikverein처럼 적당한 잔향을 가지는 반면, ㅿ형태의 오케스트라 홀이나 공연장은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홀은 잔향이 짧거나 거의 없을 것이고 음악당으로서 적당치 않으니 건립되어서는 안됩니다. 세모홀은 솔로주자의 작은 스트링도 살려내는 음악당 스타일의 반향이 아니라, 소리를 먹먹하게 잡아먹는 공간으로서, 사람의 말소리에 분명 존재는 하지만 그걸 표시하기 위해 스펠링 할지말지 고민되는 소리쯤에게 할당되어야 겠죠. 감기에 걸려 늘어난 콧물로 부비동의 용적이 달라졌을 때 목소리가 가라앉는… 그 정도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소리에.

주석

  • 14) ㄴㅁㅇ 其聲最不勵 故次序雖在於後 而象形制字則爲之始
    ㄴㅁㅇ은 차례는 비록 뒤에 있지만,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은 까닭으로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그것을 처음으로 삼았다.
  • 15) ㆍ天五生土之位也 ㅡ地十成土之數也
    ㆍ는 天數 5로, 흙을 낳는 자리이다 ㅡ는 地數 10으로 흙을 성숙시키는 數이다.
    ㅣ獨無位數者 盖以人則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ㅣ에만 혼자 자리수가 없음은 사람은 無極의 정수로, 음양오행의 정기가 신묘하게 어울려 엉긴 것
  • 16) 초성 vs 중성, 陰陽 天道也 剛柔 地道也 -陰陽은 하늘의 이치요, 剛柔는 땅의 이치라.
    中聲者 一深一淺一闔一闢 -중성이 한편으로 깊으면, 다른 한편은 얕고, 또 한편이 합이면, 다른 한편은 벽이니, (모음이 상호대립적 기질로 변별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是則陰陽分而五行之氣具焉 天之用也 -이는 곧 음양으로 나뉘나 오행의 기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니 하늘(ㆍ)의 작용이다. 초성이 허하고, 실하고, 날리고, 엉기고, 무겁고, 가벼운 것은,
    是則剛柔著而五行之質成焉 地之功也 -剛柔가 나타나 오행의 바탕이 이루어진 것이니, 땅의 功이다.
  • 25) a sonorant or resonant is a speech sound that is produced with continuous, non-turbulent airflow in the vocal tract; these are the manners of articulation that are most often voiced in the world’s languages. Vowels are sonorants, as are nasals like [m][n], liquids like [l][r], and semivowels like [j][w]. This set of sounds contrasts with the obstruents (stops, affricates and fricatives).

관련 영상·자료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45–52쪽.

https://hun-min.com/?p=831

ㆁ ㅿ ㆆ ㆍ의 음가 – 옛이응·반치음·여린히읗·아래아

훈민정음 28자 가운데 오늘날 쓰지 않는 네 글자, ㆁ(옛이응)·ㅿ(반치음)·ㆆ(여린히읗)·ㆍ(아래아)의 음가를 해례본(제자해·초성해·종성해·합자해·용자례)의 원문과 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의 용례로 정리하고, 외국어 발음을 正音으로 적을 때 이 네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설명합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책 지면 그대로 보시려면 원문 PDF를 내려받으세요.

정음28자를 온전히 사용하자면 지금은 사라진 4字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인데. ㆁ의 음가는 [ŋ]로 이것은 표기만 사라졌을 뿐, 현대국어에 살아있는 ‘종성ㅇ’를 통해 쉽게 음가를 알 수 있다. 해례본에서 ㆁ에 대해 언급된 부분들을 정리해보자. 제자해에서는

唯牙之ㆁ 雖舌根閉喉聲氣出鼻 而其聲與o相似 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

다만, 어금니 소리(아음) ㆁ은 비록 혀뿌리가 후두를 막아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지만,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여 운서에서도 ㆁ가 초성인 의(疑)자와 ㅇ가 초성인 유(喩)자가 자주 서로 섞여 사용된다.

