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 ‘ㅎ’의 유성·무성을 구분표기하면 장점이 있을까?

받침 ‘ㅎ’을 유성 /ɦ/과 무성 /h/로 나누어 표기할 필요가 있는지, 훈민정음 해례본·훈몽자회·주시경의 표기 변화와 ㅎ말음 체언, 로마자 h의 쓰임을 비교하며 생각해 본 글입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224–225쪽의 최종본입니다.

받침 ‘ㅎ’의 유성·무성을 구분표기하면 장점이 있을까?

h계열 소리가 유성인지 무성인지 구분표기하지 않는 문자가 흔합니다. 로마자는 ‘h’ 하나로 표기하고 한글은 ‘ㅎ’ 만 사용합니다. 주로 앞뒤 발음에 유성음이 위치하는 경우 유성 /ɦ/로 변하는데 그렇다고 ‘좋아’의 받침ㅎ에 특별히 다른 모양의 ㅎ를 쓰지는 않습니다. 반면 산스크릿에서는 유성은 ह(ha)로 표기하고 무성은 단어끝에 ḥ로 표기되는 ◌ः(visarga)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격조사로서 매우 흔합니다. 고통을 뜻하는 단어 duḥkha를 ‘두ㅎ카’ ‘두~카’로 표기할 만 하지만, ‘둫카’로 표기하는 순간 현대 한국인들은 종성‘ㅎ’를 치경 불파음 [t̚]를 발음하기 때문에 [둩카] 정도로 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正音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해례본에서부터 종성‘ㅎ’ 음가의 확정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초성부용종성 vs 우리말을 표기하는데는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자로 충분하다.(8종성)를 대립시키면서도 실제 표기에서는 ᄇᆡᆺ곶/여ᇫ의갗(해래본) 곶비/낱/높고/깊고(월인천강지곡) 등을 보여주다가, 표음주의였던 중세국어 시기 최세진은 『훈몽자회』에서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의 8글자를 초성에만 사용하는 ‘초성독용八字’라고 규정하면서 이름 역시 종성표기가 없는 ‘키, 티, 피, 지, 치, ᅀᅵ, 이, 히’로 명명합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주시경 등 체언을 밝혀적는 형태주의가 주도하면서 깁다(深)’, ‘곳(花)’, ‘좃다(好)’로 적던 것을, ‘깊다’, ‘꽃’, ‘좋다’로 적게 되면서 대중들은 ‘히읗’이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116)

한국어 입말을 적는 「한글」이라는 문자시스템에서 종성‘ㅎ’가 불파음 [t̚]로 인식되고 정착한 것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이 책에서 훈민정음 자음과 IPA자음들을 대응시킨 차트에서도 무성음 ç x χ ħ는 ㅎ/ㆆ로만 조합되었기에 ㅎ=무성h 라는 일관성이 지켜지며, 프랑스語 유성ʀ을 ㅀ로 표기하고 유성ʁ을 ㅎㄹ로 대표삼아 표기한 경우에 ㄹ이 이미 유성이라서 ㅎ이 반드시 유성일 필요는 없지만 유성이면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 ㅎ이 반드시 유성ɦ 이어야 하는 것은 아랍의 유성인두음ʕ 표기에 사용된 종성‘ㅎ’의 경우입니다.

h계열 IPA와 正音 대응표: 무성 ç x χ ħ h, 유성 ʝ ɣ ʁ ʕ ɦ
h 계열 소리의 IPA와 正音 대응표 — 무성 ç·x·χ·ħ·h와 유성 ʝ·ɣ·ʁ·ʕ·ɦ.
IPA h-type sounds and their 正音 spellings: voiceless ç x χ ħ h and voiced ʝ ɣ ʁ ʕ ɦ.