今亦取象於喉 而不爲牙音制字之始

盖喉屬水而牙屬木 ㆁ雖在牙而與o相似 猶木之萌芽生於水而柔軟 尙多水氣也

지금 ㆁ자를 목구멍에서 본떠 만들었으나, 어금니 소리의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지 않은 것은, 대개 목구멍은 물(오행의 水)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오행의 木)에 속하여 ㆁ은 비록 아음이지만 ㅇ과 비슷하며,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지만 부드러워서 오히려 물기운이 많음과 같다.

> 같은 아음인데 ㄱㅋ의 모양이 ㆁ을 기본자형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과

ㆁ는 오히려 ‘후음ㅇ’와 비슷한 모양인 이유를 오행을 근거로 말하고 있다.

> 목화㊏금수 오행은 단순히 일직선 상에 도열한 기차가 아니라 회전운동을 한다. 목화금수·목화금수·목화금수 반복으로 수→목이 무한순환의 고리3)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서 보면 얼마나 타당한 자형 디자인인가.

해례본의 설명처럼 오행상생 중 ‘수생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부메랑⋁가 ㄱㄴㅅ 으로 아음→설음→치음으로 옮겨다니며 기본자형이 된다고 볼수도 있다.

훈민정음 초성 17자를 아음(木)·설음(火)·순음(土)·치음(金)·후음(水)과 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으로 분류한 표

初聲解(초성해) -業의 초성은 ㆁ이고 ㆁ와 ᅟᅥᆸ이 어울려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終聲解(종성해) -洪字終聲是ㆁ,ㆁ居ᅘᅩ終而為ᅘᅩᇰ之類。

洪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用字例(용자례) -초성ㆁ,如러ᅌᅮᆯ〮為獺,서ᅌᅦ〮為流凘。

ㆁ는 너구리(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 초성ㆁ 러울(獺)·서에(流凘), 종성ㆁ 굼벙(蠐螬)·올창(蝌蚪)

ㆁ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버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차ᇰ]이 있다.ㅿ。半齒音。如穰字初彂聲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의 처음 발하는 소리(초성)와 같다.制字解(제자해) -ㆁㄴㅁㅇㄹㅿ,為不清不濁。ㆁㄴㅁㅇㄹ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반잇소리ㅿ 또한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 ㅿ자는 가획되지 않았으니 세차거나 촉급(厲)한 음가가 아니라는 것4)

初聲解(초성해) -半舌半齒之閭穰 ㄹ는 반설음이고 ㅿ는 반치음이다.

終聲解(종성해) -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為平上去聲之終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用字例(용자례) -초성ㅿ,如아ᅀᆞ為弟,너〯ᅀᅵ為鴇。

ㅿ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

해례본 용자례: 초성ㅿ 아우(弟)·너새(鴇); 종성ㅿ에 대한 사례는 언급하지 않음

ㆆ。喉音。如挹字初彂聲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制字解(제자해) -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

ㄱ보다 ㅋ소리가 세차고 촉급하여(厲) 가획했듯 ㅇ→ㆆ→ㅎ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初聲解(초성해) -挹虗洪欲迺喉聲 ㆆㅎㆅ ㅇ은 후음이다.

終聲解(종성해) -ㆁㄴㅁㅇㄹㅿ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合字解(합자례) -挹欲於諺用相同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5)

用字例(용자례) -초성ㆆ또는 종성ㆆ에 대한 사례 언급없음

ㅿ와 ㆆ둘다에 해당하는 설명으로 종성해 부분에 촉급(speed)에 관해 설명부분이 있다.종성부용초성이라 했지만 ‘八字可足用也。(우리말소리를 표시하는데는)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하다’로 인해 중세국어동안 7종성 위주였기에 ㅿ/ㆆ가종성에 올 경우의 음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대목이다.

『 종성ㅅ보다 느린 소리가 종성ㅿ이요, 종성ㅇ보다 빠른 소리가 종성ㆆ이다. 』

-五音之緩急,亦各自為對如牙之ㆁ與ㄱ為對,而ㆁ促呼則變為ㄱ而急,ㄱ舒出則變為

ㆁ而緩。舌之ㄴㄷ,脣之ㅁㅂ,齒之ㅿㅅ,喉之ㅇㆆ,其緩急相對,亦猶是也。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ㄴ-ㄷ, 순음ㅁ-ㅂ, 치음ㅿ-ㅅ, 후음ㅇ-ㆆ까지 그 느리고 빠름의 상대성 또한 이와 같다.