로마자 r/l의 경우에도 표상적 기호로서 r-ㆆㄹ l-ㅭ를 상정할 뿐 실제 단어와 문장내 표기에서는 해당언어의 phonology에 맞게 초성ㄹ/종성ㄹ/ᄛᅠ/ᅟᅠᆶ 등 다양하게 표기하듯이, 이 책에서샹송가사를 표기할 때 단순히[ʁ~ʀ]을 paris[빠ㅎ리] robe[ᄚᅥ브] 처럼 도식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devoicing 현상 등 realization을 반영하여 ㆅ[x] 흐[χ] 같은 무성‘ㅎ’표기도 혼용하기에, 프랑스의 [ʁ]발음을 표기할 때 paris[빻~리]에서 종성‘ㅎ’가 유성인 것을 알수 있도록 구분표기해야 하는 needs는 높지 않습니다.

r·l·ʁ·ʀ의 正音 표기: ㆆㄹ, ㅭ, ㅎㄹ, ㅀ
r·l 계열의 正音 표기 — ㆆㄹ(r), ㅭ(어두운 l), ㅎㄹ[ʁ], ㅀ[ʀ].
正音 spellings for r and l: ㆆㄹ (r), ㅭ (dark l), ㅎㄹ [ʁ], ㅀ [ʀ].

종합해보면 유성 /ɦ/를 위한 별도의 ‘ㅎ’ 字形을 디자인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크지 않고, 종성‘ㅎ’가 반드시 유성이어야 하는 아랍어 표기에서는 중성에 ㆍ를 추가로 넣음으로서 무성 종성‘ㅎ’과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종 표기된 글자가 지저분해 보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로부터 ㆍ+종성‘ㅎ’ = 유성/ɦ/이다. 라는 공식이 파생되어 나올수 있겠지만, 아랍어 이외에는 실제로 쓸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이며, 모음이 i/u/a 만 있고 모음의 세부가 중요치 않은 아랍어 같은 언어가 아닌 경우에는 첨가된 ㆍ로 인해서 다른 모음과 혼동될 수 있습니다. ex) ㅏ ㅓ → ᅟퟅ ᅟᆟ

한편 한국어 자체에 ‘ㅎ으로 끝나는 체언’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종성‘ㅎ’로 그대로 표기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 안ㅎ(內) + 밖(外) → 안팎 (‘ㅎ+ㅂ’이 ‘ㅍ’으로 축약) ex) 뒤않(뒤뜰)
  • 살ㅎ(肉) + 고기 → 살코기 (‘ㅎ+ㄱ’이 ‘ㅋ’으로 축약)
  • 머리ㅎ(頭) + 가락 → 머리카락 (‘ㅎ+ㄱ’이 ‘ㅋ’으로 축약)
  • 수ㅎ(雄) / 암ㅎ(雌) + 닭 → 수탉 / 암탉 (‘ㅎ+ㄷ’이 ‘ㅌ’으로 축약)

현재는 ‘수컷’ ‘암컷’이 표준철자이며 ㅎ이 ㅋ/ㅌ/ㅍ에 숨어들면서 종성‘ㅎ’는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만약 ‘않밖’ ‘삻고기’ ‘머맇가락’ ‘숳것’ ‘아ᇡ것’으로 표기해 왔다면 종성‘ㅎ’에서 유성/ɦ/을 보는 한국인의 비율이 현재보다는 높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안內)에 있을테니 찾아봐’ ‘가방 안(內)을 한번 봐라’ 의 경우 철자에는 ㅎ이 보이지 않는데 [안헤] [안흘] 식으로 발음하던 이유가 밝혀집니다.

수ㅎ+개 가 결국 [수캐]로 발음되는 건 맞지만, 그렇게 표기하면서 ‘수ㅎ’이 있던 유성ㅎ는 사라지고, 무성유기음 ㅋ만이 시야에 남았습니다. 문맹율이 낮은 사회에서 표기철자가 달라지고 세월이 흐르면 시각기호를 가이드 삼아 발음하던 언중들의 입말까지도 달라지는 것이 표음문자의 숙명입니다.

나타난 순서로 치면 한국어 입말이 가장 먼저 있었고, 15c에 훈민정음이 태어났고, 20c에 주시경과 한글학회가 활동했습니다. 훈민정음은 초·중·종 체계를 선택했고 종성‘ㅎ’에 대해서 해례본은 우리말을 표기하는데에는 굳이 필요치 않다고 하였으나, 주시경 선생은 글을 쓸 때 뜻을 쉽게 파악하려면 어간과 어근을 밝혀 적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히‘읗’을 살려냈지만 ㅎ이 ㄱㄷㅂㅈ와 결합한 경우 ㅎ은 시야에서 제거되고 ㅋㅌㅍㅊ만 남겼습니다.)

기계식 타자기 시대에 두가지 자음이 조합된 겹받침들은 골칫거리였고, 완성형 한글시대에도 유성h를 살리자고 ㅁㅎ같은 종성이 추가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유성h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컷 대신 숳것으로 타이핑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저자가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한글 철자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말이 아니라, 훈민정음 종성‘ㅎ’의 음가가 현재처럼 불파음 [t̚]로 굳어진 역사는 짧으며 ㅎ과 모양이 다른 유성h을 디자인하지 않더라도 ‘ㅎ’ 하나를 가지고 무성/유성 2가지로 경우에 따라 발음 하는 것은 15c에 태어난 훈민정음 메뉴얼에서 종성‘ㅎ’의 음가명시를 기피하는 태도와 그 이전부터 있던 우리말의 ‘ㅎ말음 체언’의 존재로 볼 때 배반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로마자도 h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하고 있으며, 훈민정음을 가지고 세계 여러언어 발음을 표기하는 이 책에서는 아랍어/프랑스어 정도에서만 종성‘ㅎ’를 유성으로 발음할 필요성이 느껴지고, 네덜란드語/러시아語 에서는 종성자리에 ‘ㆅ[x]’가 입력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정도입니다.

로마자 시스템에서 단어끝에 오는 h(어말 h)는 끊임없이 변신합니다. 폐쇄음(stop/plosive)인지 개방음(release)인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떨 때는 무성마찰음 [h] 또는 [x] 계열로 소리날 때가 있고, 독일어 Kuh [kuː], froh [fʁoː]에서는 음가없이 앞모음을 길게 발음하라는 신호이며, Ah Oh 같은 감탄사에서도 음가가 없습니다. 영어에서는 fish much처럼 ch sh th ph 형태로 새로운 음소를 표기하기도 합니다. 예일대의 로마자 표기법(Yale Romanization)에서는 –h를 붙여 광동어low tone을 표기합니다. 평음(sih), 저조상성(síh), 저조하성(sìh)을 silent-h로 표기하며, 한국어를 전사할 때는 ㅋ(kh), ㅌ(th), ㅍ(ph), ㅊ(ch)로서 –h는 격음화(aspiration)의 기호가 됩니다. 비유하자면 훈민정음에서 ‘ㆆ’가 군사력으로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왕의 역할이라면, 종성‘ㅎ’는 암시나 기만의 수법으로 대중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교황이라고 보면 적당합니다. 예수나 부처 같은 신화적 인물들에 대한 성별/인종/출신지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 시킵니다. 그들이 신의 역할을 하는데 그런 구분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젠더갈등에서 남신이거나 인종갈등에서 백인인 것은 도움이 되지 않죠.) 종교의 신비가 신도들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h와 종성‘ㅎ’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믿는대로 소리나는 신비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들의 음성학적 변별자질(distinctive feature)을 명확히 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아 보입니다.

  • 116) 이 책에서는 히‘읗’ 이외에도 으ᇫ 으ᇹ 으ᇦ 으ᇴ 으ᇢ 으ᇙ 으ᇰ(비모음)까지 활용하여 외국어 발음표기에 사용합니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224–225쪽.

https://hun-min.com/?p=1741

한국어 맞춤법의 역사 – ㆁㆆㅿㆍ는 왜 사라졌나

갑오개혁 이후 한글 표준표기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ㆁㆆㅿㆍ와 ㅱㅸㆄㅹㆅ가 사라지고, 된소리 표기가 ㅅ계 합용병서(ㅺㅼㅽㅾ)에서 각자병서(ㄲㄸㅃㅉ)로 정착한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아래는 저자의 책 《正音으로 듣고쓰다》 7쪽의 최종본 전문입니다. PC에서는 아래 창에서 책 지면(표·그림 포함)을 그대로 넘겨 볼 수 있고, 휴대폰에서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PDF를 열 수 있습니다.