ㅇ-ㆆ의 관계를 촉급관계로 설명했으며 ㆁ-ㆆ의 관계가 아님에 주의하자. 종성ㅇ는 음가가 없다고 보며 종성일 때 표기도 생략한다. 그렇다면 종성ㆆ도 음가는 없으면서 speed만 빨라진 소리일 것이다. 종성ㆆ가 ‘사이ㅅ’보다 폐쇄음 표기에 적장자라는 것이 필자의

ㆁ ㅿ ㆆ ㆍ의 음가 – 《正音으로 듣고쓰다》 24쪽: 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의 ㆆ·ㅿ 용례 표와 아래아 음가 논의
24쪽 요지 글자로 보기

종성해의 ‘ㆁ을 빠르게 내면 ㄱ이 되어 빠르고’라는 부분의 예시를 만든다면 ‘앙’ 소리를 급하게 내면 ‘악’이 된다는 것이다. 한글에서 종성ㅇ는 음가 없이 표기가 생략되므로, ‘아’ 소리를 급발진하면 받침ㆆ이 된다는 것.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bottle[ˈbɒtl] 뱄ᇹ틀 식으로 받침ㆆ가 제격이다.

ㆁ의 음가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ㅿ·ㆆ와 관련해서는 해례본 이외에 세종이 사망하기 전인 1450년 이전에 편찬된 책들의 사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 석보상절(1447)의 一切·어버ᅀᅵ(父), 월인천강지곡의 月印·一·二·人·日 등(옷한글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ㆆ의 음가는 현대 한국어에서도 숫자1[ᅙᅵᇙ]과 업무의 일[일]의 발음이 다른 사례로 보면 쉵다. 제자해의 ‘ㄱ보다 ㅋ이 촉급하듯 ㅇ/ㆆ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들어맞는다.

ㆍ의 음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급이 있다 — ㅏ/ㅗ를 각각 녹음해 특정 비율로 섞으면 음가를 찾을 수 있다던가, 모든 소리의 근원이 되니 ‘하늘ㆍ’라 부르자는 제안, ‘깊은 소리 아’라는 이름 등. 필자의 생각에도 조음기관에서 발성의 근원지는 vocal cord가 유일하고 正音 모음들도 ㆍ가 붙어 이뤄지므로 원리적으로는 마땅한 지적들이다. 그런데 ㆍ가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 읽는 사람마다 그 발음을 달리하는 이유가 컸다.

LCD TV의 백라이트 구조에 비유하면 — 인간의 음성에서 ㆍ는 TV가 발산하는 모든 빛의 근원인 백라이트가 되고, ㅡㅣ는 편광필터(polarizer)가 되고, 아설순치후 五色은 컴러필터가 되며, 청/탁의 구분은 컴러필터의 채도(saturation)가 된다. 백라이트 자체는 당연히 순수한 백색이지만 우리가 TV화면에서 보는 백색은 편광필터와 컴러필터를 모두 거친 후의 백색이다. ㆍ 단독사용은 이런 격자무늬 그물망 같은 masking tool을 제거하고 백라이트를 알로 꺼내 순수백색을 표현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시선을 강탈하는 불량화소가 된다. 밤에 화장실 가다 문턱에 엄지발가락을 찧어 무아의 상태에서 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회화적 조음을 거치지 않은 동물 같은 탄식음을 굳이 일상문장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적어도 일반회화 표기에서는 polarizer인 다른 모음과 ㆍ를 조합하여 특정 모음 표기에 사용하는 것이 냫다.