해례본의 훈민정음 자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현재 우리가 익히아는 한글과 훈민정음에는 차이가 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조선양반계층이 몰락하기 전까지 조선의 공식 문서는 한자로 작성되었기에 언문맞춤법이란 것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가 일제 식민지 시절에 지석영/주시경 같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글의 표준표기법이 발생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정음에 있던 ㆁㆆㅿㆍ / ㅱㅸㆄㅹㆅ가 사라지고, 7종성 위주였던 조선시대 사용법과 달리 모든 자음을 받침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눈여겨 볼 것은 된소리표기 방식인데 ㅺㅼㅽㅾ vs ㄲㄸㅃㅉ 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ㅅ계 합용병서’는 사라지게 된다. 종성ㅅ은 중세국어에서 폐쇄음 표기를 맡으면서 받침에서는 –ㄷ소리로 인정되어 갔으니 ㅅ+ㄱㄷㅂㅈ로 된소리를 표기한 것이 이해가 간다.

만약 ㅅ계 합용병서가 승리했다면 우리는 ‘짬뽕 깍뚜기’ 대신 ‘ᄶᅡᆷᄲᅩᆼᄭᅡᆨᄯᅮ기’라 표기하고 있을텐데 영 볼썽사납다. 동일한 자음을 겹쳐쓰는 각자병서를 선택한 것은 처음 한글을 배우는 학생의 암기측면에서도 편하고, 시각적인 면에서도 미려하다. 애초에 창제시부터 ㄲㄸㅃㅉ가 경음표기에 할애되었다면 저런 논란자체가 없었을텐데, 15c에 만들어질 당시 에는 다른음가를 표기하던 각자병서를 경음표기用으로 전환하다 보니 저런 혼란이 있었 다. 그러면 ㄲㄸㅃㅉ의 원래 음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유성자음(알파벳소리-gdbz 또 는 중국어의 有聲어두자음)이며, 한국말에는 어두에는 없고 어중·어말에 있는 소리로서 ‘앙드레 김’은 어두에서도 사용하는 노곤한 ㄱㄷㅂㅈ인데, 앞으로 다시 언급될 것이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7쪽.

https://hun-min.com/?p=1654

㈆ ‘사이ㅅ’ 맞춤법 규정에 대한 생각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ㅅ’ 맞춤법 규정이 왜 혼란을 주는지, 훈민정음의 ㆆ·전청자와 유성자음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 글입니다.

‘사이ㅅ’의 사용으로 인한 일선의 혼선을 논하기 전에 ‘사잇소리 현상’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것은 두 단어를 합쳐 발음할때 ㄱㄷㅂㅈㅅ→ㄲㄸㅃㅉㅆ로 경음화 되는 현상과 원래 없던 +ㄴ +ㄴㄴ가 추가되는 현상 2종류가 있다. 경음화 되는 현상을 ㅅ+ㄱㄷㅂㅈㅅ→ㅺㅼㅽㅾㅆ라는 공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기발/해살→‘깃발/햇살’로 표기하거나 +ㄴ이 되는 깨잎/아래이→‘깻잎/아랫니’까지는 괜찮아보였는데, 없던 소리가 생기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넣었던 ‘ㅅ’을 일관성 있게 만들려다 나중에는 ‘북엇국, 만둣국, 장맛비, 막냇동생, 꼭짓점’까지 나타나고 언중(言衆)들이 생소해 하여 사이ㅅ규정을 이리저리 바꿔봤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맞춤법이 어렵고 생소하다고 호소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사잇소리 현상의 근본이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ㅅ’을 넣으면 중세국어에서 나타났던 결합공식- 경음화(ㅺㅼㅽㅾㅆ→ㄲㄸㅃㅆㅉ)에 잘맞아 떨어진다는 이유로 첨가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해례본 중성해의 내용인 ㅣ(人)은 초성자음과 종성자음의 음가를 이어주는 bridge역할을 한다는 설명을 이어받아, ‘ㅣ’를 일종의 filter로서 아래와 같이 ‘재정의’ 해 보았다. 인간신체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은 동물과 같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법칙을 알고자 함은 정신은 하늘에 닿아있어 인간은 천상계와 지상계의 사이를 잇는 ‘다리’라고 동양철학에서는 말하고 있다. 맞춤법 문의는 반복되는 귀찮은 민원이지만 중앙정부로서는 「도식적」이라 해도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단어라도 대입만 하면 적용할 수 있는 기계적인 rule이 있다면 가장 행정편의한 것이고, 이것이 언중의 눈에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이ㅅ’의 등장빈도를 줄일 수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생각을 남겨본다.