식민지시절을 거치면서 사라진 ㆁㅿㆆㆍ를 다시 되살려써야 한다거나, 일제가 훈민정음을 훼손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거나 여러가지 컴플렉스성 주장들이 있지만, ㅿㆆㆍ는 중세국어(조선)에서도 이미 우리말을 적는데는 음가가 희미해지고, 한자음을 적는 표기로서 사용되었다. 필자의 idea는 현재의 한글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기록하는 문자로서 정리가 잘된 체계이며, 훈민정음과 한글을 합치려 하려하지 말고 별개로 두자는 것이다. ㆁ/ㆆ는 ㅇ와 모양이 비슷해서 만약 아직까지 있었다면 검색엔진에서 단어검색시 너무 여러가지 철자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흔한 응우옌(Nguyen)은 24자 한글조합만 해도 응웬/느웬/응우엔/웬(북한식 표기) 등 다양한데, 만약 여기에 ㆁ/ㆆ까지 가능하다면 Nguyen 하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여러번 분산검색을 해야 할까. ㆍ는 단독표기시 音의 오해뿐 아니라, 위치가 자음과 모음사이에 어중간하게 있어 안그래도 다른나라의 문자에 비해 유니코드내에서 11,172字나 차지하고 있는 조합형 한글코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ㆍ가 포함된 글자와 포함되지 않은 글자의 비례(proportion)를 조율하느라 폰트제작자들은 시달렸으리라. 26자 영어기준 PC자판에 24자 한글이 담겨진 모습을 보면 왼손은 ㅃㅉㄸㄲㅆ가 shift로, 오른손은 ㅒㅖ가 shift를 사용하고 있어 ㆁㅿㆆㆍ까지 넣으려면 ᄒᆞᆫ글워드의 옛한글 키보드처럼 shift 조합이 더 늘어나야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훈민정음으로 세계의 여러 노래가사를 적어 표기하고 IPA(국제음성기호)나 데바나가리와 비교하며 正音의 우수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무료로 배포되며 한국인이라면 그 우수성으로 흔히 사용하는 ᄒᆞᆫ글 워드를 통해 낯선 외국어 발음표기에 활용하자는 것이지, 한글이란 문자를 치우고 정음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 조선 초기의 왕이 창제했지만 이후에도 조선이 망할때까지도 정부공식문서와 기록은 한자였으며 한글철자의 표준화 작업은 조선 양반계층이 몰락한 1894년 이후 공문서에 한글사용이 시작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조선어학회가 1930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결의할때 주시경이 주도하는 ‘한글파’는 형태주의였고, 박승빈이 주도하는 ‘정음파‘는 표음주의(소리나는대로 적기)로 대립하였는데. 결과적으로 ’ᄶᅡᆷᄲᅩᆼᄭᅡᆨᄯᅮ기‘가 사라지고, ㄲㄸㅃㅉ를 된소리에 사용하고, 분철중심 표기법이 되면서 우리는 시각적으로 깔끔한 24자 한글을 가지게 되었으며 ㆁㅿㆆㆍ가 없는 것이 문자로서 장애가 되지도 않는다. 마트에서 베트남産 라면봉지를 관찰하거나 후에 나올 베트남가수의 노래가사 표기를 보면 느끼겠지만 정확한 소리표기에 천착하다보면 시각적으로는 지저분해진다. 교향곡의 악보처럼 복잡한 표기로 한올의 음이라도 더 정확히 묘사하려는 건 음악가에게는 중요하겠지만, 문자는 결국 책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고, 독서는 눈으로 하는 것이지 귀는 필요없는 행위인데 지나치게 소리묘사에 매달리면 시각을 통해 뜻을 전달하려는 문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한다. 타이핑이 편하려면 일단 자모갯수가 적은 것이 유리하고, 자잘하게 달라붙는 첨자(diacritics)가 없어야 하고 서로 다른 자음2개를 조합하는 합용子의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또한 전국민 의무교육을 통해 맞춤법을 통일해야 방대한 문서의 검색이 원활한데, 모양과 음이 비슷한 자모가 중복으로 존재하거나 자음/모음 사이에 끼어 도깨비불 현상을 일으키는 ㆍ는 방해가 된다. 한글은 이름그대로 ’글‘인 것이고. 훈민정음은 이름 그대로 ’音‘인 것인데. 이것에 대해 말하면 위대한 한글이 중국한자의 발음기호였다고? 식으로 맘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대단한 애국자인양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네에 중국인이 하는 양꼬치 식당이 있다면 그 간판을 들여다보자. 간판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지 않으며 오직 시각매체로서 미술관의 작품처럼 견고한 프레임 속에 표구되어 LED display를 통해 도시의 밤을 비추고 있다.

羊肉串 양꼬치 – 한자의 시각성과 한글의 소리 기록을 비교하는 간판 글자

왼쪽부터 양의 머리, 몸통단면, 꼬치에 끼워진 고기가 보인다. 몸통사이 내장과 근육을 묘사한 필획이 꿈틀거린다. 반면 한글에 그런 시각성은 없다. 오직 시장의 손님들이 저 꼬치고기를 부르는 소리를 캐치하였다. 영화제작으로 치면 한쪽은 카메라 감독이고 한쪽은 오디오 감독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자 독음을 표준화 하겠다는 시도나 훈민정음의 철자를 표준화 하려는 의지가 근본적으로 어떤 꿈을 꾸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국가 운영자 입장에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또 인정해야 하는 것은 두가지 방식이 택한 매질자체가 한쪽은 이미 아무나 철자를 바꿔쓸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고, 한쪽은 천년전 시장소리나 오늘의 시장소리 미래의 시장소리를 녹음하지 못할 걱정에서 해방되어 있다. 영화가 명작이 되려면 video감독도 배경에 깔릴 OST에 신경쓰고, audio 감독도 매칭될 영상을 배려해야 겠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필름트랙 위에 서있다.《양꼬치 식당주인도 pinyin으로 적지 않았고. 한국손님도 串의 독음에 관심이 없다》

누가 교육하지 않았어도 식당주인이나 한국손님이나 두 문자의 태생적 본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한국인의 문자로서 정비된 한글이 시장속 모든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된다. 28자로 구성된 음성recorder인 正音의 장기를 살려 쓰는 방법은 특정조합(combination)이 표현하는 소리의 범주를 확인하는데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챕터의 제목이 ‘ㆁㅿㆆㆍ의 음가’이지만, 중세국어에 남아있는 4字의 발자국을 사냥꾼처럼 추적해서 그것들의 음가를 이러저리 추정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해례본이나 세종당시 출간된 서적에 표기된 사례들만 간단히 스케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해례본에서 밝힌 17자음들의 오행분류와 음양분류를 근거로 하여 추출한 합용字의 소리를 찾다보면 오히려 ‘ㅿㆆ의 음가’가 명확해지는 측면도 있다. 합용자음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아래그림의 왼쪽처럼 한글의 겹받침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의 다소낯선 조합은 중세국어에 출현했던 사례들인데 각자병서와 ㅅ계 합용병서가 된소리 표기를 두고 다투었던 역사를 말하면서 등장했던 ‘ㅺㅼㅽㅾ’나 동국정운에서 이영보래(以影補來)로 등장했던 ㅭ, 36자모 표에서 보았던 순경음 ‘ㅸㆄㅹㅱ’을 제외하고는 어떤 소리가 날지 모양만 보고서는 예측이 어렵다. 또 그런 이유로 중세국어의 세월을 거치며 사라진 것이기도 하고. 필자는 正音자음을 천간(天干)으로 보고, 모음을 지지(地支)에 둔 후에 명리학의 이론에 따라 합용되는 조합들의 소리를 추적하려 한다.

현대 한글 겹받침(왼쪽)과 중세국어에 나타난 합용병서 조합(오른쪽) 표
《正音으로 듣고쓰다》 27쪽: ㆁ(ng), ㅿ(z, weak-r), ㆆ(glottal stop)의 발음을 영문으로 설명한 지면
27쪽 요지 글자로 보기 (영문 요약 지면)

One Hangul character consists of three parts: “한” is the initial consonant ㅎ + middle vowel ㅏ + final consonant ㄴ (Onset – Nucleus – Coda). The table shows the pronunciation of the three consonants ㆁ·ㅿ·ㆆ that are not used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 ㆁ [ŋ] (ng sound) — in modern Korean transcription, when ㆁ is in a final-consonant position it is marked with an ㅇ.
  • ㅿ [ʐ~ʑ] (kinds of z) — as a final consonant it adds a weak-r sound to the preceding vowel, such as ɝ / ɜːr or a retroflex vowel. ex) zebra, hearse, sir, girder, zircon, turtle (표기는 지면 그림 참조)
  • ㆆ [ʔ] (glottal stop) — meaning ‘closed sound’. ex) button[ˈbʌtn] 버ᇹ튼, britain[ˈbrɪtn] 브리ᇹ튼