A항. 「초성 가획字+ㅅ는 중성의 ‘人’을 건너 종성에게 [ㆆ]음가를 전달하는데 이를 ‘사이ㅅ’으로 표기한다.」B항. 「천지는 서로 통하지 않으니 ㆍㅡ 사이에 끼인 ㄱㄷㅂㅈㅅ는 경화되고 ㄴㅁ에서는 +ㄴ된다.」

C항. 「현행한글 ‘이’의 원형이 ‘ㄴᅙᅵ’ 인 단어의 경우 발음시 ㄴ/ㄴㄴ음가로 나타난다.」

A. 초성 (가획字)+ㅅ가 ‘ㅣ’를 통과하여 종성에서 가획字를 만나면 ㅅ을 전달하여 경음화(ㅺㅼㅽㅾㅆ) 되거나,종성의 非가획字 (ㄴ,ㅁ)를 만나 ‘ㄴ’ 발음이 추가되는 경우 ‘ㅅ’을 첨가해 표기한다.

예외) 경음화 되는 자음의 앞/뒤 모음이 둘다 ‘ㅣ’을 포함하면 다리가 이어져 경음화되지 않는다.

B. 앞/뒤의 모음이 ㆍㅡ계열모음(ㅏㅡㅗㅜ)이고 그사이의 ‘ㄱㄷㅂㅈㅅ’가 경음화 되어 발음된다.

즉 ‘ㄱㄷㅂㅈㅅ’의 입장에서 볼때 앞길/뒷길을 천지(ㆍㅡ)가 막아서 정체(traffic jam)가 발생하는 것.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의 12초짜리 허술한 비행을 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공기라는게 손으로 잡을 곳도 없는데 텅빈 허공을 어떻게 날아오르냐고 하다가, 세월이 흘러 747여객시대가 되니 공기밀도가 너무 높아 속력이 나지 않는다며 성층권까지 올라간다. 우주개발이란 인류의 과업도 우주가 너무 넓고 텅 비어있어서 광속의 절반으로 달려도 답이 없는데 어쩌냐고 하지만…텅빈 우주의 검은 공간 癸. 그것의 空虛로 인하여 우리는 겨우 12조원짜리 망원경으로 138억 광년의 우주 중 130억 광년까지 들여다 볼 수가 있다. 비행기 등장 전 하늘이 비어 있었듯, 우주가 진공에 가깝게 비어있기에 인류는 고속항해에도 충돌을 걱정하지 않으며 멀리 이동할 수 있다. 비어있음은 비어있음 자체가 효용이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공허를 잡아내고 그 것에 이름붙여 명명하는 것이야말로 꿰뚫는 것이다.

‘사이ㅅ’의 C.항은 책말미의 조각글 “지장간이 말해주는 전생이야기”에서 전생을 찾아나선 5개의 음천간(乙丁己辛癸) 이야기로 이어진다. 마지막 천간 癸의 여정이 여기에 있다.

출처: 진현수, 《正音으로 듣고쓰다》, 192–196쪽.

https://hun-min.com/?p=334