According to the yin-yang theory, the five positive heavens(陽天干) and five negative heavens(陰天干) combine to form five pairs of combined consonants in a fixed order. ㅸㆄㅱㅹㅳ는 훈민정음 반포 무렵 간행된 책들에 실제로 등장하는 합용자이고, 나머지 쌍은 음양 원리에 따라 저자가 조합한 것이다(ㆁ가 ㅣ로 바뀜다는 ‘전생’ 이야기는 뒤에서 설명). 지면의 표는 다섯 쌍의 오행과 결합강도(bond strength)를 정리한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28쪽: 모음나침반의 동서남북(ㅣ ㅡ ㆍ ㆆ) 배치와 ㆁㅿ의 위치, 가획에 따른 음절 분리
28쪽 요지 글자로 보기

正音의 12모음으로 이뤄진 〈모음나침반〉 중 동서남북(ㅣㅡㆍㆆ)의 배치 속에서 ‘ㆁㅿㆆㆍ’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성대의 떨림을 의미하는 ㆍ(남쪽)와 성대떨림의 멈춤(폐쇄)을 의미하는 ㆆ(북쪽)이 수직으로 대립하고 있다. 모든 모음은 유성음(성대의 진동이 있음)이므로 ㆍ는 ㅏㅓㅗㅜ 표기에 포함된다.

ㄴㄹ는 비강을 울리는 비음으로 종성에 오면 길게 늘어지게 발음될 수 있는데, 짧게 발음한다고 표시하고 싶으면 성대떨림의 중단을 의미하는 ㆆ를 받침에 함께 넣어 一·月印의 옷표기 꼴로 적는다(이영보래 ㅳ — 지면 그림 참조). ㄴㄹ 종성이 아니라도 button·britain을 발음하는 동안 성대떨림의 짧은 휴지기가 있으므로 버ᇹ튼·브리ᇹ튼 식으로 표기하면 된다.

가획 단계의 이치가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 기본 ㆁㄴㄹㅁㅿㅇ은 공명음으로서 종성에서 앞선 모음을 꾸며주고, ㄱㄷㅂㅈㆆ는 종성에서 앞음절·뒷음절을 구분해주며, ㅋㅌㅍㅊㅎ(무성폐쇄음)는 더욱 강력하게 분리시킨다. 동일한 이치로 종성에 ㄱㄷㅂㅈ가 오면 ㆆ계열에 속하므로 저절로 음절 단위로 끊어져 발음됨을 알 수 있다.

여름 vs 겨울의 대립, 즉 ㆍ vs ㆆ의 대립이 성대떨림 vs 떨림중단이라면, 봄 vs 가을의 대립 즉 ㅣ vs ㅡ의 대립은 무엇을 의미할까. 봄은 나무가 싹을 티우고 가지를 뮿는 계절이다. ㅣ-ㅏ를 연이어 발음하면 ㅑ가 되고 ㅣ-ㅜ를 연이어 발음하면 ㅠ가 되니, ㅑㅕㅠㅛㅒㅖ는 나뭇가지가 증식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나무가 뿌리에서 물 빨아들이기를 멈추어 나뭇잎을 말려 낙엽지게 하는 계절로 오행 중 金에 속하고, 나무꾼의 도끼가 나무를 찍어 한 세대를 마감한다. 영어 school은 ‘oo’가 모음인 1음절 단어인데 한글로는 [스쿨]로 2음절 단어가 된다 — school에는 없던 ‘ㅡ’ 모음이 들어가 1음절 단어를 2음절로 분절시킨다.

《正音으로 듣고쓰다》 29쪽: 중국어 권설음·설치음, schwa, 프랑스어 비모음, 데바나가리 권설음을 다룬 지면
29쪽 요지 글자로 보기

특히 성모+운모로 이뤄진 중국어는 성조에 따라 운모가 짧게도/길게도 아코디언처럼 변화하는데, 봄철에 가지치듯 음을 덧붙이는 ㅣ와 가을철 도끼처럼 잘라내는 ㅡ를 正音 모음의 동-서 axis로 삼은 것은 “노래하는 언어”인 성조언어를 표기하는 데 척추 같은 역할을 한다. 북경어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설치음 zi ci si와 권설음 4성 zhì chì shì는 즌·칲·씼 — ㅢ(卯酉沖) 형태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성대떨림(vibration of vocal cord)을 뜻하는 ㆍ와 떨림의 멈춤(pause of vibration)인 ㆆ가 합쳍지면, 불빛 한 번 깜박이듯 ㅏㅓㅗㅜ 중 뭔지 모를 소리가 짧게 울리자마자 멈춘 것이 된다 — IPA의 schwa [ə]는 ㆆ+ㆍ(ᅙᆞ)로 표기하면 그럴듯하다.

오행 중 土는 동서남북에 속하지 않고 중앙에 위치하여 밸런스를 잡으며 지구(earth)를 의미하기도 한다. 차가움(북) vs 뜨거움(남), 습한 기운(봄) vs 건조한 기운(가을) 양극단에 속하지 않으니, 극단적인 우주라는 환경에서 사람 살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구이다.

〈모음나침반〉에서 ‘ㆁㅿㆆㆍ’는 남-북 axis 상에 수직으로 도열한다. ㆁㅿ는 둘 다 ㅇ계열로서 음성학적으로 공명음(sonorant)이며, 자음이지만 모음처럼 울리는 성향이 있다. ㆁ가 초성에 올 때 [ŋ]의 미약한 울림을 묘사할 수 있지만 한글에서는 ‘ㅇ’ 표기로 대체된 것과, ㅿ가 종성에 올 때 weak-r의 미약한 울림이 있지만 중세국어에서 ㅿ를 포함한 단어들(가을·마음·여우의 옷꼴 — 지면 그림 참조)에서 ㅿ가 실종되어 간 것을 보면, ㆁㅿ 둘 다 얼굴로 치면 눈·코·입처럼 굵직한 선이 아니라 속눈썹처럼 섬세한 부위를 디테일하게 표시하는 데 쓰였으므로, 28자 훈민정음이 문자로 간소화·정비되는 과정에서 삭제된 것도 자연스럽다 하겠다.

외국어 발음의 正音표기에서는 — 종성ㆁ로 프랑스어 비모음(nasal vowel: ã ɛ̃ ɔ̃ œ̃)을 강조해 표기할 수 있고, 베트남어의 어두 [ŋ] 발음은 초성ㆁ로 표기할 수 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데바나가리의 권설음(retroflex) 표기에는 종성ㅿ가 사용된다 — ISO 표기가 로마자 밑에 점을 찍어 별도의 특수자 입력이 필요한 것에 반해, 正音은 기본 28자에 속하는 ㆁㅿ를 종성에 사용하면 미묘한 디테일까지 커버할 수 있다. 한편 바로 다음 장의 자음 10천간으로 보면 ㆁ(乙) vs ㅿ(辛)는 상충(相沖)하니, 종성 자리에 함께 와서 겹받침이 되면 음가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주) 공명음(sonorant)은 성도에서 난류 없이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공기가 흘러 만들어지는 말소리로, 모음과 비음·유음 등이 속하며 대부분 유성음이다. 공명음이 아닌 소리는 장애음(obstruent)이라 부르며 파열음과 마찰음 따위가 속한다.

주석

  • 3) 오행 순환에 대해서는 조각글 ‘지장간이 말해주는 전생이야기‘의 속 오행 설명을 보는 것이 좋다.
  • 4) [박대종의 문화소통] 훈민정음 가획의 원리, ‘거셈’이 아니라 ‘빠름’
  • 5) 해례에서 청탁에 따른 자음분류에서 ㆆ는 전청이고 ㅇ은 불청불낙이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29쪽.

https://hun-min.com/?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